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새벽 SBS 교양프로그램 <짝>의 여성 출연자가 녹화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8일 새벽에는 박은지 노동당 부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곧바로 선정적이고 무가치한 낚시성 기사들이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쏟아졌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맞춰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반복해 올리는 ‘어뷰징’ 기사로 돈을 버는 수많은 ‘네이버 기생 매체’들이 이들의 죽음을 상품으로 이용했다.

조선닷컴은 <박은지 노동당 부대표, 자택서 목매 숨져…9살 아들이 발견 “충격”>, <노동당 박은지 부대표 사망 최초 발견자 봤더니…“9살 아들!” 충격!>, <노동당 박은지 부대표 자살, 더 충격적인 이유…“9살 아들이 최초 발견자!”>라는 기사를 두 세 시간 단위로 올렸다. ‘충격’과 느낌표 등을 이용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문구로 클릭을 유도한 해당기사는 조선닷컴 연예면에 올라왔다.

<짝> 출연자 사망 기사의 경우도 같은 내용의 기사가 제목만 바뀐 채 반복적으로 노출됐다. 지난 5일과 6일 이틀 동안 수천 건의 어뷰징 기사가 쏟아졌다. 기사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SBS 짝 출연자 사망>, <유서 살펴보니…>, <유서엔 특정인 언급 없었다>, <유서에 제작진이 배려해줬다고 남겨…>, <사망 전 CCTV 내용은?>, <제작진 촬영분 전량 폐기> 등 여러 팩트를 잘게 나누어 쓰기도 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사건이 일어나면 보도로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건도 기가 막힌데 보도하는 언론 때문에 더 기가 막힌다”고 지적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는 “과거 여성들은 손목 긋기·수면제 복용 등의 방법을 사용해 치사율이 높지 않았으나, 최진실 자살 보도 등 미디어의 영향으로 목을 매는 치명적 방법을 모방하게 돼 자살률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런 기사들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창에 ‘짝 출연자’와 ‘박은지 부대표’가 등장하며 생산됐다. 업계에선 네이버가 뉴스캐스트에서 뉴스스탠드로 전환한 이후 온라인광고수입에 의존적인 매체들이 떨어진 트래픽을 보전하기 위해 실시간 검색어를 이용한 어뷰징 기사작성 빈도를 급속히 늘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검색어 장사만을 노리는 속칭 ‘고스트 매체’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일례로 가족 간의 불화로 한 때 이슈가 됐던 가수 장윤정씨의 경우 논란이 불거진 2013년 5월 1일부터 논란이 수그러든 6월 30일까지 네이버에 등장한 관련 기사 출고량은 무려 6437건이었다. 한 연예매체 기자는 “포털은 클릭수가 나오는 기사를 원하고, 연예매체는 클릭수를 올릴 수 있는 기사를 찾다보니 자극적인 것만 찾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보도행태는 기자들만 비판해선 해결되지 않는다. ‘닷컴’ 바이라인으로 기사를 쓰는 대다수 온라인매체 기자들은 하루 수십 건의 기사작성 노동을 강요받고 있으며 조회 수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받는 인터넷 포털 중심의 페이지뷰 경쟁 체제에 놓여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국내 연예저널리즘의 현황과 품질제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포털사이트는 페이지뷰와 광고단가를 목적으로 구성되고, 페이지뷰 증가라는 ‘사명’을 띈 기사는 검색어를 타고 손쉽게 복사되어 별 일 아닌 이슈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신문기자는 “실시간 검색어가 오를 때마다 기사를 써대니 이슈에 실체가 없는데 있는 것처럼 거품이 생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