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이 지난 10일 보도한 <현장24, ‘무대책’ 경찰 증원…불만 속출> 제하 기사가 이홍렬 보도국장의 지시로 애초 포함되었던 박근혜 대통령 관련 부분이 삭제된 것으로 알려져 내부 반발이 거세다. YTN 노조가 11일 성명을 냈고 앞서 해당 기사를 작성한 사회1부 사건팀에서도 공동 성명이 발표되는 등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경찰 증원이 이행되고 있지만 일선 경찰 현장에서 행정상 문제로 충원된 경찰 합격생들이 정작 임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다뤘다. 그런데 이홍렬 보도국장의 재수정 지시가 떨어진 후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한 부분이 사라졌다는 것이 YTN노조와 제작팀의 주장이다.

이 기사는 지난 1월 19일에 제작된 기사다. 이미 한 달여 동안 방송되지 않았던 것이다. 제작팀과 노조는 이는 이홍렬 편집국장의 수정 지시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후 제작팀과 이 국장 사이에 몇 차례 재수정 과정이 있었는데, 결국 20일 방송된 리포트에는 박 대통령 부분만 빠져 있다고 제작팀은 밝혔다. 결국 ‘박 대통령의 이름을 빼기 위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1월 19일 제작된 원본 기사엔 “대통령 공약에 급급해 뚜렷한 대책도 없이 무턱대고 인원만 뽑는 경찰의 어처구니없는 행정을 고발합니다”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경찰이 인원 증가는 박 대통령의 공약이라, 그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박 대통령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20일 방송된 기사에서는 ‘대통령 공약’이란 표현이 빠졌다. 원본에 있던 박 대통령 발언도 빠졌다.

   
▲ 지난 10일 방송된 YTN <'무대책' 경찰 증원...불만 속출> 리포트.
 
이에 YTN 노조는 11일 성명을 통해 “소중한 특종 기사가 이 보도국장에 의해 또 다시 훼손당했다”며 “사회1부장의 최종 승인이 이뤄진 기사인데 이 국장이 뒤늦게 해당 기사에 시비를 걸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이 문제인지 구체적 지적 없이 ‘보강취재가 필요하다’는 말로 방송을 보류시키며 마냥 시간을 끌어왔다”고 주장했다.

YTN 노조는 “결국 리포트 첫머리에 포함됐던 박 대통령 공약 관련 부분을 빼라는 지시가 전달됐다”며 “대신 제목과 앵커멘트에 대선 공약 관련 언급을 유지키로 했는데 이마저도 방송을 하루 앞두고 이 국장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 박 대통령 공약 부분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YTN 노조는 “정상적인 데스킹과 승인 과정을 거쳐 제작이 완료된 특종기사를, 대통령이 언급돼 있다는 이유로 기사를 엉망으로 만든 뒤에야 내보내는 행위가 얼마나 엄청난 사태인지 모르는 것인가”라며 “특종을 지속적으로 걷어차는 행위는 명백한 해사행위로서 중징계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홍렬 씨는 즉각 보도국장 자리에서 내려와 YTN을 떠나라”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YTN 사건팀도 10일 공동 성명을 통해 “이례적으로 3번의 데스킹 과정을 거치며 대통령 녹취와 화면을 삭제하는 등 가급적 다른 의견들을 수용하려 노력했지만 원본과 최종 방송본을 비교해보면 달라진 것은 대통령을 언급한 부분이 없어졌다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사건팀 구성원들은 이어 “YTN 고위층의 자기 검열과 권력 눈치 보기가 여실히 드러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통령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기사가 마구잡이로 수정된다면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박’자도, 대통령의 ‘대’자도 쓰지 못하는 언론사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는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이홍렬 보도국장에게 입장을 묻기 위해 몇 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를 남겼으나 이 국장은 최초 “회의 중”이라고 밝힌 뒤 연락을 받지 않았다.

다만 YTN 홍보팀 측은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해당 기사는 보도국장이 담당부장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승인, 방송한 기사”라며 “이런 과정은 모든 언론사의 기사 데스킹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절차”라고 설명했다. 유재복 YTN 사회1부장 역시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회사 차원에서 보낸 입장외에 개인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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