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조선일보 20일자 사설 <여기서 부동산 온기 못 살리면 ‘경기 회복’ 꿈도 꾸지 말아야>는 부동산 규제 폐지에 대한 조선일보의 집념을 드러낸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규제를 찔끔찔끔 감축하기보다는 단번에 대폭 풀어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19일 업무보고 자리에서 “입지규제 개선은 투자활성화로 직결되는 문제이니 적극적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며 “일자리 창출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데 아무리 ‘일자리창출’을 외쳐 봐도 규제혁신 없이는 아무 소용이 없는 만큼 ‘규제개혁이라고 쓰고, 일자리 창출이라고 읽는다’고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를 폐기하고 사실상 경기부양책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고 이에 조선일보가 적극 호응하는 모양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 같은 부동산 규제 철폐가 어떤 부작용을 만드는지 지적하기도 했지만 “특정 지역이나 일부 부동산 상품에서 투기조짐이 나타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 전부다.
▲ 부동산 열풍이 한창이던 2000년대 후반, 한 아파트 청약 현장에 몰려든 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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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이어 “우리나라는 부동산이 가계 자산의 75%를 차지하고 있어 부동산 경기가 국민의 체감 경기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며 “그동안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던 것은 주택 주 수요층인 30대 중반~50대 초반 계층에서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 심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면 재건축 수요가 늘어 서민 전·월세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조선일보는 “정부가 월세 아파트를 대규모로 공급하는 정책은 자금 부담이 큰 데다 다양한 월세 수요를 충족하기도 어렵다”며 “민간 주택 소유자들이 기존 아파트나 단독 주택을 증·개축해 월세 주택을 늘릴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의 주요 원인은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인한 수요 하락에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조선일보는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가 있어야 수요가 늘 것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그야말로 ‘부자’들을 대상으로 할 뿐이다. 서민들이 집을 살 수 있는 방법은 부채를 지는 수밖에 없는데 조선일보 지적대로 이미 우리나라 가계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5%나 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빚을 내 집을 살 수요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돈이 부동산 대출에 묶여 내수 소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문제다. 조선일보는 부동산 경기가 부양하면 돈이 돌 것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가계 부채를 늘리는 방법의 내수 소비보다 생산경제에 소비를 유도해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더욱 한국경제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 조선일보 2월 20일자. 사설 | ||
선 소장은 재건축 규제 완화가 서민 주택 공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서도 “용적률이라는 무형의 공공재를 풀어 생기는 사회적인 이익을 일부 투기차입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만들어줘서 경제가 살아난다는 논리”라며 “문제는 소득 대비 집값이 너무 높다는 것으로 빚을 내서 집을 사니 더 이상 집을 살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유예를 반복해 실행되지 않는 상태였음에도 부동산 경기를 살리지 못했다.
조선일보 주장이 부자들의 이익을 향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 소장은 “문제는 부동산 거품인데 단기적 충격이 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건전한 생산경기로 돈을 흐르게 해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나 조선일보는 살리지도 못할 부동산 거품을 억지로 떠받치기 위해 한국경제 장래를 오히려 암울하게 몰고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 소장은 “이렇게 가면 갈수록 내수 위축을 심화시키고 가계 소득 여건을 악화시켜 장기침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런 주장은 일부 부동산 기득권을 위한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소수 부동산 기득권과 막대한 광고를 받아야 연명할 상태에 놓인 신문사들을 위해 서민들에게 결국 빚내서 살으라 얘기하는 것”이라며 “철저히 기득권의 입장에서 한국경제를 가계부채라는 모르핀 주사에 의존하게 만들어 한국경제를 망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