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출연자 사망으로 논란을 빚은 <짝>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강압적인 촬영을 했다는 증언 등 ‘제작진 책임론’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SBS는 7일 오후 3시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SBS는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출연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프로그램 ‘짝’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며 “SBS는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SBS는 또한 “이번 사건의 사후 처리에 최대한 노력할 것이며, 앞으로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짝> 폐지를 둘러싼 논란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 5일부터 확산됐다. <짝> 시청자 게시판에는 폐지 찬성과 폐지 반대를 둘러싼 시청자들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급기야 최민희 민주당 의원까지 나서 <짝>의 폐지를 촉구했다. 최 의원은 7일 논평을 내어 “고인의 정확한 사망 원인과 SBS 제작진의 책임 여부는 수사를 통해 밝힐 일이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짝>은 폐지하는 것이 마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고교 동창의 증언을 토대로 “사실이라면 제작 과정에서 고인이 큰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또한 “무엇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고인과 그 유가족을 비롯해 다른 출연자와 제작진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죽어나간 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다시 보여주며 웃고 즐기라고 강요하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폭력이 아닐 수 없다”며 “지금으로서는 SBS와 제작진의 책임여부와 무관하게 <짝>을 폐지하는 것이 답”이라고 말했다.

   
▲ SBS ‘짝’ 홈페이지 갈무리
 
SBS가 <짝>을 폐지하기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제작진 책임론’은 남아 있다. 언론을 통해 출연자가 사망하기 전 지인들과 보낸 문자가 공개되면서 제작진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남성의 선택을 받지 못한 출연자를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만들어 출연자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짝> 제작진은 이에 대해 “경찰 수사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입장 외의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

SBS는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짝> 폐지 입장을 밝히면서도 “사후 처리를 위해 노력하겠다” “좋은 프로그램으로 보답하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제작진 책임론에 대한 해명은 하지 않았다. SBS 홍보팀 관계자는 “제작진 책임론에 대한 입장은 없나”라는 질문에 “보도 자료를 통해 밝힌 입장이 전부”라고 답했다.

경찰 수사에 맡기고 기다려 보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수사는 꽤 오래 걸릴 지도 모른다. 강경남 서귀포경찰서 수사과장은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촬영 영상도 필요시 검토할 것이며, 제작진 측에 영상을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도 촬영 분량은 200시간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과장은 “촬영 분량이 매우 많고, 수사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사망한 전씨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역시 비밀번호를 풀어 분석해야 한다. 논란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관찰 프로그램이 그동안 마구 방송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제작진이 그간 출연자에게 관찰 프로가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지 충분히 설명했는지, 안이하게 제작한 것이 아닌지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이번 기회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관찰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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