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열애 보도는 정당한가. 디스패치가 지난 6일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 은메달리스트 김연아의 열애사실을 단독 보도하며 언론의 사생활 침해 보도 논란이 떠올랐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는 열애 사실을 인정했지만 디스패치 보도이후 추측성 기사가 자극적으로 쏟아지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디스패치는 “김연아가 대중적 스타이기 때문에 사생활 보도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디스패치는 지금껏 비·김태희, 이승기·윤아 등 톱스타의 열애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방법론에 있어 파파라치성 취재라는 비판은 존재했지만 이들의 사생활이 보도대상이라는 점에 이의제기하는 여론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보도대상이 ‘김연아’가 되면서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됐다. 첫 보도 당시 호의적이었던 여론도 올댓스포츠의 법적대응 발표 이후 전문가들의 비판이 가세하며 달라졌다.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교육팀장(변호사)은 “보도대상에 해당하는 공인의 전형적인 범위는 공직자다. 김연아는 공인이 아니라 유명인물이다. 설령 공인이라 하더라도 공개 가능한 사생활 범위는 제한되어 있다. 사생활 중에서도 공적 영역과 연관성 있는 부분에서만 공개가 가능하다”며 이번 보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디스패치의 입장은 다르다. 서보현 디스패치 기자는 1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스타들은 대중의 관심과 사랑으로 그 자리까지 왔다. 그것들로 많은 것을 누리고 있기도 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대중이 궁금해 하는 것들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반론에 부딪혔다. 트위터 아이디 @yongsini은 “김연아는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자란 연예인이 아니다. 오로지 연습과 훈련으로 저 위치까지 올라간 운동선수다”라고 반박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디스패치의 입장을 두고 “조직적인 파파라치 주제에 뵈는 것이 없나”, “돈을 벌기 위한 합리화일 뿐이다”와 같은 반응이 줄을 이었다.

   
▲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이치열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이런 (파파라치) 보도들이 프라이버시 보호 범위를 전반적으로 위축시키고 있다”며 “단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데 보도의 공익적 목적은 관계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양재규 언론중재위 교육팀장은 “김연아 사진 공개의 경우 초상권 침해이자 사생활침해에 해당한다. 공개를 원하지 않았는데 나왔다면 (보도가) 합법인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디스패치는 2011년 3월 창간한 온라인 연예매체로, 유명 스타의 열애설을 연이어 보도하며 언론계의 주목을 받았다. 디스패치를 두고서는 연예인을 사진이란 증거물로 압박하는 극단적 연예매체라는 비판이 있다. 디스패치가 연예산업의 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등장했으며 팩트를 내세우기 때문에 기존 연예매체보다 대안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김연아 보도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디스패치는 예전부터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있었다. 사진을 찍어 연예인과 딜(Deal)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며 “대중적 지지도의 수준이 일반 연예인과 달랐던 김연아였기 때문에 이번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 지적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연예인은 언론과 항상 움직이기 때문에 법적 대응이 어렵다. 대중 역시 열애보도가 반복되다보면 문제에 둔감해진다. 그러나 김연아는 연예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디스패치는 △집 안을 찍지 않는다 △공공장소에 해당하는 야외에서만 찍는다 △불륜은 취재하지 않는다 △연예인을 무리하게 따라가지 않는다 △미성년자 아이돌은 찍지 않는다와 같은 열애설 보도기준을 두고 있지만, 기준 자체가 파파라치성 취재를 정당화 하지 못한다. 이와 관련 디스패치는 “열애에 관한 한 팩트를 증명할 다른 방법을 아직 찾진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부인 한지희 교수가 디스패치를 상대로 낸 사생활침해금지 소송 상고심에서 디스패치 측에게 1500만원 배상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생활 공개가 정당화되려면 공공의 이해와 관련돼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디스패치는 정 부회장의 가족들이 신부 측인 한 교수 가족들과 상견례를 갖는 모습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김연아 보도의 경우도 디스패치가 패소할 가능성이 있다.

디스패치는 김연아 열애보도에 대해 “보이지 않은 땀을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그러나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임근호 디스패치 취재팀장은 “혹시라도 눈에 띌까봐, 김연아 선수가 우리를 의식할까봐 매일 나가지는 않았고, 올림픽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무렵에는 취재를 안 했다”고 밝혔으나, 숨어서 사생활을 찍었다는 사실만큼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디스패치는 “둘만의 사랑, 꼭 써야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일이다. 모르는 것, 궁금한 것, 이를 알리는 게 우리 직업이다”라고 밝혔다. 디스패치의 열애보도에 열광했던 대중의 관음증이 오늘의 디스패치를 키워냈다. 단순히 매체의 보도 윤리 문제를 비판할 게 아니라, 남의 사생활을 거리낌 없이 소비하는 대중문화 전반의 문제를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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