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노동’ 논란을 일으켰던 아프리카 예술박물관이 단원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아프리카 예술 박물관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근로계약서에 홍 사무총장의 도장이 찍혀있는 등 운영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보수언론에서는 여당의 사무총장이 이사장을 맡은 박물관에서 노동 착취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아프리카 예술박물관 단원들은 10일 오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물관의 노동 착취 현황에 대해 폭로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박물관은 월급으로 법정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인 약 60만원을 지급했고 이들 월급 중 일부를 출국시 돌려주겠다며 저축했다. 단원들은 박물관이 여권도 압수했으며 연장수당, 연차유급휴가, 산재보험 등 노동법을 위반한 것이 한 둘이 아니라고 폭로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이 박물관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커지자, 홍 사무총장은 11일 “이사장직을 맡고 있지만 모든 권한은 박물관장에게 일임하고 지원만 해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등이 같은 날 공개한 근로계약서를 보면 근로계약서 아래에 홍문종 이사장의 도장이 찍혀 있었고 사인도 돼 있다. 단원들은 2012년 식대 인상도 홍 사무총장이 직접 결정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박물관 측이 진화에 나섰다. 김철기 신임 박물관장은 12일 “짐바브웨 노동자 4명과 부르키나파소 노동자 8명 등과 협의한 결과 노동자들의 모든 요구사항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단원들에게 그동안 덜 준 임금 1억 5000여만 원을 지급하고, 하루 4000원의 식대도 8000원~9000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박물관이 보관해 온 여권과 적금통장, 항공권도 돌려줬으며 열악한 숙소 시설도 개선하기로 했다.

하지만 논란이 진행되는 동안 보수언론에서는 ‘홍문종’과 ‘아프리카 박물관’ 모두 찾을 수 없었다. 10일부터 13일까지 조선‧중앙‧동아‧세계일보 등의 지면 기사에는 관련 소식이 없었다. KBS와 SBS에서도 관련 뉴스를 전하지 않았다.

지상파 방송 중 유일하게 MBC가 아프리카 예술박물관의 노동 착취에 대해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10일 ‘현장M출동’ <아프리카 '예술가' 초빙해 놓고…노예 같은 대우>에서 “경기도의 한 박물관에서 아프리카 예술가들을 데려와 공연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접 너무 형편없어서 착취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며 열악한 숙소 시설을 보여줬다. 또한 뉴스데스크는 “하루 8시간 씩 일주일에 6일을 일하지만, 월급은 60만 원에서 65만 원으로, 법정 최저 임금의 절반 수준”이라고 전했다.

   
▲ 10일자 MBC뉴스데스크 갈무리.
 
하지만 뉴스 내내 ‘홍문종’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다. 심지어 뉴스에는 단원들이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포천 아프리카 예술박물관 홍문종 이사장은 이주노동자들을 더 이상 노예 취급하지 말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있는 장면이 등장한다. 하지만 홍문종 사무총장에 대한 언급은 없다.

만약 야당 의원을 비롯한 야권 인사들이 비슷한 의혹을 받았어도 보수언론과 지상파가 이렇게 무관심했을지 의문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11월 25일 3면 기사에서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 진행자이며 작년 총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막말 파문’으로 낙선한 김용민씨가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고 전했다. 김용민씨가 트위터에 박근혜 대통령 모녀를 겨냥해 “애비나 딸이나 불법집권”이라는 글을 남겼다는 내용이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10면 기사에, 세계일보는 4면 기사에, 국민일보는 7면 기사에 ‘김용민 막말 파문’ 소식을 전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24일 4번째 꼭지에서, SBS 8시뉴스는 24일 3번째 꼭지에서 같은 소식을 전했다. ‘전직’ 야당 인사의 트위터 내용은 중요하게 보도하면서, 현직 여당 의원의 노동 착취와 거짓해명에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