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취재 뒷이야기를 모은 ‘SBS 취재파일’이 상세하고 ‘날이 선’ 기사로 뉴스보다 더 많은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SBS 취재파일은 취재기자들이 취재 뒷이야기나 복잡한 이슈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코너로 SBS 뉴스 홈페이지에 매일 업로드된다.

최근 SBS 취재파일은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여러 차례 다뤘다. 김요한 SBS 기자는 2월26일 <도다리 쑥국보다 못한 증거조작 사건>에서 “검찰도 정치권도 언론조차도 ‘사실이 무엇인가’보다는 ‘누구 편에 유리한가’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며 증거조작 사건의 핵심에 대해 정리했다. 김 기자는 3일 <증거조작 사건, 최악의 시나리오는>에서 “간첩 잡는 일이 물론 중요하지만 수사기관은 증거를 조작해서는 안 된다. 절차적 정의를 고수하지 못한다면 내 맘대로 외삼촌을 끌어다 처형하는 북한과 다를 게 없다”고 검찰을 강하게 비판하고, 증거조작 사건의 향방에 대해 분석했다.

권지윤 SBS 기자는 <‘추락하는 최강 수사기관’ 한국 검찰의 붕괴>에서 증거조작의 실체가 밝혀지면 국정원의 정보 인프라, 휴민트가 무너져 내리고 국익이 훼손된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한다. 권 기자는 “이런 주장은 이념의 허구성에 근거해 본질을 왜곡시키는 말이다. 이번 조작 사건에 국정원이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미 휴민트에 금이 가버린 것이 원인”이라며 “검찰은 사실관계의 문제, 인권과 형사사법의 문제인 이번 사건을 이념과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주장에 흔들리면 안 된다”고 밝혔다.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다룬 SBS 취재파일은 SNS와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일으켰다. 1분 30초짜리 방송뉴스에서 볼 수 없는 상세한 분석과 ‘각을 세우는’ 비판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 SBS의 한 기자는 “분량이 한정된 뉴스에서 다루지 못하는 취재 뒷이야기 등을 자세히 다룰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 SBS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SBS 취재파일이 화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무죄 판결을 다룬 <읽을수록 답답한 판결문>은 김용판 무죄판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은 기사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쉬운 판결문: 김용판 1심 판결>에서 일반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판결문을 쉬운 언어로 풀어줬고 <34년 만의 내란죄, 1심 법원은 왜 유죄로 봤나>에서는 이석기 의원이 유죄 판결을 받은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SBS 취재파일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슈를 중립적인 시각에서 다루는 SBS뉴스와는 달리 취재파일에서 ‘각을 세우는’ 비판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김용판 무죄 판결이 대표적인 사례다. SBS 8시뉴스는 김용판 무죄 판결에 관한 소식을 전하고, 여야의 반응을 전하는 등 ‘드라이’하게 보도했다. 판결문을 보니 “답답함에 울화가 치민다”는 취재파일의 논조와는 차이가 있다. SBS 8시뉴스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 담화문에서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다루며 관련 소식과 여야의 반응을 전하는 식으로 보도한 반면 취재파일은 기획재정부와 청와대 사이에서 경제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문제에 대해 비판했다.

취재파일이 때로는 상세하게, 때로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뉴스에 대해 다룰 수 있는 이유로 SBS 기자들은 ‘자율성’을 꼽았다. SBS의 한 중견기자는 “데스킹을 거치긴 하지만 뉴미디어부에서 말이 안 되는 내용인지, 무리한 내용이 있는지만 검토하는 등 기본적인 데스킹 과정만 거치고, 기본적으로는 기자 본인의 책임 하에 기사가 나가다보니 자율성이 살아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뉴스는 팩트가 틀릴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 발 빼고, 상대방 의견도 균형 차원에서 넣으니 무디게 느껴질 수 있다”며 “반면 취재파일에서는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느낀 바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SBS 뉴스가 취재파일처럼 적극적인 보도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SBS뉴스가 기계적 균형을 갖춰 사안을 중립적으로 다루기보다 취재파일처럼 각을 세우는 보도를 하고, 이를 통해 의제설정 능력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취재파일이 올라오면 항상 “이런 뉴스를 방송에서도 보고 싶다”는 댓글이 달린다.

취재파일은 SBS가 뉴스 시장 변화에 적응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SBS에서는 기자들이 취재파일을 쓰도록 독려하는 분위기다. 2000년 인터넷뉴스부 창설 때 취재파일이 처음 만들어졌지만, 기자들이 취재를 하면 꼭 취재파일을 써야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등 ‘안정화’된지는 오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도식 SBS 뉴미디어부 부장은 “방송기자들이 방송 말고 텍스트 기사를 쓰는 게 생각보다 굉장히 힘들다. 처음 (취재파일을) 도입했을 때는 혼란도 많았다”며 “여러 과정을 거쳐 기자들이 직무전환이 됐다. 취재파일이 기자들이 ‘해야 할 일’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초대 인터넷뉴스부 멤버였던 심석태 SBS 보도국 부장은 “회사에서 취재파일을 가급적 많이 쓰라고 권장을 한다. 옛날 같으면 방송기자는 방송만 하지만 지금은 방송 이상의 것을 해야 하고, 인터넷이 메인인 세상”이라며 “인터넷에서 기자들이 자기 색깔과 내용적 깊이를 보여주는 것이 매체의 물리적인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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