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의 첫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아래 디지털 뉴스) '그섬, 파고다' 기획을 추진한 백재현 아시아경제 뉴미디어 본부장은 앞으로 한국 언론이 공을 덜 들이는 온라인 맞춤형 기사를 더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단지 다이나믹하고 번쩍번쩍하다고 좋은 콘텐츠는 아니다. 결국 콘텐츠 전달이 잘 되는 게 목적이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백재현 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디지털 뉴스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텍스트는 편집국 기획취재팀가 만들었다. 기사가 신문 지면에 연재되는 것을 보고 뉴미디어본부 웹기획쪽에서 '스페셜뷰'라는 이름으로 새로 포장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편집국도 기존과 다른 형태로 기사가 제작되는 것을 신기했고, 재밌게 만들어보자는 분위기가 생겼다.

두 번째 디지털 뉴스 제작에는 뉴미디어본부의 웹기획팀이 처음부터 결합해서 만들 계획이다. 취재할 때도 디지털 뉴스를 염두 할 것이라는 얘기다. 사진, 영상, 음성도 넣을 수 있고, 취재 기자들이 이런 식으로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할 수도 있다. 계속 이런 노하우가 쌓여야 한다."

- 제작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지면 연재 후에 기획, 디자인, 웹제작은 2주 정도 걸렸다. 처음 만드는 거라 뉴욕타임스 스노우폴도 봐야했고 논의도 많이 했다. 맨땅에서 시작한 거니깐 시간이 꽤 걸렸다."

- 트래픽을 공개할 수 있나.
"일반 기사에 비하면 트래픽이 많지 않다. 아시아경제가 코리안클릭 기준으로 주간 순방문자(UV)가 140만건 정도다. 글쎄, 이 방문자 중에 20%가 될까. 140만이라는 트래픽도 네이버를 통한 것이 상당한다.

(한국에선) 네이버에 걸리지 않으면 어렵다. 초기엔 사회관계망(SNS)에서 홍보가 됐고 소문을 듣고 트래픽이 조금 있었지만 '인풋(투입)' 대비 트래픽은 적은 편이다. 인턴 기자가 김연아 (검색어)기사를 쓰면 더 나오는 게 한국의 언론 상황이다."

- 네이버에서 디지털 뉴스를 유통할 수 없나.
"네이버가 받아들이지 못한다. 전 회사인 중앙일보에 있을 때 '인터랙티브 뉴스'를 뉴스캐스트에 걸자고 네이버에 제안했다. 온라인 독자의 입맛을 높여야 언론사도 그런 콘텐츠를 만들 거 아니냐고 말했다. 당시 네이버 담당자도 좋다고 했지만 결국 못 걸었다. 네이버엔 '한 기사를 클릭하면 한 기사가 나와야 한다'는 정책이 있다.

담당자가 '이 기사는 참 좋은데, (트래픽을 노린) 언론사가 한 기사에 수십명의 레이싱걸 사진을 넣고 누를 때마다 정보가 나오는 기사를 만들 수도 있다'라고 했다. 악용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한 클릭에 한 기사만 허용한다는 것이다."

- 언론사들이 온라인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만날 신문 지면 기사를 인터넷에 죽 뿌려놓고, (온라인에선) 트래픽을 얻으려고만 하면 안되다. 인터넷은 고유의 특징이 있는 매체다. 종이 신문을 그대로 갖다놓고 뉴미디어 역할을 하는 게 말이 되는가. 해외 매체는 오래 전부터 (지면과 온라인을) 다르게 했다. 그런데 편집국의 문화라는 게 바쁘고 해서 잘 안된다."

- 지면 기사와 온라인 기사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종이신문도 웹도 하나의 플랫폼이다. 종이신문도 플랫폼의 특징이 있고, 웹과 모바일도 각자의 기술적, 감성적 특징이 있다. 독자들이 각 플랫폼의 특성을 살린 콘텐츠를 원하는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종이신문, PC웹, 모바일 콘텐츠는 거의 대동소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큰 불만이 없는 건 (그런)경험이 없어서다.

플랫폼의 차이를 최대한 발휘해야 하는데 (한국 언론은) 긴 신문 기사를 온라인에 쭉 올리고 있다. 종이신문은 거의 100년 가까이 축적된 노하우가 있다. 역삼각형 글쓰기 등이 오랜 기간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 틀이 있다. 온라인은 하이퍼링크나 실시간 참여 등 여러 기능이 가능하다. 온라인에선 이런 기능을 구현해야 한다."

- 보도 후 내부 평가는 어떤가.
"좋다. 편집국에서는 "어 이쁘네. 신기하네."라는 반응이고, 경영진도 새로운 콘텐츠를 시도한 것에 호평이다. 다만 광고가 없어서 수익이 없다. 그렇다고 유료로 팔아야 할까? 글쎄다. 당연히 (이 방향으로) 가야할 것 같은데 수익 모델이 없는 게 고민이다. 그래도 편집국, 웹기획자, 경영진도 새로운 시도를 좋게 평가하고 있다."

- 성과와 과제는 무엇인가.
"편집국과 뉴미디어본부가 함께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그 과정의 노하우가 쌓여갈 것이다. 그게 내가 갖는 큰 수확이다. 이번 작품은 애초 기획 단계부터 함께 한 것이 아닌 점은 좀 아쉽다."

   
▲ 백재현 아시아경제 뉴미디어 본부장
 
- 디지털 뉴스 제작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나.
"(결국 목적은)'독자가 콘텐츠 쉽게 보게 하려는 것'이라는 송정수 박사의 조언을 살펴봐야 한다. 텍스트 기사보다 정말로 시원하게 편집됐다고 볼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단지 다이나믹하고 번쩍번쩍하다고 좋은 콘텐츠는 아니다. 독자가 주제를 잘 이해했는지, 그리고 지금 기능이 최적인지 고민해야 한다. 결국 콘텐츠 전달이 잘 되는 게 목적이다."

- 한국 온라인 저널리즘에 대한 제언을 한다면.
"공을 덜 들이면서 온라인 맞춤형 기사를 만들어야 한다. 신문 기사를 그대로 가져오는 걸 1점이라고 하면, 스노우폴과 같은 건 5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언론은) 웹이라는 플랫폼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한 게 아니고, 스노우폴이 나오니깐 (따라서) 5점 기사로 바로 점프했다. 2, 3점 기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조금만 생각을 발전시키면 웹 기획자가 아니라 기자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도 매일 스노우폴을 만드는 건 아니다."

- 2, 3점 기사는 어떤 걸 말하는 것인가.
"온라인에선 기사에 링크만 걸어줘도 좋다. 예를 들면 기사에서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한다면 관련 기사를 링크를 해주면 된다. 한국 언론은 그것조차도 안한다.

이전에 월스트리트저널은 부자에 대한 기사 하단에 독자가 자신의 월 수입을 입력하는 칸을 만들었다. 수입을 입력하면 독자와 기사에 등장하는 부자 간 자산의 차이를 비교해서 바로 보여준다. 일종의 게임화(Gamification)라고 부르는데 독자가 참여하고 재미와 정보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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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뉴욕타임스가 1년 동안 제작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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