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언론 중 하나인 허핑턴포스트가 한국에서도 창간했다. 온라인 소셜 뉴스 미디어를 추구하는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는 28일 오전 7시 사이트를 열었다. 온라인에 최적화된 요소를 통해 한국에서도 기존 언론을 뛰어넘고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로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허핑턴포스트의 주요 특징은 블로그와 뉴스가 조합된 형태라는 점이다. 아리아나 허핑턴포스트 회장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허핑턴포스트를 '하이브리드 매체'라고 소개했다. 허핑턴 회장은 "허핑턴포스트는 언론 매체로서 약 800명의 에디터, 기자, 기술자가 뉴스를 생산한다"며 "또 누구든지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면 학생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모든 주제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허핑턴포스트의 첫 화면은 큰 머리기사 아래 세 가지 단으로 구분된다. 제일 왼쪽 단은 블로거들의 글이 올라오며, 중간은 기사로 이루어진다. 가장 오른쪽 단은 광고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이 채워져 있다. 이런 형태는 전 세계 11개국의 허핑턴포스트 에디션이 모두 동일하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는 "허핑턴포스트는 각계 전문가들이 블로거로 참여해 함께 만들어가는 뉴스사이트"라며 "블로거들의 글을 가장 돋보이는 곳에 위치한 것도 그런 철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사이트를 공개한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는 첫 머리기사로 미세먼지 문제를 다룬 ‘서울. 28년후’을 배치했다. 구세라 에디터가 작성한 이 기사는 SBS, 아시아경제, 연합뉴스, 서울경제 등 기존 언론보도를 조금씩 인용해 요약하는 형식을 취해 앞으로 나올 허핑턴포스트의 기사 형태를 보여줬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는 이밖에도 '사랑이 승리한다'(애리조나 게이들 승리하다!), '박원순 정몽준 서울시장 가상 대결 승자는', '교황 덕분에 전 세계가 웃는다'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대체로 단순 인용보도나 가십성 기사가 많고, 기획이나 심층보도는 눈에 띄지는 않았다.

   
▲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는 28일 오전 7시 사이트를 공개했다.
 
또한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는 통신사인 연합뉴스 기사를 그대로 전재 처리했다. 허핑턴 회장은 연합뉴스 전재에 대해 "저희가 독자들에게 모든 것을 드리고 싶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허핑턴포스트 기자들은 자신의 기사에 좀 더 시간을 낼 수 있고, 이슈가 중요하다면 끈질기게 (취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는 이날 18명의 블로거의 글을 공개했다. 김문수 경기도 도지사, 심상정 정의당 의원, 영화배우 김의성씨, 만화작가 강풀,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다양한 업계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KBS 아나운서 출신 손미나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편집인은 "현재 100명이 훨씬 넘는 블로거가 참여하고 있다"며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열려있다"고 말했다. 블로거들은 허핑턴포스트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글을 쓰며 주제도 본인이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기존 언론이 주요하게 다루는 영역 외에도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허핑턴 회장은 "허핑턴포스트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게 될 것"이라며 "청년, 여성, 소수자, 심지어 힘 없는 동물들의 목소리까지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허핑턴포스트 미국 에디션엔 그린, 코미디, 스마터(Smater) 아이디어 등의 다양한 섹션이 있다.

2005년 미국에서 출범한 허핑턴포스트는 10년도 안돼 종이 신문인 뉴욕타임스를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자리 잡은 온라인 매체다. 허핑턴포스트는 구글 검색에 최적화된 기사 형태와 이용자 중심의 사이트 운영을 그 원인으로 꼽는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는 "허핑턴포스트는 이용자의 니즈를 반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뉴스 편집에 반영하고 있다"며 "국내 최초로 이용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뉴스 사이트"라고 소개했다.

   
▲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제호
 
허핑턴포스트는 현재 미국, 독일, 일본 등 11개국에서 현지 언론과 제휴를 통해 현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에선 한겨레신문과 손잡고 공동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권태선 한겨레 편집인이 대표이사로 참여했고, 권복기 한겨레 디지털미디어국장이 공동편집장을 맡았다.

경영을 담당하는 지미 메이언 허핑턴포스트 최고경영자(CEO)는 "2년 전 국제화를 시작했을 때 15개 나라에 허핑턴포스트를 설립하는 게 적절하다고 봤다"며 "목표는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서 2015년까지 월 방문자 1억명을 넘는 것이다. 현재 월 9500만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는 허핑턴포스트의 자회사로, 매체의 플랫폼을 비롯해 콘셉트, 노하우 등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의 운영 전반을 미국 본사가 책임진다. 한겨레는 대표이사와 편집장 추천권을 갖는다.

한국의 빠른 인터넷 속도와 활성화된 SNS 이용이 허핑턴포스트의 진출 근거가 됐다. 메이언 CEO는 "한 조사를 보면 한국인은 하루 120분을 온라인에서 보내고, 그 중 3분의 1(40분)을 뉴스 소비에 사용한다. 그리고 온라인 뉴스 소비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허핑턴포스트는 한국 온라인 미디어 시장에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봤다. 메이언 CEO는 "(현재) 한국 광고주는 예산의 10%만을 인터넷 미디어에 사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온라인 광고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한국은 훌륭한 진출 장소"라고 덧붙였다.

한편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는 출범에 맞춰 첫 번째 프로젝트로 ‘개천에서 용나기’ 캠페인을 실시한다. 이 캠페인은 스토리 분야에 재능과 열정을 가진 젊은 인재를 발굴하는 프로젝트로서, 첫 분야로 웹툰을 다룰 예정이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는 스토리컴퍼니(주)와 함께 5억원을 투자해 10편 이상의 웹툰을 제작한 후 허핑턴포스트 네트워크르 통해 국내외에 배급할 계획이다. 두 번째 캠페인은 ‘(동물보호시민단체)카라와 함께 하는 동물사랑 캠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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