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현 정부 정책기조인 창조경제의 핵심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예산 지원을 받는 기초과학연구원 부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수리연)는 지난해 23명의 비정규직에 대해 재계약을 해지했다.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5명의 비정규직 연구원에게 해고를 통보, 박 대통령이 언급한 방침에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수리연은 비정규직 해고 과정에서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은 물론 정부의 차별 시정 판정조차 무시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수리연 사용자 측과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수리과학연구소지부는 지난해 11월 22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그해 9월 합의한 단체협약에 대한 해석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지노위는 양 당사자의 주장과 관계 법령을 검토한 뒤 지난해 12월 17일 ‘사용자는 비정규직을 계약기간 만료만을 이유로 해고하지 않는다’는 단협 조항에 대해 “징계해고 등 재계약을 거부할만한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부당하게 재계약을 거부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결정했다.
▲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지난해 12월 ‘사용자는 비정규직을 계약기간 만료만을 이유로 해고하지 않는다’는 단협 조항에 대해 위와 같이 판정했다. |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노동위원회의 단체협약 해석에 관한 견해 제시는 중재재정(직권중재)과 같은 법적 효력이 있다. 하지만 수리연 사측은 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월권’이라고 주장하며, 원하는 행정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형범 수리연 연구지원실장은 6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노동위의 결정은 계약이 만료됐다고 해도 해고사유에 해당하는 큰 해를 끼치지 않으면 재계약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차원인데,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연구소 학자들에게 단순 노무 노동자에게나 해당하는 ‘계약 갱신 기대권’을 적용하는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노동위의 결정은 연구소 운영에 대한 월권이자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라고 보기 때문에 행정심판까지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수리과학연구소지부는 지난달 12일 노조간부를 비롯한 비정규직 5명의 해고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제공=수리연지부 | ||
최연택 수리연 지부장은 지난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연구소 비정규직 직원 33명이 정규직 가운데 가장 낮은 직급의 85%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으며 일해 왔다며 차별시정 신청을 냈는데, 이번에 해고된 5명 모두 여기에 참여했던 사람이고 노조 지부장과 홍보국장도 포함돼 있다”면서 “김 소장의 비정규직 대량해고는 개별 계약자들의 계약 문제가 아니라 정상화를 요구하는 조합원들과 현 소장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직원들을 내몰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최 지부장은 비정규직 연구원들이 계약만료에 따른 재계약 과정에서도 절차상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재계약 심사평가가 현 소장에 의해 악용되면서 규정에도 없는 ‘검토반’을 내부공지만으로 시행했고, 직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외부 인사가 참여해 인위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등 신뢰성이 전혀 없다”면서 “자신에게 맹종하는 자들에게는 승진과 우수평가 등 편의를 제공하고 조합원과 비판적인 직원에게는 모든 불이익을 자행하며 비정규직의 경우 해고까지 일삼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써 수년째 공공연구기관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 김동수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 ||
지형범 실장은 재계약 심사가 불투명하다는 주장에 대해 “검토반이라는 규정으로 명문화돼 있지 않을 뿐이지 재계약을 위한 내부규정과 절차가 있다”면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수학계의 권위 있는 학자들이 와서 평가하는데 공정성 시비는 말이 안 되고, 연구자들은 다음 프로젝트 계획에 대한 타당성 있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