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0일 열린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는 종영된 tvN <응답하라 1994>에 대한 법정제재가 이뤄졌다. 청소년보호시간대임에도 4회에 걸쳐 등장한 욕설 장면이 방송심의규정 제51조(방송언어)제3항, 제44조(수용수준)제2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주의’(벌점1점)를 받았다.

오전 7시부터 9시,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인 청소년보호시간대를 피한다면, 이런 장면을 넣어도 제재 받지 않을까. 방통심의위 제재 실상을 보면 ‘그렇지 않다.’ 같은 날 전체회의에서는 케이블 채널 CGV <올드보이>(감독 박찬욱)에 대한 법정 제재도 이뤄졌다. 영화에 등장한 욕설·폭력·성행위 장면이 제36조(폭력묘사)제1항, 35조(성표현)제2항, 51조(방송언어)제3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박만 위원장은 “규정상으로는 성인들만 보도록 돼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다수 의견에 따라 ‘경고’(벌점 2점) 조치했다. ‘문제없음’ 의견을 낸 위원은 박경신 위원밖에 없었다. 박 위원은 “19금 영화를 청소년보호시간을 피해서 방송했고, 이 영화는 국제영화제에서 상도 탔는데 이것도 규제하면 과잉규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tvN ‘응답하라 1994’(왼쪽)와 영화 ‘올드보이’ 포스터
 
방통심의위의 ‘도덕적 엄숙주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를 떠올리게 한다. 영등위는 최근 영화 <폼페이>의 포스터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반려했다. 키스하는 남녀 주인공 뒤로 펼쳐진 폭발하는 베수비오 화산이 성적 은유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관능의 법칙> 포스터도 영등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중년 여성들의 짧은 치마 길이가 퇴폐적이라는 이유다.

권경우 문화사회연구소장은 “박근혜 정부가 취임 초기부터 ‘불량식품을 근절하겠다’고 천명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불량하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유신시대 사회적 ‘불순함’을 제거했던 것처럼 도덕주의적 강박관념이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의 제재가 한국 사회의 보수화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 소장은 “검열이나 통제가 자연스럽게 대중의 삶으로 스며들 것이다. 통제와 검열 강화는 사실 일베와 같은 극우세력이 노리는 현상이기도 하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