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지난 6년간 각종 사이트 및 게시물과 SNS 계정 등에 시정요구한 건수가 6,00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이 방통심의위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방통심의위는 2008년 1,231건, 2009년 339건, 2010년 1,620건, 2011년 1,431건, 2012년 682건, 2013년 699건 등 총 6,002건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다. 시정요구 유형별로 보면 ‘삭제’ 5,210건, ‘이용해지’(‘이용정지’ 포함) 17건, ‘접속차단’은 865건이었다. 시정요구 이행 비율이 99%에 달하는 점을 감안해볼 때, 시정요구를 받은 6,002건은 인터넷망에서 사실상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국가보안법 관련 시정 요구는 정보·수사기관인 국가정보원, 경찰이 방송통신위원회로 요청하면 산하 기관인 방통심의위가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시정요구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법조계에선 6,002건이라는 시정요구 건수도 놀랍지만 그보다는 이 같은 제재가 이뤄진다는 것 자체가 더욱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는 사법부에서 다뤄야 할 영역인데도 방통심의위에서 대법원 판례를 임의적으로 해석해 인터넷상에서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방통심의위는 국보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굉장히 많은 건을 한꺼번에 처리하고 있다”면서 “국가에 의한 전방위적 글 삭제는 불법성에 대해 확실하게 심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활동해야 한다”며 국보법과 관련한 방통심의위 심의에 대해 반대의견을 밝혔다.

방통심의위가 대법원 판례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경신 방통심의위원은 “대법원 판례가 매우 보수적인 점도 문제이지만, 대법원 판례는 북한을 찬양·고무한 것을 뛰어넘어 적대적인 군사행위를 선동하는 등 적극적인 행위를 했을 경우로 의미를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심의위는 찬양·고무의 성격이 있다고 하면 무조건적으로 시정요구를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보법 관련 통신심의가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다보니 당사자들도 반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강성남)도 지난해 “북한 체제를 찬양하거나 일방적인 주장을 선전하는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삭제해달라는 공문을 방통심의위로부터 받았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어떤 부분이 국보법 위반인지 합리적인 이유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적절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