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12일 타결됐다. 협상 8년 8개월 만이지만 지난 2008년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병된 이후 쇠고기 수입 중단에 따라 한 차례 협상이 중단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협상이 재개됐으니, 협상 재개 4달여 만에 FTA가 타결된 셈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04년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불과 10여년 만에 9개의 FTA를 체결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한·콜럼비아, 한·호주 FTA를 발효시켰다. GDP 기준, 한국의 세계순위(15위) 보다 높은 나라 중 9개의 나라와 FTA를 맺었고, 경제규모로 따지면 세계 경제의 62%가 우리 경제권에 포함됐다고 정부는 홍보하고 있다.

언론은 장밋빛 미래를 쏟아낸다. 11일 지상파 3사는 모두 캐나다와의 FTA 협상 타결을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KBS는 <뉴스9>에서 협상 타결 소식과 함께 자동차 부문에서 이익을 보는 반면, 축산농가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 그리고 총 49개국과 FTA를 맺음으로써 우리의 경제영토가 세계 3위에 올랐다고보도했다.

   
▲ 2014년 3월 11일 KBS <뉴스 9> 화면 갈무리.
 
“이로써 우리 경제영토는 세계의 60%로 칠레와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넓어졌습니다. FTA가 발효된 46개 나라와의 교역비중은 2009년 11.5%에서 4년 만에 3배 넘게 높아졌습니다. 수출증가율도 FTA를 체결한 나라가 체결하지 않은 나라보다 높았습니다. 칠레와의 FTA 체결 당시, 국내 포도농가가 망할 것이라는 농민단체의 거센 반대와는 달리 포도재배 면적이 2배로 늘기도 했습니다.”

위의 리포트에서 드러나듯 KBS는 한국 경제가 FTA로 인해 위상이 높아지고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록 캐나다와의 FTA로 당장 축산 농가에 우려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FTA의 효과를 과대포장하고 있다.

SBS도 비슷하다. SBS는 <8 뉴스>에서 한국과 캐나다의 FTA 협상 타결 소식을 머리기사부터 3개의 리포트로 편성했다. 구성도 KBS와 비슷하다. 한·캐나다 FTA가 타결됐고 자동차는 호재인데 반해 축산업계는 타격이 있으며 “우리의 경제영토는 전 세계 60%까지 확대됐다”는 것이다.

다만 SBS는 “외형 못지않게 내실을 다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며 “FTA 1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국내 소비자들이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통상 전략을 짜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을 뿐이다.

   
▲ 2014년 3월 11일 SBS <8 뉴스> 화면 갈무리.
 
MBC의 경우 앞의 두 방송사보다는 차분한 편이다.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타결소식과 자동차 혜택, 축산업계의 타격, 이 두 소식을 전했다. 세계에서 3번째로 경제영토가 넓다느니, 경제영토가 전 세계 60%에 이른다와 같은 표현은 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잇따른 FTA 타결로 인해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 지 역시 보도하지 않았다.

이처럼 방송 뉴스에 FTA는 온통 장밋빛 미래다. 향후 중국과 일본 등과의 FTA도 남아있는데, 이들도 성공시키면 당장이라도 세계 1위의 경제대국 자리에 오를 기세다. 어느 방송사도 FTA의 이면에 대해 보도하지 않는다. 재협상 불과 4개월 만에 양국의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FTA가 체결되었음에도 이 과정을 보도하는 방송사는 어디에도 없다.

정말 FTA를 체결함으로서 한국경제는 다시 호황기에 접어들 수 있을까? 세계 경제영토의 62%를 차지한 것일까? 최재천 민주당 의원은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FTA는 서로 전면개방이기에 그렇다면 ‘우리 땅은 전면 식민지(?)’ 이래도 되는 거지요”라며 “한심한 논리”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 3월 12일자. 35면.
 
한겨레 지적도 돌아볼만 하다. 한겨레는 12일자 사설 <졸속 타결된 한·캐나다 FTA, 철저히 검증해야> 에서 “정작 중요한 국내 의견 수렴 절차는 거의 밟지 않았고 경제적 영향 분석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며 “앞뒤 순서가 바뀐 졸속 타결”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FTA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면밀한 분석 없이 당장 협상만 타결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또한 “FTA는 두 나라 사이의 상품과 서비스 교역 장벽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분야의 법과 제도까지 통합하는 것”이라며 “국민경제와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우리나라는 헌법에 따라 협정을 특별법으로 인정하는 만큼 수십 가지 법령까지 자동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의 지적처럼 FTA에는 분명 양날이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수혜를 입었다고 해서 한국경제 전반에 낙수효과가 제대로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보다 ‘경제영토’가 넓다는 칠레와 맥시코가 어떤 부작용을 안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 오로지 ‘세계 3위’라는 수치만 도드라질 뿐이다.

또한 농축산물의 개방 폭이 넓어질수록 식량주권도 위협받고 있다. 캐나다산 쇠고기의 안정성도 짚어봐야 할 문제다. 하지만 방송사들에게 FTA는 오롯이 장밋빛일 뿐이다. FTA 효과가 국민들에게 어떤 긍정·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검증도 없이 말이다. 공영방송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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