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의 전통과 가치를 지키면서 이를 스마트한 미디어환경 변화에 맞게 최적화시키는 것이 지금 CBS의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 한다”

김준옥 CBS 신임 보도국장은 지난달 28일 CBS 보도국에서 진행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CBS의 가치와 정체성’ 그리고 ‘스마트한 미디어 환경’을 강조했다. 김 국장은 3년 전 CBS에 ‘스마트 뉴스팀’이 만들어졌을 때 초대 스마트뉴스 팀장을 맡았다.

그는 지난 2월 11일 국장에 취임하자마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인터넷 뉴스 노컷뉴스팀과 스마트뉴스팀을 ‘뉴미디어 벨트’로 묶어 같은 자리에 배치했다. 김 국장은 “인사에 앞서 만사 제껴 놓고 자리 배치부터 다시 했다”며 “인터넷 뉴스와 사진, 동영상팀 등이 같이 붙어 있다보면 협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스마트한 미디어환경에 적응하되, 그 바탕에는 ‘CBS의 가치와 정체성’이 깔려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옳은 것은 옳다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는 건 언론이 가진 가치이자 사명이며, 가장 기독교적인 가치”라며 “좁은 의미에서의 기독교. 즉 교회적인 관점에서 보면 CBS가 찬송과 설교하라는 불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하나님 세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자유와 정의, 평화를 위해 목소리 내는 것이 진정한 기독교 언론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또한 “CBS 구성원들이 이런 기독교적 가치에 입각해 뉴스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CBS의 정체성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30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제외한 방송 사업자들이 ‘유사보도’를 하고 있다며 CBS의 프로그램들을 ‘유사보도’로 분류했다. (관련 기사 : <CBS 유사보도 논란, ‘표적심의’에 이은 비판언론 옥죄기?>)

   
▲ 김준옥 CBS 보도국장
 
김준옥 보도국장은 유사보도 논란에 대해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국장은 “방송 정책을 만든 이들에게 원죄가 있다. 유사보도 논란은 정부가 해야할 일을 안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CBS는 최초에 방송허가를 받을 때 선교. 시사교양, 광고 등 모든 것을 다룰 수 있는 종합편성 사업자의 지위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신군부가 정권에 부담이 되는 뉴스와 광고 기능을 없앴고, 이 지위가 회복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이어졌다”며 “신군부의 행위는 정당하지도 합법적이지도 않았으며, 이를 원상회복시켜주면 문제는 해결 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의 유사보도 목록 발표에 대해 언론계 일각에서는 ‘비판언론 재갈 물리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 국장은 “과거에도 CBS의 보도에 부담을 느끼는 정치세력이 CBS의 보도를 없애려 한 적이 있다. 정치적인 의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며 “정치적인 면도 있고 다른 방송사업자들이 CBS를 견제하는 등 다양한 관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국장은 “하지만 정부가 보도를 못하게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정부에게 원죄가 있기 때문”이라며 “어느 정부가 와도 CBS의 보도를 막을 순 없다”고 말했다.

CBS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정치’심의는 박근혜 정부가 ‘CBS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에 힘을 더했다.  CBS <하근찬의 아침뉴스>는 통합진보당 사태를 다룬 지난해 8월 29일 리포트에서 “통합진보당이 고난의 행군을 하게 됐다” “(국정원이) 정치적 도박에 나섰다”는 표현을 썼다가 공정성 위반으로 권고 조치를 받았다. <김현정의 뉴스쇼> 역시 ‘연평도 포격’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박창신 신부를 인터뷰했다가 ‘공정성 위반’으로 법정제재를 받았다. 정부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주의’ 처분을 받은 CBS <김미화의 여러분>은 방통위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김준옥 보도국장은 계속되는 ‘정치심의’ 논란에 대해 “위축될 이유도 없고 잘못했다는 생각도 없으며 원래 해왔던 대로 계속 보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국장은 “심의 논란이 일었을 때 누가 먼저 문제제기를 하고 누가 먼저 목소리를 높였나. 청취자들이 먼저 들고 일어나지 않았나”라며 “그건 CBS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다른 사람들이 잘못했다는 의미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CBS 기자와 제작진들도 우리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CBS는 친여 혹은 친야의 수식어가 붙지 않는 언론사다. 그 사람들이 우리를 꺽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CBS가 보도를 열심히 한다 해도 CBS 자체가 가지는 한계는 분명하다. CBS가 방송3사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 김준옥 보도국장은 기자에게 성경의 한 구절을 들려주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가나안 땅을 점령할 때, 12지파의 대표 중 10명은 가나안 땅 정복에 반대했다. 가나안 땅 사람들이 이스라엘 백성들보다 장대하고 물산도 풍부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나머지 2명, 여호수아와 갈렙은 “우리에겐 하나님이 함께하시고, 그것이 옳은 길 아닌가. 내 눈에는 저들이 거인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결국 모세는 여호수아와 갈렙의 손을 들어준다.

김준옥 보도국장은 이 이야기를 인용하며 “CBS의 지향은 청취율과 시청률을 넘어선 비전과 진리”라고 말했다. “하나님은 CBS가 교회 안에 안주하려는 것을 용납지 않고, 여호수아와 갈렙처럼 담대히 세상과 맞서 싸워 이기고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 김 국장은 “우리 방송을 10명이 아니라 2명만 듣는다 해도 그게 진리라면 이에 따른다. 물론 청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이를 위해서 CBS의 정체성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때로는 10명보다 2명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진리의 편에 서 있는 경우가 있다. CBS 구성원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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