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적 석학 노엄 촘스키(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 교수)가 지난 2월 벌어진 조선일보의 정상추(정의와 상식을 추구하는 시민네트워크) 공격에 대해 “공격 자체가 최상의 격려 메시지”라며 “이는 그들이 ‘정상추’를 두려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노엄 촘스키는 정상추 측에 “하던 그대로 더 많이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추는 4일(한국시간) 뉴스사이트인 ‘뉴스프로’를 출범했다. 노엄 촘스키와의 인터뷰는 뉴스프로 창간 기념 인터뷰로 보도됐다. 촘스키 교수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놀랄 만큼 성장했지만 지금은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다”며 “한국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퇴보를 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촘스키 교수는 이와 함께 한국 언론들의 정권 종속 현상에 대해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미국은 1950년대 약 800개에 달하는 노동신문이 3천만명의 독자층을 가지고 있었으나 사라졌고 1960년대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은 좌파신문이었지만 아주 우파로 가버려서 망원경으로도 보기가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촘스키 교수는 “언론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언론 산업은 부유한 계층에게 제한됐고 언론이 광고에 의존하면서 주류 언론은 부자들로 이루어진 광고주의 원하는 바를 따르려 한다”며 “이 두 가지 요소가 언론 산업을 망하게 했다”고 말했다.

   
▲ 노엄 촘스키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 교수. 사진=뉴스프로
 
촘스키 교수는 이번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상황에 대한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촘스키 교수는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상황까지 왔다”며 “(민주주의의) 퇴보를 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촘스키 교수는 “독립적 판단을 할 정도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고 말했다.

촘스키 교수는 “필요한 것은 정직한 사법제도를 갖는 것”이라며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애초 한국이 민주주의를 이룬 똑같은 방법을 통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촘스키 교수는 “민중이 투쟁해 얻어내는 수밖에 없다”며 “이제껏 발견된 유일한 해결책은 조직화된 대중과 그들의 행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쌍용차 등 노동자 파업에서 드러나듯이 피해대중의 저항이 이뤄지기 쉬운 것은 아니다. 촘스키 교수는 이에 대해 “현대 육식성 사회에서 국민들이 자본을 귀찮게 하는 방법은 정부의 감독을 통하는 것”이라며 “파업 등 개별 행동을 통해 방해할 수 있지만 쌍용차에서 보듯 이는 상당히 가혹하고 형편없는 대우를 받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촘스키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대해 “역사가 항상 똑바른 길로 가지 않는다”면서 “국민이 방심하고 게을렀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촘스키 교수는 “대중은 항상 쓰라린 계급투쟁을 하고 있다”며 “만일 국민이 이 투쟁에서 물러선다면 독재 세력이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촘스키 교수는 “한국에 민주주의를 이룬 분들이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 기억해야 한다”며 “그분들과 같은 일을 해야 한다. 권력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촘스키 교수는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 보수진영이 ‘종북 몰이’를 하는 것을 두고 “정부 뿐 아니라 언론도 이런 흐름을 만들고 있다”며 “정말 비통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1930년대 미국은 아주 진보적인 입법의 시대를 겪었지만 이는 사실 집단적 대중조직, 노동운동 그리고 다른 그룹의 행동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촘스키 교수는 “(종북몰이는)바보 같은 짓”이라며 “공산주의 국가인 러시아에서 총파업하는 것을 본 적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대부분의 국가에서 총파업은 정상적인 행위”라며 “이것(종북몰이/매카시즘)은 독재 권력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막으려 시도하는 방법의 일부”라고 말했다.

공공재의 민영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 온 촘스키 교수는 최근 한국 정부의 민영화 추진 움직임에 대해 “민영화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대표적 산물로 기본적으로 대중을 공격한다”며 “미국은 한국이 이루고자 하는 의료 민영화가 이루어진 가장 극단적인 경우로 이것은 총체적인 재앙”이라고 설명했다.

촘스키 교수는 “보험회사는 의료복지를 제공해주는 회사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회사이고 철도와 은행도 같은 원리”라며 “은행은 신자유주의 아래 규제를 없애고 규제가 없어지면 그들은 바로 재정 위기를 맞고 정부에 구제해줄 것을 요구하면 정부는 그 요구에 따른다. 그러면 결국 한국에서 발생했던 것과 같이 금융위기를 맞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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