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각 나라에 대표적인 도시들에는 그 나라의 역사, 예술, 국민성 등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하나 이상씩은 꼭 있다. 대한민국 서울하면 딱 떠오르는 건 한강 스카이라인을 만들어주는 63빌딩과 더운 여름날 발을 담그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청계천, 옛 조선왕조가 살던 경복궁을 비롯한 왕궁과 종묘 등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가.

이 책의 저자는 첫 문장에서부터 랜드마크란 랜드(땅)와 마크(이정표)의 합성어로서 말 그대로 멀리서도 보이는 땅에 세워진 대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고대엔 주로 산, 나무, 바위 등의 자연물이 랜드마크 역할을 했지만 현대에는 이러한 자연물을 포함해 인간의 기술로 만들어낸 건축물(예를 들면 이탈리아 로마나 프랑스에 있는 성당, 이집트 피라미드, 파리의 에펠탑 등)도 랜드마크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랜드마크는 한 사회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수행했지만 21세기엔 기존과 다른 랜드마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 20세기의 랜드마크는 자본력과 기술의 결합으로 이뤄낸 소위 자랑하기식 건축물이 지어졌다고 한다면 21세기의 랜드마크는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과 환경의 소통, 도시의 지속성을 높이는 공공미술과의 조화를 통한 건축물과 도시의 융합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각 도시의 랜드마크들을 보면 국가의 상징이 되거나(미국 자유의 여신상과 프랑스의 에펠탑), 예술적 신념을 담거나(오스트레레일리아의 오페라하우스), 경제적인 도구가 되기도 하거나(라스베가스 화려한 카지노 및 호텔들),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공유의 장이 되거나(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 아픔을 치유하고 소생의 가치를 창출하는 장소(교회 및 성당, 절 등)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라 불릴 수 있는 청계천, 63빌딩, N서울타워 등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 미국 뉴욕에 있는 하이라인 공원. 한 노신사가 한가롭게 신문을 보고 있다. ⓒ flickr (@enjoyny)
 
저자는 뉴욕의 하이라인과 서울의 청계천을 비교하면서 재생과 철거의 갈림길에서 새로움을 창조해 낸 랜드마크의 탄생을 말하고 있다. 1930년대 뉴욕의 화물 수송 열차노선이었던 하이라인은 비행기의 발명으로 인해 열차 화물 운송이 점차 줄어들면서 도시의 흉물로 남게 되나 시민들이 만든 비영리단체인 ‘하이라인 친구들’에 의해 보존돼 지금의 하이라인 공원을 재탄생하게 된다. 반면에 청계천은 정부가 직접 발벗고 나서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랜드마크로 지극히 행정적인 방법으로 빠른 시간안에 청계천을 복원하기 위해 각 공사구역을 3개로 나눠 각 공구를 설계시공 일괄입찰방식으로 발주해 지어져 각 교각 부분의 설계안과 설계업체가 각각 다르다. 저자는 현재의 청계천이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라 인정은 하지만 지금의 청계천은 디자인적으로 통일성이 많이 결여됐고 먼저 건축물이 만들어진 뒤 콘텐츠 즉 감성적인 이야기가 덧씌워진 형태라고 꼬집고 있다.

   
랜드마크;도시들 경쟁하다 / 송하엽 지음 / 효형출판 펴냄
 
청계천을 제외하고 서울을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들이 지어진 과정들을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지금의 랜드마크들(N서울타워 및 63빌딩 등)은 20세기가 지향한 자본과 기술아 결합된 상징물로서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우리도 뉴욕의 하이라인 공원처럼 환경과 소통하고 지역주민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만들어낼 수 있는 랜드마크는 없을까.

저자는 랜드마크의 변화를 ‘수직에서 수평으로’라는 문장으로 담아내고 있는데 이는 무조건 높게 짓는 고층 건물에서 벗어나 공공 공간으로 진화하는 랜드마크의 변화를 말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 지어지고 있는 랜드마크를 꿈꾸는 건축물들이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 탄생된 랜드마크가 된다면 도시의 얼굴 또한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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