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들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대해 “사측의 ‘위장폐업’에는 눈 감으면서 노동조합에만 교섭 파행의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노조 측의 반발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경총 노사대책본부 노사대책1팀은 지난 3월 초 처음 발간한 ‘KEF e매거진 3월호’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협력사 직원들의 실질적인 처우개선노력은 뒷전인 채 협력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하면서 도저히 들어주기 힘든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교섭이 늦어지고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회사와 조합원, 시민들 모두의 피해는 가중되므로 투쟁보다는 진정성 있는 교섭을 나설 것”을 촉구했다.

경총에서 주장하는 지회 측의 ‘중소기업 문 닫을 정도의 요구’란 고졸 신입사원으로 입사 시 연간 4회의 상여금을 포함해 최소 5000만 원의 연봉과 정년 65세 보장 등이다.

이와 관련해 경총은 “협력사 사장들로부터 노조 요구안대로라면 더 이상 센터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며 “제조업에 기반을 둔 국내 최대 강성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근무형태와 임금체계가 전혀 다른 서비스업의 현실을 도외시한 채 투쟁 일변도의 지침만을 내림으로써 노동조합 내부에서도 불만과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 삼성전자서비스센터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경총이 사측의 단체협상안을 내지도 않고 임금안을 지회와 구체적으로 다뤄본 적도 없으면서 언론에 확정되지도 않은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박성주 삼성전자서비스 부지회장은 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9월 우리가 제시한 단협안에서 1년 차 신입사원의 기본급은 3600만 원이고, 이것도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에서 같은 일은 하는 엔지니어들의 70% 수준”이라며 “경총 교섭대표들은 무엇을 근거로 5000만 원 계산했는지 얘기한 적도 없을뿐더러 임금안을 가지고 우리와 논쟁을 해본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박 부지회장은 “지난해 우리가 단협 체결 전 당장 힘든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기초교섭요구안을 제시하자 이런 식의 교섭은 안 된다며, 단협 내용을 달라기에 바로 단협안을 냈는데 사측 안은 지금까지 못 받고 있다”며 “지회와 충분히 논의도 안 해보고 마치 귀족노조가 무리한 요구로 파업해 국민에게 피해가 간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부지회장은 또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서비스가 원하청 간 상생 방안의 일환으로 엔지니어기사들에 대한 업무용 차량 지원 등에 나서고 있다”는 경총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는 지난해 고 최종범 열사의 희생 이후 이미 합의했던 내용이고, 지금까지 업무용차량을 지원 안 했던 게 문제이지 이제야 주면서 생색낼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래 올해 3월 1일 자로 전국 모든 센터에 일괄 지급하기로 약속해 놓고 현재 차량 지급도 조합원이 없는 센터 위주로만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마저도 회사에서 요구하면 언제든 반납해야 하고 차량에 손괴나 손실이 발생하면 사용한 직원 책임이라는 이상한 조항 때문에, 차를 가지고 일을 하라는 건지 차를 모시고 다니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3곳(부산 해운대·충남 아산·경기 이천센터)은 지난달 27일과 28일 경영 악화 등의 이유로 폐업을 통보했다. 갑작스러운 센터 폐업 사태에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은 지난 7일 해운대와 이천센터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조합원들에겐 일방적으로 폐업 통보를 내리고, 비조합원들에게는 ‘2~3달만 기다려봐라’고 말하는 등 앞에서는 교섭하자고 하면서 위장폐업 등으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회는 “사측이 해운대센터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 승계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서비스 노사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을 수도 있다”며 “위장폐업과 무분별한 대체인력 투입 등으로 무리수를 두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와 교섭권 위임자 경총이 노리는 효과와는 달리 미조직 센터 노동자들이 노조가입을 결정하는 등 사측의 심각한 탄압에 대한 동료들의 반대 여론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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