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까지 ‘유감’을 밝힌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지난 1년간 정치개입으로 국기문란의 첨병이 됐던 국가정보원에 대해 시민사회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당 의원총회에서 “범죄 집단으로 전락한 국정원은 더 이상 국가정보기관으로서 소임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위상이 추락했다”면서 “국회 차원의 국정원 개혁 특별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해 현재의 국정원은 폐쇄하고 국가정보기관을 해외정보원으로 다시 세우는 방안에 대한 논의에 국회가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 대표는 “연이은 국기문란 사건의 주범인 국정원에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의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와 직결되는 시험대일 것”이라며 “정치개입과 증거조작으로 두 번이나 압수수색을 당한 국정원에 대해 철저한 책임을 규명하고 박 대통령은 남재준 원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28일 국정원 규탄 범국민촛불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국정원 해체하라'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지난 10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단 증거조작 사건은 국정원이 얼마나 몰염치하고 국익을 저해하고 있는 반국가 조직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사임은커녕 송구하다는 말 한마디로 국기를 문란하게 만든 이 사건을 덮으려고 한 남재준 국정원장을 당장 해임하고 국정원을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은 11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 남재준 원장을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국회 국정원 개혁안 발의에 참여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원 해체 요구에 대해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하지만 국정원의 대공(對共) 수사권 이관과 국내파트의 정치관여 금지 등 근본적인 개혁, 국정원장 해임을 비롯한 대통령의 책임 있는 결단 없이는 이 같은 국기문란 사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0월 국정원법 개정안 발의에 참여했던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1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국정원 해체까지 요구하진 않지만 국정원의 전면적인 재구조조정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며 “특검을 통해 조사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국정원 개혁 과제가 세분화될 것이고, 보다 근본적으론 남재준 해임과 국정원장 독대(獨對) 보고 폐지 등 대통령의 강한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위원으로 활동한 박범계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는 대공수사권의 검찰 이관을 위해 우선 검찰에 의한 실질적 수사 지휘가 있어야 하며, 국정원의 국내 정치·사회 동향 파악을 근본적으로 막아야 한다”면서 “지난 대선에서는 민주당도 국정원 개혁 과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못했지만,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는 검찰 개혁 못지않은 중요 공약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국정원 개혁특위 위원이었던 함진규 새누리당 대변인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은 아직 검찰 수사단계이기 때문에 국정원이 증거 제출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했는지 아닌지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국정원장의 국가기관 운영에 대한 부분은 수사를 통해 밝혀지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드러날 것이므로 지금 국정원장 책임을 가정해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의 국내 정치개입 재발 방지 방안에 대해 “지난번 민주당과 합의를 통해 상당 부분 막아 놓았고, 국정원 직원이 정보를 수집해 정치적으로 남용했을 경우 처벌 규정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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