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짝>의 여성 출연자 전모씨가 사망한지 어느덧 6일이 흘렀다. SBS는 “사후 처리에 최선을 다 하겠다”며 <짝>을 폐지했다. “유가족에 대한 위로의 말씀”과 “제작과정에서의 재발 방지”도 덧붙였다. 프로그램 폐지까지 한 마당에 더 이상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정말 폐지하면 끝인 걸까?

지난 5일 전씨가 사망한 이래 지금까지 제작진의 일관된 입장은 ‘침묵’이다. 제작진은 사망 사실을 공지하는 보도 자료와 폐지 사실을 공지하는 보도자료 외에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촬영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논란이 확산되는 와중에 언론에 등장한 제작진의 모습은 “현재로선 말씀 드릴 수 없다” “경찰 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등 조심스러운 모습이 전부였다.

물론 <짝> 제작진 입장에서는 촬영 도중 출연자 사망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경황이 없었을 것이다. 한 마디 할 때마다 언론들이 벌떼 같이 달려들어 기사를 만들어내고, 이로 인해 논란이 더욱 확산되는 결과를 우려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작진이 침묵하는 사이 언론에는 유족들과 지인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제작진이 처음에 인기가 많았으나 이후 남성의 선택을 받지 못한 출연자를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만들면서 출연자가 힘들어했다는 것이다.

갖가지 추측 보도도 쏟아졌다. 언론에는 제작진의 입장 대신 ‘SBS 관계자’들이 등장했다. 몇몇 언론은 사건이 발생한 5일 SBS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짝> 폐지를 검토 중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자 다른 언론이 다른 ‘관계자’의 말을 빌려 ‘사실무근’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짝> 폐지가 결정된 7일, 임원진 회의에서 <짝> 폐지가 결정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다른 언론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하지만 결국 그 날 SBS는 <짝>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 SBS ‘짝’ 홈페이지 갈무리
 
이 같은 추측성 보도의 책임을 어뷰징(검색어 장사) 기사를 쏟아내는 인터넷 매체들에게 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전씨의 문자메시지나 지인과 유족의 구체적인 증언들이 언론에 보도되는 데도 침묵으로 일관한 제작진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SBS는 두 차례에 걸쳐 “사후 처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과연 SBS와 제작진이 진상 규명과 사후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이다. 제작진은 수사를 위해 촬영 영상을 제출하라는 경찰의 요구에 처음에는 “분량이 너무 방대하다”며 제출을 미루다 이후에는 “출연자 프라이버시 때문에 변호사와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결국 1000시간이 넘는 분량의 촬영 영상을 제출하는 등 경찰 조사에 협조했지만 그것으로 제작진 할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경찰이 1000시간이 넘는 영상을 분석하는 데 며칠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영상을 분석하는 이유는 전씨가 자살한 배경에 제작진이나 출연자와의 갈등이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 때문이다. 허나 이 촬영 영상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제작진이며, 전씨의 죽음에 제작진이나 출연자와의 갈등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 역시 제작진이 아닌가.

전씨 죽음에 대한 책임을 제작진이 인정하라는 것이 아니다. 온갖 추측과 의혹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언론에 ‘유족’과 ‘경찰’만 등장하고, 제작진이 등장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경찰은 10일 중간 수사 브리핑에서 현재까지의 수사 결과를 보면 “도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법률적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바꿔 말하면 SBS와 제작진은 법률적인 사후처리에만 최선을 다할 것이 아니라, 도의적이고 사회적인 사후처리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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