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10일 집단휴진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대규모 의료공백이 예상되는 만큼, 규모에 따라 이번 집단휴진이 불러올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3일 일간지들은 이번 집단휴진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 언론은 이들을 ‘집단 이기주의’로 몰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의협은 정부의 원격의료 및 병원의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 등에 반대하며 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이들이 왜 이에 반대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의협은 이번 찬반투표가 역대 가장 높은 투표율(의협 회원 중 53.87% 투표 참여)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의사들이 정부 정책을 강하게 반대하는 셈인데, 이것이 ‘집단 이기주의’ 때문이라는게 일부 언론의 주장이다. 물론 그것이 전혀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해당 정책은 의료공공성과 깊은 연계성이 있다. 단순히 ‘집단 이기주의’로 치부하면 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된다.

   
▲ 동아일보 3월 3일자. 10면.
 
동아일보를 보면 10면 <의협 “10일부터 집단 휴진” 정부 “법 위반…엄정 대응”> 기사에서 의협 측의 설명을 “최근 의료계 위기에 대한 회원들의 극심한 위기감이 역대 가장 높은 투표율과 파업 찬성표로 나타났다”며 “당장 한시적 휴진부터 시작하지만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무기한 파업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을 뿐이다.

동아일보는 의협이 “정부의 원격진료, 투자활성화 대책 등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 투표자 중 76.7%가 집단행동에 찬성했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중·대형병원 경영자 협의체인 대한병원협회는 의협과 달리 의료 기관의 영리자법인 설립을 허용한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찬성 의견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파업 참여가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대체 의협이 원격진료, 투자활성화 대책에 왜 반대하고 중·대형병원이 이를 찬성하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도 이날 10면 <의협 10일부터 집단휴진 정부 “참여 땐 형사처벌”> 기사에서 의협의 집단휴진 이유를 담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노환규 의협회장의 발언인 “왜곡된 의료제도를 바꾸길 원하는 의사들의 절박한 심정이 표현된 것”이라는 말을 넣었을 뿐, 이들이 왜 파업에 나섰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 중앙일보 3월 3일자. 30면.
 
오히려 중앙일보는 사설 <의협 집단휴진, 명분도 실익도 없어>에서 “국민 건강을 담보로 집단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이기주의적 판단”이라며 “정부는 불법 집단휴진을 지켜보는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의식하고 앞으로 의협의 요구에 일절 응하지 말고 지금까지의 논의 결과도 무효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까지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이 문제에 1면을 털어 분석했다. 다만 조선일보는 의협에서 내걸었던 원격의료 및 병원 영리자회사가 아닌 ‘보험수가’ 문제를 들고 나왔다. 조선일보는 10면 <동네 의원마저 ‘수익 양극화’…불만 커진 젊은 의사들이 파업 주도> 기사에서 “원격진료와 의료 영리화 논란에서 시작된 의정 갈등이 낮은 의료수가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표시로 이어지는 모양새”라고 보도했다.

물론 보험수가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의협 협상단이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을 수용하면서 보험수가 인상 논의를 이끌어내자 의협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단순히 의료수가 인상으로 의사들을 ‘챙겨주는’ 문제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 3월 3일자. 10면.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김종명 의료팀장(현직 의사)은 “원격의료나 투자활성화 방안 등 정부정책은 자본이 의사들의 밥그릇을 빼앗겠다는 것이니 의사들이 찬성할 수 없는 측면은 있다”며 “그러나 원격의료는 1차 의료 자체를 악화시키고 약국, 동네 병원을 몰락시킬 수 있고, 의사들의 전문성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 부분이 단지 의사들의 ‘밥그릇 문제’ 뿐 아니라 공공의료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김 팀장은 “보험수가에 대해서도 과거 의사협회는 단순히 ‘수가 인상’만을 얘기했지만 현 집행부는 보험 보장성까지 같이 얘기하고 있다”며 지금 의사협회가 어느 정도 의료 공공성을 의식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팀장은 “사실 그동안 의사집단이 기득권 세력으로 인식됐고 의사들 역시 국민들을 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외부에서는 당연히 ‘집단 이기주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팀장은 “하지만 조중동의 주장처럼 악의적으로 밥그릇 문제만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는 의협 스스로가 투쟁과정에서 국민들을 위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여론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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