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지난 3일부터 전사원이 참여하는 신문확장대회를 시작했다. 120일 동안 확장 목표는 5만부다. 이번 캠페인에선 각 부서와 직책별로 목표유지부수가 책정됐다. 확장실적 1위에게는 순금 100돈으로 만든 트로피를 수여한다. 지난해 서울·수도권에서 부수확장에 열을 올렸던 중앙일보를 견제하기 위해 사내에서 강하게 추진하는 모양새다.

조선일보는 “확장 부수에 따라 순금 1돈에서 20돈까지 차등 지급되며, 포상휴가도 주어진다”고 밝혔다. 더욱이 올해는 장기독자 유치를 위해 ‘유지수당’이 지급된다. 독자가 1년 이상 구독료를 납부할 경우, 이후 구독료 납부부터는 확장 사원에게 1부당 매월 3000원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조선일보 내부 분위기는 싸늘하다. 업무도 많은데 신문까지 확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신문 팔려고 입사한 것도 아닌데 확장에 대한 압박이 전보다 더 심해졌다. 명시적으로 할당량은 없지만 확장유지수당까지 생기며 부담이 더 늘어났다”고 말한 뒤 “젊은 기자들을 중심으로 사내확장에 대한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사옥
 
조선일보의 사내확장 모습은 서울·수도권에서 경쟁지인 중앙일보와의 격차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2013년 ABC협회 공사보고서와 2011년 공사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서울·수도권 유료부수 격차는 2010년과 2012년 사이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11월 중앙일보는 한국리서치의 신문구독행태조사를 인용해 중앙의 수도권 구독률이 8%, 조선의 수도권 구독률이 7.8%라고 밝혔다. 강남3구의 경우도 중앙이 12.1%, 조선이 10.5%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비슷한 기간 조사된 한국갤럽의 신문이용행태조사를 바탕으로 조선의 열독률이 19.5%로 1위, 중앙의 열독률이 11.9%로 2위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지난해 중앙과 조선의 서울·수도권 격차가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원 확장과 관련해 중앙일보 한 기자는 “1부 확장을 하면 계열사 쇼핑몰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3만 포인트(3만원)를 받고 매월 2천원이 급여에 가산되는 혜택이 있다. 조선일보가 사내확장에서 중앙을 이기기 힘든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확장 할당량과 포상을 강화한 만큼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한편 중앙일보 기자들의 경우 조선과 달리 의무적으로 영자신문 ‘Korea Joongang Daily’를 구독하고 있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구독료가 급여에서 공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개인이 부담하는 영자신문가격은 할인가로 한 달에 8000원 수준이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는 2월 말까지 그룹차원으로 진행하는 영자신문 사원구독 및 ‘Boom-up’ 캠페인을 공지하기도 했다. 공지에 따르면 본인 명의로 영어신문을 1부도 구독하지 않은 임직원은 본인 명의 1부를 구독 신청해야 하며 조직별로 급여공제 동의 란에 자필 서명해야 한다.

조선과 중앙에 비해 동아일보 기자들은 확장에 대한 압박이 덜한 편이다. 신문을 강제로 봐야하는 경우도 없고, 평기자들이 할당량으로 부담을 갖는 일도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의 한 기자는 “대부분 데스크 선에서 부수확장을 한 뒤 부원들에게 확장실적을 나눠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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