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관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이 지역은 임종훈 비서관이 과거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곳이다. 고위공직자인 청와대 비서관이 자신의 직위를 이용, 지역구 관리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짧게 보면 청와대 고위공직자의 도덕적 해이이며, 크게 보면 유정복 지원발언 논란에 휩싸인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의 분위기를 드러내는 사건이다. 허영일 민주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박 대통령이 유정복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인천시장 후보로 파견하면서 노골적인 ‘선거개입’과 ‘격려’를 하니까 청와대 직원까지 허파에 바람이 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뜩이나 국가정보원, 경찰, 군 사이버 사령부까지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청와대 비서관의 선거개입 의혹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이유에서인지 KBS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는 이에 대한 보도를 하지 않았다.
▲ 2014년 3월 8일 KBS <뉴스 9> 화면 갈무리. | ||
KBS는 다만 8일 뉴스에서 “6·4 지방선거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임종훈 민원비서관이 사표를 제출했다”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만 ‘간추린 단신’으로 처리했다. 임 실장이 어떤 선거에 어떻게 개입했는지는 없이 사표를 낸 사실만 보도된 것이다.
MBC도 마찬가지다. MBC는 이 문제가 최초 불거졌을 때 간판뉴스인 <뉴스데스크>에서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7일 MBC 뉴스에서는 돌고래 출산소식, 우시장 황소탈출 뉴스, 와인양주를 도난한 대학생 등의 소식을 보도했다. 양 방송사 모두 청와대 비서관의 선거개입 뉴스를 돌고래의 출산 소식보다 가볍게 본 것이다.
▲ 2014년 3월 8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
이 점은 SBS도 마찬가지다. 7일 SBS는 <8뉴스>에서 청와대 비서관의 선거개입 의혹을 보도하지 않았다. 대신 8일 KBS나 MBC와 마찬가지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원 영통지역 새누리당 시·도의원 출마 신청자들을 만나서,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청와대 임종훈 민원비서관이 사표를 냈다”며 민경국 대변인의 말을 보도한 정도다.
▲ 2014년 3월 7일 JTBC <뉴스 9> 화면 갈무리 | ||
주요 일간지들도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 임종훈 비서관의 사표까지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보수성향의 중앙일보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 “임 비서관에 대해 엄중한 조사와 이에 따른 조치가 불가피하다”(8일자 사설 <유정복·임종훈씨의 부적절한 처신>)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사에서는 이 문제를 외면했다.
결국 사건은 임 비서관이 사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꼬리가 잘리면서 일단락된 모양새다. 그러나 유정복 전 장관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발언 사건과 맞물려 청와대의 선거개입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돌고래 출산 소식을 전하면서도 임 비서관의 선거개입 논란을 외면했던 방송사들은 언제까지 이를 모른 척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