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이용하려던 숙박업소와 논쟁 중에 '내가 기자다. 기사를 쓸 수도 있다'고 말한 다음, 실제 해당 업체에 불리한 기사를 쓴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숙박업소는 언론중재위, 나아가 민사소송까지 준비할 것이라 밝혔다.

지난 6일 파이낸셜뉴스 2면에 <"체크인 지났으니 입실 안돼" 게스트하우스의 '배짱 영업'>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체크인 시간이 늦었다는 이유로 입실을 거부하고 숙박비 6만원도 환불 해주지 않은 게스트하우스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기사는 "게스트하우스 측에서는 오후 10시 이후는 체크인이 안 된다며 입실을 거부했다. 해당 약관이 있는데 이를 확인하지 않은 Y씨의 과실이라는 것"이라며 "Y씨는 예약 당시 그런 약관을 보지 못했고 나중에야 게스트하우스 공식 블로그의 별도 공지사항 게시판에 이 같은 약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기사는 해당 사례를 '횡포가 지나치다'라고 표현했다. 이 기사는 "일부 '잘나가는' 게스트하우스들의 횡포가 지나쳐 소비자들의 피해로 크게 늘고 있다"며 "특히 부당한 내용의 약관으로 게스트하우스 이용객이 피해를 본 경우 구제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소비자들의 주의는 물론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 파이낸셜뉴스 3월 6일 2면 기사
 
파이낸셜뉴스의 지적처럼 부당한 약관으로 숙박업소 이용객들이 피해를 보는 점은 지적해 마땅하다. 하지만 이 사례가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사례이며 대화 과정에서 기자가 "내가 기자"라는 신분을 밝혔다면, 또 몇몇 정황이 누락된 채 보도됐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해당 게스트하우스 대표는 "기사에 왜곡이 있으며 기자가 신분을 밝히면서 '기사를 작성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강릉게스트하우스 주인 박아무개씨는 "여러명이 한 방을 쓰기 때문에 밤 10시 이후에 입실이 불가능하다. 밤 9시에 전화를 드렸는데 출발전이라고 하셔서 체크인이 힘든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방에는 4명의 손님이 있었다"며 "대신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봐드리겠다고 했다. 실제 방을 알아봤고 그쪽으로 가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게스트하우스보다는 '도미토리'에 가까운 숙박업소인 것이다.

그리고 밤 11시에 두번째 전화통화가 이루어졌다. 박씨는 "그때 도저히 못 오겠다고 환불 이야기를 하셨다. 저는 환불은 법률상 권고하는 사항인데 저희는 당일 환불은 안 된다고 말했다"며 "그때 갑자기 기자 신분을 밝히시면서 '서비스가 형편이 없다. 제가 이거 기사를 쓸건데, 나중에 당황하시지 말라고 이야기 드리는 것' 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기자라는 신분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니까 너무 억울하기도 하고.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댄데 기자가 자기 신분을 내세워서 그러냐고 생각해 왔는데, 이렇게 딱 만난거다. 저는 처음에 장난치는 줄 알았다"라며 "기사를 내신다면 저도 다른 말은 않겠다. 있었던 일은 공정하게 써달라고 했다. 그렇게 하라고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러나 기사는 여러 사실이 누락돼서 나갔고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타격이 크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 기사는 지난 포털사이트 톱기사로 노출되면서 122개의 댓글이 달렸다. "저런 숙박업소는 망해야한다" "소보원에 바로 민원을 넣아야할듯"등의 부정적인 댓글이 주를 이룬다. "강릉게스트하우스 2호점"이라고 게스트하우스의 이름을 거론한 기사도 있다.

   
▲ 해당기사에 달린 댓글
 
이에 대해 해당기사를 작성한 파이낸셜뉴스 사회부  이아무개 기자는 7일 미디어오늘에 "기자라는 신분은 밝혔지만 기사를 쓰겠다고 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기자는 자신이 강릉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서비스가 형편없다'고 비난했다는 게스트하우스 주인 박씨에 말에 대해 "제가 협박을 한 것은 전혀 아니고, 아는 기자에게 추천을 받아 갔는데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서 실망을 했다는 식으로만 말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여러 정황의 누락 부분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은 게스트하우스랑 조정을 하고 있는 상태"라며 "저도 게스트하우스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원이든 정부당국이든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에 초점을 둔 기사"라고 말했다. 기사를 데스킹한 사회부 부장도 "기사 내용 부분은 검토를 마쳤고 외적인 부분은 잘 모르겠다. (기자라고 신분을 밝힌 부분은)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자가 자신의 사례를 기사에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친구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객관적 거리 유지가 안 되기 때문에 취재윤리상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자 신분을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취재를 할 목적이 아니고, 피해를 당하는 과정에서 상대를 위협할 목적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강릉게스트하우스 주인은 "언론중재위에 조정 요청을 할 것이고, 그게 안 된다면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민사소송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기사가 보도된 이후 이아무개 파이낸셜뉴스 기자는 9일 본인의 입장을 보내와 "(당시 주인에게) '서비스가 형편없다'는 식의 말을 한 적이 없고, 소비자 입장에서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을 기사화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밝혀왔다.

[기사일부보강 3월 10일 오전 11시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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