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한국 언론이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아래 디지털 뉴스)를 제작해서 좋은 호응을 얻었지만 한계와 과제도 그대로 드러냈다. 기술적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탐사보도의 연장선이 아니라 새로운 형식만 가져온 ‘해외 언론 따라하기’ 수준에 머물렀다. 또한 언론사 뉴스룸 내 제작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전반적인 온라인 저널리즘의 진화를 이끌기 위한 구조적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우선 기술적인 부족함에 가장 눈에 띄었다. 별도의 페이지를 만들어 영상과 사진, 인포그래픽을 주요하게 배치한다는 형식은 따라했지만 UI(사용자환경), UX(사용자경험)는 이미 높아진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하진 못했다. 이성규 보다스트리트 대표는 “전체적인 UI 구성이 해외 사례를 그대로 가져오는 방식에서 크게 탈피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독자들이 그런 방식으로 읽는지, 긴 글을 읽을 때 그런 UI가 최적화된 것인지, 화면 별로 어느 정도 글자 수가 적당한지를 이해하고 배치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자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느낌을 들었다”며 “그런 부분을 고쳐서 디지털 뉴스가 하나의 뉴스 포맷으로 정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와글와글 합창단'
 
최진순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한국경제신문 기자)는 “디지털 뉴스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가미돼 스토리를 풀어가는 뉴스”라며 “기술적인 완성도에 따라 메시지 전달력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나온 디지털 뉴스는 언론사 내부의 기술적인 집적도가 떨어지는 상태에서 제작됐다“며 ”UI와 UX측면에서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론사가 직접 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상당히 든다“며 ”내부에 그런 기술력이 없다면 외부 파트너와 함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기자들이 익숙하지 않은 장문의 내러티브 기사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은 “해외와 달리 한국 언론은 장문의 이야기를 다뤄본 적이 거의 없다. 기획기사도 그렇게 길지 않고, 종이 저널리즘은 삶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다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언론은 기존에 있는 장르(다큐멘터리)를 멀티미디어적으로 만든 것이고, 우리는 형식을 쫓아서 만들다보니 결과적으로 충분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기자들이 디지털뉴스 첫 문장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30여명의 영화감독, 소설가를 만난 것도 이런 이유다.

디지털 뉴스가 탐사보도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도 차이가 있다. 이성규 대표는 ‘스노우폴’은 탐사보도, 심층보도를 온라인으로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위터 등 짧은 글이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탐사 저널리즘이 죽을 거냐’는 질문이 나왔고, 새로운 표현방식을 활용하면 ‘독자들도 긴 기사를 읽을 수 있다’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탐사보도의 연장이 아니라 (새로운 형식의)벤치마킹 차원에서 실험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그놈 손가락'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디지털 뉴스의 지속적인 제작을 보장하지 못하는 뉴스룸의 구조다. 많은 언론이 시도했지만 전담팀이 구성된 곳은 조선일보(크로스미디어팀)정도다. 대부분 언론사내 의지가 있는 소수가 자발적으로 디지털 뉴스를 만들었다. 언론사가 '온라인 저널리즘' 전략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시작했다기보다 구성원 몇몇이 경영진과 편집국의 무관심을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며 이번 결과물을 이끌어낸 것이다.

경험 부족이라는 원인도 있겠지만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지고 상당히 오랜 제작기간이 걸린 것도 결국 인력의 문제다. 일단 편집국의 취재 기자를 제대로 차출한 곳이 없다. 매일경제도 프리미엄부 기자들이 기존 업무를 병행하면서 주말에도 업무를 했고, 경향신문은 현장 기자들이 기존 취재자료를 TFT에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 아시아경제도 편집국 기자들이 디지털 뉴스 제작에 온전히 결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민중의소리는 해당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들이 직접 TFT에 참여했다. 기획과 기술적인 부분에서 시간이 걸렸지만, 결과물이 나오는 데는 고작 2주가 걸렸다. 이처럼 편집국 차원에서 지원하지 않는다면 기자들이 기존 업무를 병행하면서 디지털 뉴스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최민영 경향신문 미디어기획팀장은 "아직까지도 신문들이 다 종이쪽으로 많이 쏠려있다"며 "온라인쪽으로 무거운 돌을 옮겨가기 위해서 다들 격변기를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 기술자의 뉴스룸 영입도 절실하다. 해외 언론은 개발자 등을 대거 채용하면서 디지털 뉴스를 적극 생산하고 있다. 이성규 대표에 따르면 뉴욕타임스는 뉴스룸 내에 인터랙티브 뉴스 테크놀로지 부서를 별도로 두고 있으며 인력만 30명이 넘는다. 개발자와 디자이너, 영상기자들로 구성된 이들은 인터랙티브 저널리스트라고 불린다. 최민영 팀장은 "디지털 뉴스의 질은 실력 있는 개발자 확보에 따라 좌우된다"며 "개발과 영상, 디자이너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 2010년 제작된 중앙일보 인터랙티브 뉴스
 
수익모델과 뉴스 유통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한국 언론은 실험적 성격이 강한만큼 디지털 뉴스에 광고를 붙이지 않았다. 조선일보(프리미엄 조선)와 매일경제(매경e신문)도 유료화 정책의 일환으로 제작했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도 공개했다. 공이 많이 들어가는 디지털 뉴스가 언론사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기는 하지만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위해서는 수익이 가능한 모델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2010년 중앙일보가 ‘인터랙티브 뉴스’를 선보였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 현재는 섹션 자체가 인포그래픽 뉴스로 대체됐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스노우폴에 배너광고를 추가한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네이버가 사실상 장악한 온라인 뉴스 유통채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매일경제 당대불패는 초반에 네이버 배너 효과를 얻었지만, 다른 디지털 뉴스는 그렇지 못하면서 많은 독자들에게 접근조차 못했다. 또한 언론사 사이트 내 별도의 섹션도 필요하다. 2005년 이후 동아일보가 시도했던 ‘데이터 저널리즘’과 ‘GIS 활용 보도’ 등은 당시 ‘이달의 기자상’을 받는 등 각광을 받았지만 현재 동아일보 사이트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월부터 디지털 뉴스를 선보일 파이낸셜뉴스는 사이트 내 별도의 섹션을 구축하고 지속적인 제작을 할 계획이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획①] 디지털 스토리텔링, 온라인 저널리즘을 바꿀까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획③]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 2·3탄 곧바로 나온다
[인터뷰①] 백재현 아시아경제 뉴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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