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지난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뿐만 아니라 훨씬 이전부터 보수언론 및 보수단체 등의 인사들과 밀접하게 교류하며 정부·여당에 유리한 여론조성·정치개입 활동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 대한 공판에서 이아무개 검찰 국정원수사팀 디지털증거수사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 수사관은 이날 검찰 신문에서 “장아무개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5팀 직원 이메일을 지난 2009년 1월부터 확인한 결과, 장 직원은 이때부터 외부조력자 송아무개씨에게 보수성향의 특정 언론사 국장에게 선물을 보내달라고 이메일을 보냈다”며 “장 직원은 2009년 4월 해당 언론사 국장에게도 ‘또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며 특정 내용의 칼럼을 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수사관의 증언에 따르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은 본격적으로 활동 범위를 넓힌 지난 2012년 2월 이전부터 일반인 외부조력자들을 활용하고, 보수우파 언론사·연구소·단체 등을 망라한 인사들과 교류하며 국가정보원법을 위반해 정치공작 활동을 펼쳐온 셈이다.

검찰은 “장 직원이 수차례에 거쳐 송씨에게 선물 명단을 보냈다”며 “이 명단엔 언론사 국장뿐만 아니라 보수우파 성향의 언론사 간부와 특정 연구소 연구원 등 보수우파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들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었다”고 밝혔다.

   

ⓒCBS노컷뉴스
 
아울러 검찰은 “장 직원의 이메일에서 외부조력자 송씨 외에도 송씨의 친구로 확인된 정아무개씨에게도 다수의 트위터 계정을 보내준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들에게 트위터 계정을 만드는 방법과 팔로워를 늘리는 방법을 비롯해 트윗덱 등 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해 특정 기사의 확산을 부탁하는 등의 내용을 정리해 이메일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검찰이 압수한 국정원 안보5팀 직원들의 이메일에서 발견한 메모장 텍스트 파일에는 왕성하게 활동하는 보수적 인사들의 트위터 계정이 별도로 표시돼 있었으며, 이 중에는 지난 대선에서 ‘십알단(십자군 알바단)’ 활동을 하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윤정훈 목사의 트위터 주소도 있었다.

이날 공판에서 “다수의 국정원 계정에서 윤 목사 트위터 글을 전파한 것을 확인했고 수십 개의 국정원 직원 계정이 직접 십알단을 표방해 활동한 것이 맞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이 수사관은 “빅데이터 업체 다음소프트로부터 받은 사실조회 자료로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십알단 계정을 추출하니 40여 개가 확인됐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3일 공판에서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5팀 직원 이메일에서 추출한 십알단 활동 의심 계정에 대해 “계정 옆에 괄호 열고 ‘십’이라고 적혀있는 계정은 국정원 직원이 십알단 활동 계정이라고 인정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십알단 관련 검찰 수사기록도 확보해 해당 계정을 비교해본 결과 윤 목사가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계정과 일치하는 계정은 단 한 개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국정원 직원이 직접 별도의 십알단 계정을 만들어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검찰은 “김아무개 안보5팀 직원 이메일의 텍스트 파일에서 국정원 트위터팀이 개설된 2012년 2월 이전에도 트위터 활동을 했다는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면서 “2011년 11월 1일과 6일 이메일에서 확인한 ‘박정희·인천공항·민영화·자유민주주의·안철(수)·비정규’라는 이름의 텍스트 파일 등 다수의 텍스트 파일엔 김 직원이 활동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저장돼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외에도 “김 직원이 작성한 해당 텍스트 파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그날그날 전파할 국정원 직원과 보수 인사 계정을 포함해 이슈와 논지, 참고할 언론사 기사 등이 일자별로 정리돼 있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