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해 일부 언론은 26일 지면에서 쌍수를 들고 나섰다. 이들 언론들은 ‘계획은 잘 짰으니 이제 실행만 하면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수 있다’고 말한다.

조선일보는 5면에 <전 경제기획통들 “대통령 실행력이 관건…내수 키울 각론 빠져”> 기사를 통해, 동아일보는 4면 <개혁방안 잘 잡았지만…이해 얽힌 국회-노사 설득 관건>을 통해 위와 같이 말한다. 중앙일보도 4면 <내수 키워 성장…방향 맞지만 큰 ‘한 방’이 없다>고 말한다.

경제민주화가 사라졌든, 박 대통령의 474비전이 이명박 정부의 747가 뭐가 다르든, 평가는 각각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담화에 대한 동아일보의 26일 사설 <낙하산 중단-노동 개혁 빼놓은 경제혁신 불가능하다>는 특히 눈에 띈다. 재계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동아일보의 정체성, 그 ‘생얼’을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사설에 따르면 동아일보는 이날 박 대통령 담화 중 ‘공기업 낙하산 방지’와 ‘노동 정책’ 대목에 불만을 드러냈다. 문제는 이중 ‘노동’ 관련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대립적 노사 관계를 대화와 타협의 관계로 바꾸어야 한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합리한 임금 격차를 줄이고, 비정규직 해고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동아일보 2월 26일자. 31면.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비정규직 해고 요건 강화’를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이 방침은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 선진국의 노동시장 개혁과는 거꾸로 가는 것”이라며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유연성을 확대하지 않고 비정규직의 해고만 더 어렵게 해서는 청년층의 신규 고용이 갈수록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고용유연성’은 기업이 마음대로 노동자를 해고하고 고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1997년 IMF와 함께 국내에 정착한 ‘고용유연성’이란 말 때문에 기업별로 대대적인 정리해고가 단행됐고 그 빈자리를 비정규직이 채우면서 노동의 질은 악화됐고 노동조합의 힘도 위축됐다. 노동유연화로 기업경쟁력이 강해졌는지도 의문이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이기 위해 정리해고 요건을 약화시키자고 주장한다. 정규직·비정규직의 해고 요건을 약화시켜 쉽게 해고하게 하고 그 자리에 청년을 다시 비정규직으로 고용하자는 주장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자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중소기업 비정규직과 같은 취약 부문은 정부 지원으로 불합리한 임금 격차를 줄여줄 필요가 있지만 계약기간이 끝난 비정규직의 해고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운동 금지’를 선포한 뒤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경직성을 높인다면 ‘본질적 해결’을 피하고 고질병을 불치병으로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동아일보의 주장에 대해 “유럽 등의 경우 최소한의 사회안정망이 노동유연화에 뒷받침 되어있는데 우리는 취약하다”며 “노동시장 양극화에 대해 중앙정부가 차별을 해소학고 불안한 고용을 안정시키고 그게 맞다. (동아일보의 사설은) 그걸 도외시 하는 것 밖에 안 되는데, 바람직한 지적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이어 “언론이 사용주의 편에서 그들을 비호하는 것은 이제 식상하고 문제 개선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마침 대통령의 발언도 있으니 이제 언론이 간만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니 만큼 그런 부분에 있어 다른 분석과 구체적인 대안모색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행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요건은 지금도 단순하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으면 된다. 노동조합과도 ‘협의’만 거치면 된다. 쌍용자동차는 지난 2009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며 153명을 해고했다. 이 사태로 24명의 노동자가 자살 또는 질병으로 사망했다. 2009년 당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외쳤다. ‘해고는 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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