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렬 YTN 보도국장의 기사 내 ‘박근혜 공약’ 삭제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YTN 노사 공정방송추진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노사 공정방송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사측 위원들이 퇴장하는 등 파행을 빚었다.

여기에 YTN 사측이 지난주 YTN이 제작한 SB(station break‧광고방송)에 우장균 초대 앵커 사진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공추위는 지난달 10일 방송된 <‘무대책’ 경찰 증원…불만 속출> 리포트 중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한 부분만 삭제한 이 국장의 징계 혹은 보직변경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사측 위원들은 이 국장의 행위에 문제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노조 공추위는 이에 이 문제를 투표에 부치자고 주장했지만 이에 사측 위원들이 퇴장, 결국 노조 위원들끼리만 투표에 나서 찬성 5표, 기권 5표로 이홍렬 국장의 징계안은 부결됐다.

   
▲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YTN 사옥 내 사장실 입구쪽의 모습 ⓒ 연합뉴스
 
노조 공추위는 3일 노조 공지사항을 통해 “노사 공정방송협약은 공방위의 안건 처리 과정에서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투표로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 국장 행위에 문제가 있다는 노측 주장과 문제가 없다는 사측 주장이 맞서 결론이 나지 않기에 협약대로 투표하자 한 것인데, 사측은 문제가 없기 때문에 투표를 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주장했다.

공추위는 이어 “사측은 ‘투표 할지 여부를 별도 안건으로 상정해야 한다’고 했지만 노측 위원들은 협약 규정대로 투표를 진행했고 사측 위원들은 투표를 인정할 수 없다며 전원 퇴장했다”며 “사측 위원들이 이렇게 나온 것은 공방위 절차에 시비를 걸어 이 국장의 공정방송 훼손 행위 논란을 사소한 절차상 논쟁거리로 변질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록 이 국장에 대한 징계 혹은 보직변경 요구가 부결되었지만 노조 공추위 측은 이것이 의미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임장혁 노조 공추위원장은 “공방위 협약에 불공정 방송 사례가 있을 경우 공방위에서 노사 간 합의로 당사자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심의를 요구하거나, 사장에게 보직 변경을 요구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그 합의가 안 되면 투표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투표를 했을 경우 노사가 각각 5명씩 포함된 만큼 가부 동수가 나올 수 있다”며 “그럴 땐 5대5 동수가 나오면 일단 부결된 것으로 하지만 6개월 안에 같은 사람이 다시 공방위원회에 회부돼 같은 투표를 했을 경우, 그때도 동수가 나오면 협약에는 가결된 것으로 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즉 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향후 6개월 안에 이홍렬 보도국장의 불공정 행위가 불거진다면 그때는 사측 위원들이 이번처럼 퇴장해도 표결을 통해 이 국장의 징계나 보직변경에 대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측이 공방위의 이번 투표를 ‘원천무효’로 본다는데 있다.

이에 대해 YTN 박철원 홍보실장은 “회사의 입장은 이 사안은 처음에 불거졌을 때부터 징계요청 등을 투표에 부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최근 공방위는 노사 양측이 이 사안에 대한 입장차가 있었기 때문에 사측 위원들이 회의장을 떠났고 그 이후에 노조 측이 일방적인 투표 행위를 했기 때문에 사측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 YTN 해직기자. 왼쪽부터 조승호, 우장균, 현덕수, 노종면, 권석재, 정유신 기자.
 
한편 YTN 사측은 지난달 27일 YTN의 역사를 담은 새 SB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YTN의 초대 앵커였던 우장균 전 기자협회장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려 또 다시 노조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김백 YTN 상무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장균 앵커는 구본홍 사장 낙하산 반대 투쟁 당시 YTN으로부터 해직된 바 있다.

노조는 당시 성명을 통해 “김백 상무와 일부 간부가 1995년 개국 방송 화면에 2초 정도 등장하는 초대 앵커 우장균 기자의 얼굴을 지우라고 했다”며 “첫 방송 화면을 빼면 어떻게 YTN 역사의 시작을 표현하란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역사까지 삭제하려는 치졸함에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서 박 홍보실장은 “회사를 홍보하기 위한 SB에 해직자가 등장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라며 “우장균 앵커가 지금도 회사와 법정 소송을 하고 있는 해직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우 기자 삭제 지시가 나온 자리는)시사회로, SB에 대한 견해를 듣는 자리”라며 “SB 제작사는 화면 구성상 우장균 앵커가 나오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하지만 이는 구성을 조정하면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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