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에 대해 유죄가 선고되면서 헌법재판소에 올라와 있는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사건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합진보당=이석기 의원 공식 두고 치열한 공방

법무부는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 근거로 이석기 의원 등의 행위에 대해 위법성을 들어왔는데 재판부가 사실상 법무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판부는 RO 조직의 실체가 있다고 봤고 이석기 의원이 RO 조직의 주체로 활동했다고 판결했는데, 이 의원이 통합진보당의 핵심세력이기 때문에 통합진보당 역시 위헌 정당으로 볼 수 있어 해산해야 한다는 것이 법무부의 논리다.

지난 3일 1차 변론 기일에서 법무부는 통합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을 집중 공략하며서 위법성을 입증하려고 했지만 이석기 의원 1심 선고 결과를 받아든 이상 통합진보당과 이석기 의원의 연계성을 적극 부각시켜 통합진보당의 해산 정당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법무부의 주장은 내란 음모의 실체가 밝혀지기 전인데도 국가가 나서서 정당을 해산하는 것은 사실상 야권 탄압이라는 정치적 주장이라고 비판을 받았지만 이번 이석기 의원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로 내란음모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공세를 적극 펼치고 통합진보당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에 힘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당해산 심판의 판결은 일반 개인 형사 사건과는 법리적으로 무관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정당 해산 심판 청구가 정당한 절차에서 이뤄졌는지 여부, 통합진보당 강령이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위배했는지 여부 등 내란 음모 사건과 별개로 정당 해산의 절차와 사유와 관련한 법리적 공방을 통해 유무죄를 판단해야 될 사안이라는 것이다.

통합진보당도 헌재가 내란 음모 사건을 참조하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절차상으로도 내란 음모 사건을 판결에 반영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차 변론 기일에서 밝힌 통합진보당 변호인의 변론문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법 제32조에 따라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확정되지 않은 형사사건의 자료가 헌법 재판 과정에 현출되어서는 안되며 헌법 재판의 증거 절차를 통해 진행 중인 형사사건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예방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며 "진행 중인 형사사건을 정당해산심판 절차에서 판단대상으로 하고자 한다면 헌법재판소가 독자적으로 별도의 증거 수집 절차를 거치거나 형사사건이 확정된 후에야 그 기록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변호인단은 "선거에서의 불법이나 국회 운영과정에서의 폭력 또는 의회 민주주의 침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거대 양당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훨씬 더 많지만 그러한 사정이 정당해산사유로 주장된 적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법무부는 정당해산 심판과 동시에 정당활동 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놓고 있어 가처분 신청이 본안 재판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법무부는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에서 보듯이 현존하는 긴급한 위험성이 있다며 통합진보당의 활동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통합진보당 변호인단 이재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가처분 신청의 효과가 사실상 본안 재판(정당해산심판 사건)의 결과에 따른 효과를 발생한다. 본안 재판은 6명이 위헌 결정을 해야 받아들여져야 하고 결과 나오지 않는 이상 가처분 신청 판결은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또한 "통합진보당=이석기"라는 공식의 근거로 통합진보당이 이석기 의원을 비호하기 위해 모금까지 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에 통합진보당은 내란 음모 혐의가 공안탄압 공작이라고 규정하고 난 뒤 후속 조치로서 모금 활동을 한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이재화 변호사는 "이석기 의원 사건의 1심 판결을 인정하다고 하더라도 판결문에서는 통합진보당과 별개의 혁명 조직이라는 검찰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셈"이라며 "다수의 당원들이 포함돼 있어 이를 당의 행위로 바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독일 공산당 해산 사건만 봐도 당의 개별 구성원의 행위는 당의 기본 노선에 따른 행위일 때만 귀속된다고 보고 있다. RO 모임이라는 것은 당의 기본 노선 행위도 아닐 뿐더러 당이 승인하거나 그런 증거도 전혀 없다. 이번 사건과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학계 진보당 해산 놓고 치열한 설전

18일 열린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사건 2차 변론기일에서도 이석기 의원 사건이 도마에 올랐다.

청구인 쪽 김상겸 교수(동국대학교 법과대학)는 "정당의 위헌적 활동이 구체화되어 헌법질서 파괴가 현실화될 정도면 법치국가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정당해산제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며 통합진보당 강령의 목적과 활동이 위헌적이라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이석기의 당원 자격도 정지 않고 오히려 지원"했다며 "이는 우리나라 법질서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의심을 들게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히 통합진보당이 지난 18대 대선 공약으로 밝힌 ‘코리아 연방제’는 북한이 주장하는 연방제 통일 방식과 같아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하고 있다며 "북한 체제를 인정하면서 통일하자는 연방제를 실시하자는 것은 국가 연합이지 연방이 될 수 없다. 체제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우리 헌법 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통합진보당 변호인단 이재화 변호사는 "6. 15 공동선언은 (서로)체제를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했고, 낮은 단계 연방제와 남한의 연합제는 공통점이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기초로 해서 통일을 추진한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피청구인 참고인으로 나온 정태호 교수(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는 정당의 '은폐된 목적'을 적극적으로 탐문한 내용을 해산 사유로 들어야 한다는 독일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심판 판결을 들어 "은폐된 목적이 당이 추구하는 기본노선이고 부수적인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정당의 기본노선 목적 중 하나라고 인정하려면 매우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 교수는 "헌법재판소에 의한 정당해산심판은 민주적 법치국가를 조직된 위협으로부터 방어하는 양날을 지닌 가장 날카로운 무기이기 때문에 최고수준의 법적 안정성, 투명성, 예측가능성과 신뢰성이 요구된다"며 현재 진행되는 정당해산 심판 절차는 "사상통제제도나 불편한 야당의 합법적 제거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보수단체들이 18일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열린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사건 변론 기일에 앞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재진 기자
 

반대로 청구인쪽 참고인 정영수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는 "통합진보당의 위헌성 판단기준은 목적과 활동을 연계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강령 이외에 은폐된 목적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며 "목적의 위헌성 판단을 위해서는 주요 인물의 발언과 작성 문건, 대선 공약, 기관지, 교육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개별 당원의 활동을 당 차원의 활동으로 귀속시키기 위하여는 그 활동이 정당의 기본이념과 연결되는 여부가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영수 교수는 "어제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진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이 개인의 일탈행위인지 아니면 정당 차원의 행위로서 정당에 귀속될 수 있는지에 따라서 정당 해산의 요건이 갖추어졌는지에 대한 판단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청구인 쪽 송기춘 교수(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는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해산되어야하는 주된 논거를...(중략)...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처발받은 적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거나 지금도 무죄추정의 원칙 아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이석기 의원에 관련된 내란죄 위반 사건 등에서 구하고 있다"며 "피청구인이 북한과 연계되어 있다는 청구인의 주장을 충분히 뒷받침해줄 수 있는 증거는 제출돼 있지 않고 피청구인의 주요 주장이 북한이 주장하는 바와 같다고만 하고 있을 뿐 이것이 왜 정당해산의 사유가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도 입증을 위한 적절한 증거의 제시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석기-김용판 판결 비교 비판 여론 확산

법리적 공방과 별개로 이번 내란 음모 사건 판결이 김용판 전 서울청장의 재판 판결 결과와 배치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 여론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용판 전 청장의 무죄 선고 취지는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진술이 나머지 경찰 17명의 진술과 배치돼 신빙성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사건의 재판에서는 국정원 협력자 이모씨의 진술이 다수의 진술과 배치됨에도 주요 증거로 채택했다.

권 전 수사과장은 공개적으로 진술했고 진술에 따른 이득도 없지만 국정원 협력자 이모씨는 150여 차례 국정원과 접촉해 사실상 교육을 받고 돈까지 받으면서 진술을 했고 다수 피고인들과 증인들의 진술과 배치될 정도로 추측성 진술이 대부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이씨의 진술을 주요 증거로 채택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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