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박정규 뉴데일리경제 대표가 삼성전자 김부경 전무에게 보내려던 문자가 공개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박 대표는 김 전무에게 영화 <또 하나의 약속> 기사를 삭제했다며 이를 ‘보고’했다. 그는 “삼성그룹-뉴데일리간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나가려 노력하려고 합니다”라고도 썼다. (관련기사:<뉴데일리, ‘또 하나의 약속’ 기사 삭제하고 삼성에 보고까지>)

삼성의 언론관리는 꾸준히 논란이 된 문제다. 2006년 시사저널 사태가 대표적이다. 금창태 시사저널 전 사장은 삼성 이학수 전 부회장 기사를 ‘빼기’ 위해 인쇄소까지 달려갔다. 안은주 시사인 전 기자는 “청와대는 기사를 뺄 수 없어도, 삼성은 기사를 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린 ‘삼성의 사회적 지배와 비용’ 토론회에서 광고 압력, 언론인 관리, 홍보성 기사 배포 등으로 삼성의 이 같은 영향력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나아가 삼성은 이 과정을 통해 자신들에 유리한 담론을 생산한다고 주장했다. 가령 ‘삼성이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린다’는 식의 담론이 여기 해당된다.

   
▲ 전국언론노조 시사저널분회와 언론시민단체들이 2007년 6월18일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사저널 파업사태의 발단을 제공한 삼성자본을 규탄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먼저 광고압력은 기사와 광고를 ‘엿 바꿔먹는다’는 말도 있듯이 많이 알려진 문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언론환경변화 등 외부적 요인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기에는 언론이 광고주보다 우위였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매체의 수가 늘어나면서 권력관계가 재편됐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가장 많은 광고비를 지출한다. 언론통제력도 그만큼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권력재편의 시작이 외환위기라고 지적했다. 당시 대대적인 언론인 구조조정이 불안감을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실제 당시 언론노조 조사에 따르면 1만 여명의 언론종사자가 직장을 떠났다. 김 교수는 “형식적인 외환위기는 끝났지만 치열한 경쟁, 신매체의 등장, 언론에 대한 신뢰도 저하 등으로 광고주 우위의 관계가 구조화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실제 광고압박은 최후의 수단”이라며 “광고압박 보다는 홍보성 기사 배포가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광고압박으로 인한 언론통제는 반복될수록 오히려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는 “삼성은 기사 거리를 제공하거나 심지어 사실상 기사 자체를 제공한다”며 “게다가 전면 광고의 효과보다 기업에 대한 몇 단짜리 호의적인 기사가 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7년 12월 7일에 발생한 삼성중공업 태안 원유유출사고가 언급됐다. 당시 언론에서 빈번하게 볼 수 있었던 기사 중 하나는 태안에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미담이었는데, 김 교수는 “당시 자원봉사자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라는 사실이 제대로 지적되지 못했다”며 “이는 과학적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미담기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기름유출 사고의 책임이 미담에 묻히길 원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은 이런 방식으로 언론을 통제하면서 동시에 개별 언론인에 대한 관리도 진행하는데, 김 교수는 삼성의 언론인 관리는 크게 두 개 축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먼저 삼성언론재단에서 진행하는 언론상, 해외연수, 저술지원 등의 공식적인 혜택이 한 축이다. 그는 “삼성은 이를 통해 매년 주요 언론사에 삼성에 호의적인, 최소한 비호의적이지 않은 언론인들을 양성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 민언련, 언론연대, 언론노조, 참여연대는 공동으로 2008년 1월 16일 서울 삼성본관 앞에서 <'광고탄압'으로 비판언론 길들이는 삼성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한겨레, 경향신문 등에 대한 광고탄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김서중 민언련 대표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 이치열 기자 truth710@
 
다른 한 축은 언론인을 영입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삼성의 인맥 관리는 단발적 혜택 제공에 머무르지 않는다”며 “삼성의 외부인사 영입현황을 분석한 결과, 관료가 34.4%로 1순위였고 학계 29.6%, 법조인 20.1%, 언론인 9.2%였다. 이들은 삼성이 문제가 생겼을 때 다양한 여론 주도층을 공략하는 전위대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다각적인 언론통제를 통해 삼성이 만들어내는 담론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연우 세명대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삼성은 언론에 보도할만한 담론을 만들고, 이는 언론을 통해 확산된다”며 “삼성이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린다는 인식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도 “삼성의 선택과 정부의 결정을 동기화 시키는 방식”이라며 “이런 식으로 삼성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이끌어 낸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들에 비해 대책은 뚜렷하게 제시되지 못했다. 정연우 교수는 “삼성에 대항하는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회 싱크탱크들이 그 역할을 해야한다. 그리고 언론을 통해 새로운 담론을 확산시켜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중 교수는 언론개혁을 논하며 대안언론 소비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대안언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조차도 기존 언론을 소비하는 현실이 존재하는 한 대안언론이 기존언론의 변화를 촉발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이런 현실을 명확히 인식함으로써 탈출구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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