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인터넷 강국’이란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그 이면의 수많은 통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 정보 공개 청구의 목적은 여기에 있었다.

지난달 29일 방통심의위 홈페이지에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방통심의위가 삭제하거나 접속 차단하는 계정 및 사이트 목록, 조치한 이유를 알려달라고 했다. 존재하지만 사라진 계정 및 사이트, 게시물들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와, 방통심의위 조치의 타당성에 대해 토론할 필요성이 있었다.

설 연휴가 끝나고 방통심의위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접수를 확인하는 전화했다. 심의가 열리기도 전인데, 담당직원의 말에선 ‘안 될 것 같다’는 냄새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이유는 대략 이랬다. “불법정보여서 차단한 것인데…불법정보라 공개하기 어려울 것 같다.”

   
▲ 박만 위원장이 2월 23일 서울 양천구 방통심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4년 제2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담당직원은 이전에도 비슷한 정보공개 청구가 있었지만, 공개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정요구 유형별 건수’로 정보공개 요청 내용을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방통심의위는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심사를 하기도 전에 이미 공개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드러냈던 셈이다. 정보공개 청구 목적을 달성해야 하므로 원래의 정보공개 청구 내용에 건수를 추가해 청구하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방통심의위는 14일 시정요구 건수만 부분 공개했다. 부분 공개 이유는 법 조항 달랑 하나였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비공개대상정보) 1항 2호와 3호였다.

요청한 정보가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2호)이거나 “공개될 경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3호)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애초 부분공개한 정보도 홈페이지에 이미 공개돼 있는 ‘통신심의 현황’과 그 내용이 같을 정도로 부실했다. ‘기타법령위반’와 관련한 시정요구 현황을 구체적으로 달라고 추가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그나마 국가보안법 관련 시정요구 건수를 알 수 있었다.

비공개 청구 이유는 너무나 포괄적이었다. 이를테면, 차단한 계정이나 사이트, 삭제한 댓글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 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를 낳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이의 신청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방통심의위 사이트에는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는 장치가 아예 마련돼 있지 않았다. 담당직원이 알려준 ‘비공식적’(?) 방식으로 지난달 19일 접수했다. 이의 신청에 대한 결과는 아직 통보되지 않았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6년간 총 30만3553건에 대해 시정요구를 했다. 엄청난 권한을 행사했다. 그런 만큼 투명한 정보 공개를 바란다.

※ 비공개 대상 정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국회규칙·대통령령 등에 따라 비밀로 규정되거나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거나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정보, 내부 검토 과정에 있는 정보, 성명·주민번호 등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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