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대표의 깜짝 신당창당 선언을 두고 당내 민주적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실리를 위해 명분을 저버렸다는 진보진영의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광진 민주당 의원은 김한길 대표의 ‘결단’에 대해 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언제부터 민주당이 당 대표 1인에게 당 해산, 합당, 신당 창당의 권한을 줬느냐”며 “이런 중차대한 일을 당원, 의원단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기자회견 5분 전에 ‘미리 상의하지 못해 양해를 구한다’는 문자 하나 달랑 보내고 끝낼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오전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 인터뷰에서 “김광진 의원에게 미리 설명하지 못한 것은 선배로서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통합은 공론화를 해서 하는 통합도 있고 지도부 몇 사람들이 대화를 통해서 하는 경우도 있다”며 “당 최고회의나 의원총회, 당무회의 등에서 인준을 사후에 받기 때문에 김 의원의 지적도 옳지만, 관례적으로 통합은 보안이 필요해 이렇게 이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절차상의 하자가 분명히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당의 통합은 결과적으로 국민이 바라는 대로, 또 당원들이 바라는 대로 잘 되면 그러한 절차상의 하자 문제는 뛰어넘는 것이 보통의 관례”라고 설명했다.

‘민주당과는 정치공학적 연대를 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던 안철수 대표가 돌연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창당하기 전이나 선거 전에는 국민들에게 명분을 내세우지만, 선거전에 막상 돌입하게 되면 항상 실리를 택한다”면서 “정치는 당선을 해야만 자기 정치 철학을 국민을 위해서 펴기 때문에 늘 정치권은 진검 승부를 하기 마련인데, 그러한 면에서 안철수 의원의 마음이 바뀐 것 같다”고 해석했다.

박 전 대표는 또 두 정치세력의 통합 과정에서 겪을 어려움과 관련해 “국민의 여망이고 민주당에서도 간절히 바랐던 사항이기 때문에 2~3일은 칭찬받겠지만, 앞으로 완전한 통합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고 여러 난관이 있을 것”이라며 “안철수 의원 측에서도 5대 5 지분을 가지고 출발하지만 그런 인적 자원을 갖고 있지 못해 사정에 따라서 꼭 지분 절반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노회찬 전 정의당 공동대표는 3일 오전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새정치연합의 민주당과 통합 결정에 대해 “독자 창당으로 지방선거를 돌파하고 지방선거에서 선거연대는 일절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는데, 그 두 가지 약속을 폐기한 것이 사실”이라며 “명분은 상당히 잃은 대신에 민주당과의 통합을 통해서 좌초에 직면했던 새정치 실험을 민주당과 함께 해나가게 돼서 실리는 챙겼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표는 “양당 기득권 체제를 혁신하겠다던 (새정치연합이) 이제 양당 기득권 체제에 스스로 걸어 들어갔기 때문에 당분간 새정치라는 말을 누구도 쓰기 힘들 정도로 오염이 돼버렸다”며 “이질적인 세력들 간에 화학적 결합이 어느 정도 이뤄질지, 오월동주 두 세력이 굉장히 힘든 가운데 구명정에 같이 올라탔기 때문에 그런 상태에서 장기 항해가 가능할지는 지방선거 이후에 두고 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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