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지난 26일 종합편성채널 4사에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에 합의했다가 27일 새누리당이 이를 번복했다. 이에 대해 종편 채널을 운영하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 등이 지면을 통해 압박을 가하면서 새누리당이 백기를 들었다는 것이 언론계 안팎의 분석이다.

27일 일제히 방송법 개정안을 비판한 위 4개 신문은 28일, 새누리당의 번복 소식을 전하며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방송법 개정안을 ‘개악’이라 부르며(동아일보 28일자 6면 <새누리 ‘개악 방송법’ 원점 재검토>) 새누리당이 뒤늦게 사태를 파악했다(중앙일보 28일자 5면 <“방송법 개정안 위헌”…뒤늦게 심각성 깨달은 새누리>)고 전했다.

해당 법안은 방송 뉴스의 공정성이나 객관성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다. 특히 일부 종편 채널이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방송을 해 왔기 때문에 편성위원회는 최소한의 견제장치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언론들은 편성권 보장을 들먹이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막말·저질 방송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방송들이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신문사들은 이상한 논리를 들어 방송법 개정안을 ‘개악’이라 부르고 마치 이 법이 통과되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붕괴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신문들의 이 법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라는 점에서 보는 사람들의 눈살을 더 찌푸리게 하고 있다.

   
▲ 조선일보 2월 28일자. 35면.
 
조선일보는 <민간방송까지 모두 ‘노영 방송’ 만들겠다는 건가> 사설에서 “노조가 편성위 절반을 차지하면 제작 방향부터 특정 프로그램 방영 여부까지 쥐고 흔들 길이 열린다”며 “방송이 이념을 앞세운 노조에 휘둘리면 어떻게 되는지 국민은 공영방송들에서 질리도록 봤다. 오죽하면 ‘노영 방송’이란 말까지 나왔겠는가”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도 마찬가지다. 동아일보는 <민간방송 자율성 멋대로 훼손하는 오만한 국회> 사설에서 “노조가 편성권을 쥐게 될 경우 공정성을 빌미로 오히려 노조 편향성을 갖게 될 수 있다”며 “2012년 MBC 장기 파업에서 보듯이 지상파 방송들은 강성노조 때문에 공영 아닌 노영 방송이라는 비판을 듣는다”고 주장했다.

   
▲ 동아일보 2월 28일자. 31면.
 
최근 6년 간 공영방송은 권력의 편에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왔다. 그런 공영방송이 ‘노영 방송이 됐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어이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KBS나 MBC가 망가져있는데 어느 국민이 그에 대해 노영방송이라 하겠나”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공영방송은 종박방송으로 낙인찍혔다”며 “MBC도 제2의 김재철 체제가 구축된 상황에서 노영방송이라니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또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편성위원회에 노조가 참여했다고 “경영권과 인사권에 끼어들면서 조직이 마비될 수 있다”는 침소봉대도 늘어놓는다. 게다가 이는 자사 언론노동자에 대한 깊은 불신까지 드러낸 셈이다. 이 처장은 “노측이 많은 것도 아니고 동수”라며 “지금까지 국민들이 보기에 불편한 방송을 내보내온 종편 사측이 노측에 휘둘리겠는가? 괜한 염려를 과대 포장하는 형태”라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방송공정성특위에서 편성위원회에 합의하고 절차를 밟는 와중에 (이들 언론들이) 본인이 불리한 상황에 놓이니 그에 대한 염려를 확대 해석하는 모습”이라며 “기본적으로 전파라는 공공재를 쓰는 방송이라면 편성위보다 더 강력한 조치들을 법적으로 보완해야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 중앙일보 2월 28일자. 30면.
 
사실 위 언론들과 비교하면 중앙일보는 비교적 차분해 보일 정도다. 중앙일보는 <‘편성위’ 법제화는 민간방송에 대한 자율권 침해> 사설에서 “민간방송은 민간이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며, 따라서 방송의 지향성도 공영방송과 차이가 있다”며 “방송 내용에서도 민간방송은 공익성과 함께 상업성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일보 역시 이해당사자가 지면을 활동해 국회 합의를 막아서고 있다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는 매일경제까지 종편을 운영하는 언론사 모두에 적용되는 것이다. 딱히 반박할 부분도 없으니 주장을 뒷받침 할 것은 과장과 호들갑 뿐이다.

이 처장은 “신문에서도 노사 편집위원회가 있어야 한다”며 “조중동에서는 그런 것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민간방송사의 주요 주주인데, 그 방송에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난 상황”이라며 “언론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에 어긋나는 방향으로 종편을 이끌어 간 언론들이 그런 정제되지 않은 논리를 펼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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