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고등법원 민사2부가 2009년 당시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가 부당했다며 해고 무효를 판결한 것에 대해 조선일보가 10일 <쌍용차, 2009년 위기 때 구조조정 없이 회생 가능했겠나> 사설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의 주장은 ‘당시 쌍용차 정도의 위기상황에서 구조조정을 할 수 없다면 누가 구조조정을 할 수 있겠냐’로 요약된다.

그러나 쌍용차 해고자들의 변호사인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10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조선일보의 사설에 대해 “(고등법원) 판결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며 “노동법을 부정하는 식의 사설”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항소심 판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2009년은 금융위기 여파로 (중략) 세계 자동차 업계에 구조조정의 한파가 몰아치던 시절”이라며 “쌍용차 대주주였던 상하이자동차는 2009년 1월 법정관리 신청하면서 경영권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하이자동차는 아무리 자금을 지원해도 회사가 살아나기 어렵다고 보고 발을 뺀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주주가 포기할 만큼 경영위기 상황이었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정당하는 논리다.

   
▲ 조선일보 2월 10일자. 사설.
 
그러나 이에 대해 권영국 변호사는 “대주주가 철수하겠다는 것과 긴박한 경영상황 위기는 직접적인 연결이 안 된다”며 “대주주는 출자의무를 지고 있지만 경영은 경영팀이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실제로 재무건전성이 극도로 악화되었는지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없었는지를 통해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7일 서울고법 민사2부는 쌍용차의 위기진단 내용이 부풀려져 있어 긴박한 경영상 (정리해고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쌍용차가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과다 계상했고 이러한 내용의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재무건정성 위기가 발생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 재판부의 입장이다.

더욱이 상하이자동차는 초기 쌍용차를 인수했을 때 약속했던 투자계획을 지키지도 않았다. 권 변호사는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를) 팔고 가는 것이 더 이익이었기 때문에 소유하고 있던 주식을 더 이상 소유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라며 “더욱이 상하이자동차는 1조원의 투자를 약속했는데 최대 주주로서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조선일보가 내부사정을 파악하지 않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쌍용차가 그해 8월 165명 정리해고 2019명 희망퇴직, 459명 무급휴직 등의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도록 자구 계획을 승인해준 곳은 다름 아닌 법원 파산부”라며 “법정관리 기업이 법원의 정식 승인을 받아 이행한 자구책까지 법원 판결로 무효가 된다면 앞으로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의 회생 작업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 파산부의 결정을 법원이 부정했으니 잘못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권영국 변호사는 이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쌍용차가 2,646명을 다 해고하지 않으면 회생이 불가능하다 했는데, 결국 459명을 무급휴직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쌍용차의 경영정상화 방안과 법원의 승인부터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권 변호사는 “회생절차인가는 매우 형식적인 절차”라며 “회생절차를 인가할 때 법원은 적정성을 판단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계 법인이 회계 조작을 하고 조작된 재무 구조를 전제로 정상화 방안을 냈는데 파산부는 재무구조가 잘못되었냐 아니냐에 대해 심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권영국 변호사
 
또한 조선일보는 사설 말미에 “법원이 정리해고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제한하면 회사는 경영난이 닥칠 경우 회생을 포기하고 아예 공장 문을 닫아버릴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면 일부 근로자의 희생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회사의 위기가 근로자 전원을 실직자로 만드는 비극으로 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발언이다. ‘일부의 희생으로 전체가 산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기 때문이다.

권영국 변호사는 이에 대해 “정리해고는 경영상의 잘못으로 인해서 인원을 감축하는 것이기에 노동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엄격하게 해야 하고 그게 노동법의 원리”라고 반박했다. 권 변호사는 “또한 정리해고는 사회적 피해가 크기 때문에 당연히 엄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변호사는 “쌍용차도 처음부터 무급휴직 전환이 가능했다면 165명을 해고 하지 않고 무급휴직으로 전환시켜서 지금처럼 정상화 되었을 때 신규 채용을 해야 한다”며 “노동자의 귀책이 있는 징계해고도 엄격하게 사유를 다투는데 정리해고 여건을 엄격하게 보지 않는다면 사용자에게 노동자 해고권을 주겠다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법을 잘못 알고 있다”며 “노동법 책 어디에도 정리해고는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나온다”고 반박했다.

권 변호사는 조선일보에 대해 “많은 언론매체, 특히 조선일보는 기업이나 자본의 편을 들어왔다”며 “사설의 주장을 들어 보면 판결문이 구체적으로 다루었던 내용도 제대로 파악을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리해고가 당연히 엄격해야 한다는 원칙도 무지한 글”이라며 “조선일보 주장대로 하면 근로기준법 23조와 24조가 없어져야 한다. 두 규정을 부정하는 식의 사설”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권 변호사는 7일 고등법원의 판결 이후 쌍용차 사측이 즉각 항소의지를 밝힌 것과 관련 “사측은 자신들이 이긴다고 확신했던 것 같다”며 “재판과정에서도 법원이 조정을 권유했는데 사측은 원고들이 받기 어려운 안만 제안하며 매우 거만하게 행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권 변호사는 “(1심과) 전혀 다른 판결이 나오니 회사는 당황했던 것 같다”며 “판결문이 배포되거나 공지되기 전에 바로 상고얘기를 꺼낸 것은 조급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판결 내용에 어떤 점이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 상고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식의 답변을 하는데, 즉각 입장이 나온 것은 일단 어떤 식의 복직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 같아 매우 씁쓸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