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복기 허핑턴포스트(아래 허포) 코리아 공동편집국장은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허포 사무실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큐레이팅의 진수를 보여주는 건 지방선거 즈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지금은 에디터들이) 이 플랫폼을 익혀가는 단계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허포 코리아를 재밌고 유익하고 뉴스의 흐름도 읽을 수 있는 매체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현지화’가 성공요건]

아래는 권복기 공동편집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창간한지 4일이 지났는데 솔직히 평가가 좋지 않다.
“일단 콘텐츠의 질을 높였으면 좋겠다는 평가와, 고료 미지급에 대해 비판이 있다. 콘텐츠에 대해선 매체 성격을 이해 못하는 게 있다. 허포는 큐레이션 매체다. 허포에 들어가면 뉴스의 흐름을 알 수 있고, 재밌는 이야기, 유익한 정보가 많다는 시각으로 큐레이팅하는 것이다. 네이버에게 자체 콘텐츠가 없다는 비판을 하지는 않지 않나.

CMS(콘텐츠관리시스템) 교육을 2주 동안 받고, 4일 만에 창간했다. 계약이 늦어지니깐 CMS 교육도 늦어졌다. (아직 에디터들이) 기존 뉴스 중에서 선택하는 훈련이 안되어 있는 부분은 있다. 그런데 언론 종사자의 시각과 일반 독자의 반응은 다르다. 일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재밌고, 사진이 많아서 편하다고 한다. 그리고 플랫폼이 새롭다는 평가도 있다.”

- 허포가 추구하는 콘텐츠는 어떤 형태인가.
“소위 ‘우라까이’를 할 생각은 없고. 우리 시각을 담은 공들인 기사(가공, 취재)를 하루에 몇 개씩 내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 콘셉트의 기사가 포털에도 없다. 진영이 나누어져 싸우는 것보다 그 너머의 내용을 담고 싶은데 그런 기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기존 기사의 대다수는 기자가 하고 싶은 내용이고, 이용자가 많이 클릭하는 건 (검색어를 통한)연예뉴스다. 허포가 추구하는 건 둘 다 아니다.”

   
▲ 권복기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공동편집장
 
- 허포에 맞는 기사가 없으면 어떻게 큐레이팅하나.
“가능할 것 같다. 허포는 CMS 교육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주요하게 다루고, 에디터가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이용자가 읽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교육한다. 미국 허포는 2013년 총기 사건으로 희생자 사진 100개를 편집해서 ‘자유의 대가(The Price of Freedom)’라는 제목으로 (머리기사를) 내보냈다. 이런 콘텐츠가 어떤 기획기사, 심층보도보다 임팩트가 강하다고 본다.

기존 언론은 똑같은 훈련을 겪은 비슷한 DNA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용자의 DNA는 바뀌어있다. 이용자들이 딱딱한 내용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딱딱한 방식을 싫어한다. 예를 들어 이효리 씨가 ‘쌍차 노동자 모금’에 동참하면서 4억원을 모았다. 기존 언론의 방식은 계속 크게 ‘모금한다 모금한다’고 쓰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참여하지 않는다. 그런데 시대의 아이콘이 얘기하면 사람들은 반응한다. 뉴스도 선정적인 게 아니라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감성을 지녀야 한다.

아마 한두 달은 시스템 세팅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큐레이팅의 진수를 보여주는 건 지방선거 즈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에디터들이) 이 플랫폼을 익혀가는 단계라고 봐야 한다.”

- 어떤 부분이 이용자 중심적이라는 건가.
“CMS를 말로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트렌드 에디터 한 명이 이용자들이 관심 갖는 주제나, 반응하는 시각을 끊임없이 추적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도 계속 보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편집에 계속 반영한다.

허포 SEO는 어떤 이슈가 구글에서 많이 다뤄지는 지 기계적으로 추출 가능하다. 아직 SEO가 크게 작동하기에는 데이터베이스가 덜 쌓인 것 같다. 일본은 2013년 창간했는데 뉴스 사이트 중 5~7위다.”

- 허포 CMS의 특징은.
“이용자들이 어떤 키워드를 많이 쓰는지를 알 수 있다. 기사 제목을 듀얼로 내보내서 어느 제목에 이용자들이 반응하는지도 나온다. 아직 한국엔 유의미할 정도의 풀이 없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

- 인용요약보도는 뷰스앤뉴스, 위키트리 등이 이미 하고 있다.
“그런 부분은 겹친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디지털 공간의 실험을 한국에선 다 한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허포 플랫폼이 질적으로 조금은 사람들에게 더 호소력이 있지 않나 싶다. 우리는 뷰스앤뉴스에 비해 좀 더 종합적이고, 위키트리보단 좀 더 우리 시각으로 필터링해서 보여준다.

CMS를 사용해보니 굉장히 재밌는 플랫폼이고, 우리만 준비가 잘 되면 한국에서 새로운 매체를 보여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창간 4일째라 구체적인 논거를 대기는 어렵지만 감이란 게 있다. 허포엔 한국 이용자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이용자들이 좋아할만한 아기자기한 장치들이 있다. 포털도 큐레이팅을 하지만, 이용자들이 찾아가기 어려운 큐레이션이다. 허포는 이용자들이 고민하지 않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이용자들의 UX(사용자경험)가 생기면 영국, 일본처럼 이용자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 허포 SEO는 구글용이다. 네이버에 대한 전략은.
“그건 구글 검색시장이 확대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일본도 구글 검색 점유율이 90%인데 한국 웹은 10%정도다. 그래서 그것보다 바이럴쪽을 많이 생각한다. 허포의 콘셉트와 아기자기한 콘텐츠가 ‘응답하라 1994’처럼 SNS 입소문을 통해서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기 가면 ‘재밌고 유익하고 따듯하더라. 뉴스의 흐름도 읽을 수 있더라.’라는 평가를 받는 매체를 만들 것이다.”

- 포털과 다른 점은.
“포털이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면, 허포는 25~44세를 타깃으로 하는 콘텐츠 집합소라고 생각하면 된다.”

   
▲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광고 '인생은 뉴스로 가득하다'
 
- 이미 블로그 기반 매체로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등이 있고, 허포 콘텐츠가 그쪽보다 참신하지는 않다.
“허포 블로거는 본인이 쓰고 싶은 것을 쓰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어떤 글을 써야 사람들이 반응하는가를 학습하면서 나아질 것이다. 지금 ㅍㅍㅅㅅ나 슬로우뉴스도 수준이 높은데, 허포는 아직 준비가 안돼서 에디터들이 자신의 인맥들도 섭외를 다 못한 상태다. 현재 180명 정도인데 생각보다 빠르게 늘어난다. 수백명 넘는 건 별로 어렵지 않다고 본다.”

- 허포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각자가 가진 선의를 북돋워서 그런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네트워킹할 거다. 내가 기자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내가 이 세상 나쁜 놈들 다 혼내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둠을 쳐부수는 건 정말 형체가 없고, 휘저어 봐도 잡히지 않는다.

10년차 정도가 됐을 땐 어둠 속에선 빛을 밝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돼서 정치부를 그만두고 공동체라는 아이템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초기에 조합원 천명을 넘었던 한살림이 이제 40만명이 됐다. 그 때 한두 개밖에 없던 대안학교가 수백개가 됐고,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이 이제 수천개가 됐다. 나쁜 것에 대한 지적, 비판도 필요하지만 다른 길을 가는 것도 보여줘야 한다. 뉴스룸에서 동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그런 매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캐치프레이즈를 소개한다면.
‘인생은 뉴스로 가득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정했다. 기자들이 쓴 것만 기사라고 보지 않고, 시골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쓴 것도 뉴스라고 생각하고, 초등학생의 편지도 뉴스라고 보는 것이다. 네트워크가 커지면 허포는 다채로워지고, 생활밀착형이 되면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사이트가 될 것이다. 아직 우리 사이트를 짐작하지는 말아 달라. 지금은 세팅을 하는 단계다.

사회 비평기능도 한다. 허포는 ‘얘기하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그 가치를 이용자들이 읽게 만들어라’고 한다. 미국 허포의 ‘자유의 대가’ 편집을 보고 ‘(그 동안)내가 관심 갖는 주제를 나의 언어로만 말하려고 했구나. 이용자들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지 못했구나.’라고 생각했다. 허포엔 그런 기법을 쓸 수 있는 다양한 도구가 있다.”

- 허포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이유는.
“허포와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 가진 매체가 없다. CNN과 통신사도 특파원을 보내지만, 각 나라의 제휴 매체사의 지적 자산을 활용해서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통신원, 특파원이 가서 보는 것과 질이 다르다.

지금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단계지만 20~30개가 되고, 언어장벽을 뛰어넘는다면 그 파워는 간단치 않을 것이다. 미국 허포의 표현처럼 웹 CNN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 에디터 9명으로 심층보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직접 취재해서 심층보도하는 건 쉽지 않고 우리의 시각을 가지고 큐레이팅 할 것이다. 그건 아직 우리 영역은 아닌 것 같다.”

- 허포와 한겨레의 역할과 자본금이 궁금하다.
“양사가 공동 투자해서 법인을 만들었다. 허포는 브랜드, 플랫폼을 제공하고, 한겨레는 대표이사, 편집장 추천권이 있고 운영을 담당한다. 계약 내용은 컨피덴셜(비밀유지협약)이 되어 있다.”

   
▲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광고 '인생은 뉴스로 가득하다'
 
- 지금 자본 상태로는 2, 3년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광고 비즈니스 외에 다른 비즈니스를 구상하고 있는가.
“아니다, 광고 기반이다.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게 정확하게 카운팅이 된다. 미국은 페이지뷰 기반 광고가 있고, 스폰서 페이지(네이티브 애드·기업 등이 후원하는 페이지 혹은 콘텐츠) 비중도 꽤 높다고 한다.

스폰서 페이지는 페이지뷰가 어느 정도 확보가 돼야 한다. 앞으로 1, 2년은 사이트가 안정적인 페이지뷰를 확보하는데 관심을 가질 것이다. ‘검색질’에 뛰어들 생각은 없다. 새로운 개념과 새로운 툴이 펼쳐지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 것이다. 3년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이라고 본다.

- 광고는 ‘구글 애드센스’만 있나.
“지금은 광고 시스템을 서버에서 구축 중이라 애드센스만 있다. 한겨레 디지털미디어국 전략사업부가 광고영업을 하고, 미국 허포도 한다. 미국 허포가 글로벌 광고를 따오고 각 나라가 동의하면 전 세계 에디션에 실린다. 글로벌 광고 네트워크가 구축되는 건 강점이다. 기업도 각 나라 별 에이전트를 두는 게 아니라 허포와 하면 전 세계로 광고가 된다. 효율적이다.”

- 고료 미지급 정책은 ‘무의식적으로 전업작가들의 밥그릇을 차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블로거는 허포의 필진이 아니다. 허포는 블로그 공간을 제공하는 것뿐이다. 허포가 전업작가에게 상업적으로 요청한 것도 아니고 수필이나 일기 같은 글들이다. 우려가 이해는 되지만 우리 플랫폼이 그 분들 우려처럼 콘텐츠 생태계를 흔들지는 않을 것이다.”

- 다른 언론사 기사를 (아웃)링크한 것도 논쟁이 있다.
아웃링크라는 게 그쪽에 페이지뷰를 주는 것인데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 포털에겐 아웃링크해달라고 하면서... 우리가 기사를 도용하면 모르겠지만. 다른 매체는 다 ‘우라까이’를 한다. 그나마 양심적이라고 하지 않고,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지금은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이 유통하는 방식이 문제지. ‘콘텐츠 프로바이더’는 유통 창구가 많아지면 더 좋은 것 아닌가. 법적으로 검토해봤고 아무 문제가 없다. 일본 야후도 주로 아웃링크를 한다.

- 허포 코리아에 디지털리스트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플랫폼은 AOL의 수백명이 책임지고 있고, 창간 후 한 번도 다운된 적이 없다. 일본 편집장은 IT 출신인데 ‘이렇게 안정적인 시스템은 처음 본다’고 한다. IT 기술지원은 다 되어 있어서, 허포 코리아에 IT인력이 있을 필요가 없다. 에디터들이 HTML 등에 대한 기본이해는 다 하고 있다.”

- 왜 나눔고딕인가.
“‘본문은 나눔고딕이 이쁘다’는 의견이 있다. 다만 머리기사 제목은 너무 힘이 없어서 바꾸려고 한다.”

- 댓글관리자의 역할은.
“댓글 작성의 기본 원칙은 퍼미션(승인)이 돼야한다. 욕설 등이 자동 필터링된 결과를 댓글 관리자가 한 번 더 확인해서 올린다.”

- 뱃지 시스템을 설명해 달라.
“허포 코리아는 이용자가 많아지면 그때 고민해야지 아직 그 단계가 아니다. 미국도 뱃지 시스템이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 전체 직원은 몇 명이며, 주말과 새벽 근무는 어떻게 하나.
“손미나 편집인과 에디터 8명, 댓글관리자 4명으로 총 13명이다. 당연히 주말 당직이 있고, 새벽엔 대응 못한다. 큰 언론사는 야근 당직이 있지만 그건 인력적으로 불가항력이라고 본다.”

- 현재 제휴 언론사는.
“연합뉴스, 한국일보, OSEN과 제휴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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