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많은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1년에 대한 평가와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다. 하지만 유독 방송3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25일 MBC 뉴스데스크, KBS 뉴스9, SBS 8시뉴스는 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모두 헤드라인 뉴스로 취임 1주년 소식을 전했다. MBC는 5꼭지, KBS는 9꼭지, SBS는 4꼭지에 걸쳐 관련 뉴스를 전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문을 그대로 전달하는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MBC는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벤처기업 육성, 서비스산업 규제완화 등의 박 대통령의 경제혁신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62.5%가 넘는다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도 전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나 평가는 <‘경제혁신 계획’ 여야 반응…“청사진 제시” VS “반쪽 계획”>에서 취임사에 대한 여야의 반응을 덧붙인 것이 전부였다. SBS 역시 ‘통일준비위’ ‘벤처기업 육성’ ‘경제개혁 3개년 계획’ 등 박 대통령의 담화문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비판이나 평가의 목소리는 여야의 목소리를 기계적으로 전한 <여 “입법 뒷받침 있어야”…야 “민생 빠졌다”> 한 꼭지가 전부였다.

KBS는 ‘통일 준비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규제완화’ ‘연금 개혁’ ‘실업급여 개편’ ‘상가 권리금 보호 제도’ 등 무려 9꼭지에 걸쳐 조목조목하고 상세히 박 대통령의 담화문 내용을 전달했다. <[9확대경] ‘제2 벤처붐’으로 일자리 200만 개 창출…어떻게?>에서는 박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 정책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심층 보도했다.

   
▲ 25일자 KBS ‘뉴스9’ 갈무리
 
KBS는 ‘데스크분석’을 통해 자체적인 평가를 덧붙였다. 긍정적인 평가 일색이었다. <데스크 분석>은 박 대통령 담화문에 대해 “경제 혁신과 국가 체질개선으로 다시 한 번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이라며 “정치권이 이전투구중인 각종 현안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최우선 과제인 경제와 통일 분야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이어 “깨알 리더십이라 불리는 박대통령이 이번에도 부처별 과제를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며 박 대통령의 담화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런 긍정적인 평가와 달리 취임 1주년인 25일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졌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2.25 국민총파업대회를 진행했다. 서울 시청광장에만 주최측 추산 4만 여명의 시민‧노동자들이 모여 ‘박근혜 퇴진’ 목소리를 냈고, 전국 12개 지역에서 20만여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국정원 대선개입’ ‘민영화 및 공공부문 개혁 반대’ ‘언론장악 반대’ 등의 목소리를 냈다.

   
▲ 25일 오후 명동성당 앞에 모인 언론노동자들이 시청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하지만 MBC와 KBS 뉴스에서는 2.25 국민총파업 관련 뉴스를 접할 수 없었다. 그나마 SBS가 27번째 꼭지 <민주노총 등 전국 12곳 동시 ‘국민파업’ 투쟁>에서 관련 소식을 전하며 MBC와 KBS에 비해 기계적 균형을 갖췄다. 하지만 SBS 보도 역시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는 내용 외에 구체적인 내용 없는 형식적인 보도에 그쳤다.

이런 방송3사의 보도 행태는 JTBC와 극명히 대비된다. JTBC 뉴스9는 헤드라인 뉴스 3꼭지를 박근혜 대통령 담화문 소식으로 채웠다. 하지만 담화문 내용을 단순 전달하지 않고 뉴스마다 한계점을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 발표…목표는 ‘4-7-4’>에서는 “실제로 이를 실현할 세수 증대 방안은 빠졌다”고 지적했고, <‘통일 대박’ 첫 수순 '직속 통일준비위 발족' 발표>에서는 “통일부의 역할은 무엇이냐는 의문도 생긴다. 역할 분담을 정확히 하지 않으면 서로 상충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뉴스9’는 또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공공기관 개혁과 창조경제' 강조>에서 취재기자를 스튜디어로 불러 박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한계점에 대해 짚었다. 취재기자는 “공공기관 정상화를 언급하며 최근 가장 논란이 된 낙하산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어떻게 재원을 조달할 지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이 전혀 없었다. 연금개혁을 재정 문제의 해법으로 내세우기가 쉽지는 않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 25일자 JTBC ‘뉴스9’ 갈무리
 
‘뉴스9’는 담화문 내용을 분석한 데 이어 국민 총파업 소식을 전했다. <전국 12개 지역 동시다발 '국민 파업' 집회 진행>에서 현장 취재 기자를 직접 연결해, ‘대선개입 특검’ ‘민영화 반대’ 등 집회에서 나온 목소리를 전달했다. 뉴스 마지막에는 특집토론을 진행했다. 여야 국회의원 네 명이 인사, 신뢰, 소통 등 3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평가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취임1주년을 맞아 열린 토론회에서 한 기자는 “지난 1년 간 박근혜 정부를 지지하지 않은 48%의 목소리는 언론 보도에 등장하지 않거나 기계적 균형을 필요로 할 때만 손톱만큼씩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무너진 공영방송 대신 진보진영으로부터 ‘편파방송’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종편 JTBC가 국민 전체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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