기자가 자신이 속하지도 않는 언론 매체 이름으로 방송에 출연한 사실이 확인돼 ‘출연자 검증’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해당 프로그램 책임자는 이런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케이블방송 E채널 <용감한 기자들>은 윤아무개씨를 A시사주간지 정치사회부 소속 기자로 소개했다. 그러나 A매체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해 5월과 6월 두 달간 근무한 뒤 퇴사했고, 근무기간 동안 기사도 작성하지 않았다. 실제 A매체 홈페이지 검색 결과 윤씨의 이름으로 검색되는 기사는 없다. 그럼에도 윤씨는 지난 11일까지 A매체 소속으로 소개되고 방송에 출연했다. <용감한 기자들>은 현직 기자들이 집단으로 출연해 취재 뒷이야기를 전하는 예능프로그램이다.

A매체 관계자는 지난 11일 미디어오늘에 “아직까지 우리 매체 이름으로 방송에 나가는 줄 몰랐다. 그만둔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용감한 기자들> 책임자인 이주하 PD는 지난 11일까지 이런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PD는 11일 통화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명함은 A매체 명함인데 다시 확인을 해보겠다”며 “윤씨가 A매체 근무 이전에 B매체에 근무할 때 회사를 통해 섭외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취재결과 B매체에 근무한 경력도 4개월 남짓이며 근무 당시에도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확인돼 방송사의 검증절차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B매체 관계자는 “회사에 있을 때 거짓말 하고 문제를 일으켜 퇴사했다. 문제 많은 기자가 방송에서 사건사고를 이야기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 케이블채널인 E채널의 <용감한 기자들>
 
B매체 대표도 12일 “그 친구가 없는 말을 많이 만들어서 신뢰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전했다. 윤씨가 두 달 근무했다는 A매체 관계자도 “잡지사 일에 집중을 안 했다”며 “근무가 성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매체 또 다른 관계자는 “무단결근을 자주했다”고 전했다.

윤씨는 또한 방송에서 마치 자신이 취재한 것처럼 취재 뒷이야기도 전했다. 윤씨는 <용감한 기자들> 34화 ‘수상한 괴한의 익숙한 정체’에 대해 언급하는데, 이는 윤씨가 기자생활을 하지 않던 2012년 8월에 발생했던 일이다. 또 10화에서 언급된 교사 폭행 사건은 지난해 3월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일로, 윤씨는 관련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다.

이주하 PD는 “본인이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다 해도 기사화된 내용을 후취재 한 것도 말 할 수 있다. 후취재 방법은 기자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이 PD는 “윤아무개 기자는 현재 C인터넷언론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색해보니 최근에 기사를 쓰지는 않지만 (회사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기자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씨가 소속된 C매체는 ‘기자회원’을 신청하면 기사 작성이 가능하고, 명함과 기자증까지 발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씨가 C매체에서 작성한 기사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올해 1월 2일까지 총 8건뿐이다. A매체에서 퇴사한 후 6개월가량 기사를 작성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용감한 기자들> 출연 경험이 있는 한 기자는 “하다 못해 바이라인 검색만 해봐도 출연진의 기자로서의 자질을 알 수 있는 건데,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니까 제작진 입장에서는 나쁜 게 아니다”라며 ”알면서도 촬영이나 출연진 확보, 시청률 등 여러 여건상 외면하고 싶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프로그램이 공신력을 갖추려면 출연자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용감한 기자들>은 방송 초기부터 선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프로그램의 관건은 얼마나 선정적인 스토리텔링을 만드느냐가 될 수밖에 없다”며 “폭로를 상품화한다는 면에서 이 프로그램은 전형적인 타블로이드 언론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도 “선정성을 빼놓고 가기 어려운 콘셉트”라고 말했다.

당사자인 윤씨는 지난 11일 통화에서 “프로필 변경에 대해서는 담당 PD들이 다 알고 있다. 제가 제작진을 속일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하 PD는 ”프로필 변경에 대해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잘못“이라면서도 ”우리는 윤씨가 기자였기 때문에 섭외를 했고, 현재도 기자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윤씨의 프로필은 수정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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