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들의 연이은 자살과 과로사로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과도한 업무량을 줄이기 위한 정부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노동 과정에서 성희롱과 폭언·폭행 등 인권침해와 감정노동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오후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에서 ‘사회복지사 인권실태, 사회복지계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사회복지사들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상·종교의 자유,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폭언과 폭행, 감정노동 등 인권침해 문제도 심각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이날 강은애 동덕여대 교양학부 강사가 발표한 ‘2013년 사회복지사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99.2%가 일상적으로 대면하는 동료와 상사, 민원인으로부터 폭언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폭행을 당하거나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전담공무원도 각각 19.2%와 17.2%에 달했다.

강은애 강사는 “학교 사회복지사의 경우 상급관리자로부터의 폭언(36%)을 가장 많이 경험하고 있는데 학교 사회복지사의 고용 형태상 조직 내 지위가 열악한 점도 이러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면서 “학교 사회복지사의 경우 10명 중 9명은 계약직으로 나타났고 실제 서울지역 학교 사회복지사의 근속 기간은 평균 12개월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27일 오후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에서 ‘사회복지사 인권실태, 사회복지계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강성원 기자
 
강 강사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성폭력 피해 경험에 대해서도 “사회복지시설 및 기관(6.4%)과 사회복지 전담공무원(10.5%)이 민원인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가장 많이 경험하는 것과 달리 학교 사회복지사의 경우 상급관리자로부터 성폭력을 경험하는 비율(9.8%)이 가장 높았다”며 “이는 같은 해 보건의료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3.6%)에 비해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이고, 공공기관 종사자 3.8%가 지난 1년간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것과 비교할 때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성폭력 경험은 평균 3.8배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피해가 발생했을 때 사회복지 종사자들을 가해의 대상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대책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 강사는 “피해 경험자들의 단 6%만이 피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받았으며, 80% 이상은 기관이나 가해 대상에 대해 어떤 요구도 하지 않은 채로 ‘참고 넘겼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복지사들이 겪는 폭언과 폭행, 성희롱 등의 문제는 기존 법제도(남녀 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가 좀 더 실효성 있도록 가해자에 대한 사업주(기관장)의 제재 권리와 의무를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며 “산업안전보건법의 제26조(작업중지) 조항을 사회복지업무 현장에 적극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작업중지 조항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 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사업주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사회복지사들은 끊임없이 민원인을 응대해야 하는 스트레스로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앞선 실태조사에서 사회복지사의 33%가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었으며 특히 학교 사회복지사의 경우 53.5%가,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43%가 상담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우울증 증세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강 강사는 “사회복지사의 감정노동 수행 정도가 비정규직에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감정노동과 소진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고용안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울러 사회복지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진 해소 프로그램이 개설·확대될 필요가 있고, 장기적으로는 업무 과다에 따른 소진을 예방하기 위해 인원 확충과 안식주간이나 안식월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 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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