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저널리스트는 보도와 논평 기능을 수행하는 직업인이지만 언론을 정치로 가는 징검다리로 이용하고, 세가 불리하면 다시 언론으로 후퇴했다가 끊임없이 정치 실현을 위해 언론 행위를 하는 폴리프레스는 언론의 공정성과 국민의 신뢰를 갉아 먹는다”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윤창중 전 대변인에 대해 남긴 말이다. 언론과 권력 간의 관계는 항상 갈등관계여야 한다는 점에서 황 주간의 지적은 날카롭다. 하지만 ‘폴리프레스’가 비판받아야 하는 언론인의 전부는 아니다. 많은 언론인들이 정치권력에 기웃거리지 않아도, 펜을 든 채 정치권력을 방어하는 기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황호택 논설주간도 이러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황 주간은 6일 <대통령님 배터리 충전은 하시나요>라는 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휴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황 주간은 박 대통령의 ‘저도’ 여름휴가를 언급하며 “휴가나 명절 연휴도 가족과 오붓하게 보내거나 친구들과 시끌벅적하게 즐길 때 재밌지, 혼자 보내는 휴가는 쓸쓸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며 박 대통령의 쓸쓸함을 걱정한다. 이어 “박 대통령은 이번 설 연휴에도 청와대에서 특별한 일정 없이 보냈다”며 “박 대통령은 아버지의 대를 이은 조카 세현이를 무척 귀여워하지만 동생 부부는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에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황 주간은 로버트 기브스 전 백악관 대변인의 말을 빌려 대통령에게 ‘배터리 재충전(recharging battery)’, 즉 휴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황 주간은 “우리 박 대통령은 사생활이 너무 단출해서 걱정”이라며 “대통령도 시간의 여백 속에서 취미생활도 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해야 국정의 큰 그림을 더 잘 그릴 수 있다”고 말한다. 보고서 보는 시간을 줄여 육체와 정신의 활력을 돋우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좀 쉬라는 것이다.

   
▲ 6일자 동아일보 31면
 
황 주간은 공무원의 ‘휴가’를 옹호하기 위해 골프 칠 권리를 헌법적 기본권이자. 서민경제를 살리는 길로 격상시킨다. 황 주간은 “박 대통령은 공무원의 골프장 금족령(禁足令)을 해제해 달라는 주변의 건의에 ‘골프할 시간이 있나요’라는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며 “공무원들이 여가시간의 운동까지 제약을 받는 것은 조금 심각하게 말하면 헌법적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 헌법재판소는 이런 걸 위헌 결정 안 하고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황 주간은 또한 “재래시장에서 물건 사주고 사진 찍는 것만이 서민경제를 살리는 길은 아니다. 캐디를 비롯해 골프장에서 먹고사는 서민도 많다”고 말한다.

개인 일기장도 아닌 칼럼에 대통령이 좀 쉬어야한다고, 대통령의 휴식을 걱정하는 글이 왜 실려야 하는지 의문이다. 하지만 황 주간의 행적을 보면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황호택 논설주간은 시민단체 ‘MB씨 4대강 비리수첩 제작단’이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4대강 사업 찬동인사 인명사전’에 등재됐다. 그는 “환경단체들은 보를 만들면 강물이 썩는다고 주장하지만 위아래로 움직이는 개방보가 하층수를 빼주기 때문에 물이 썩을 염려는 없다” “하굿둑과 보와 댐을 건설하면 무조건 환경파괴라는 인식에는 치수와 이수라는 개념이 들어있지 않다” 등의 반론을 펼치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적극 옹호했다. 그의 칼럼 아래에 “어찌나 대통령들 편을 들어주는지 배우고 싶다. 이렇게 권력자와 스킨십이 좋은 분이 4대강 같은 사업에 공과에 대한 말은 없으신지”라는 댓글이 달렸다.

황 주간의 글을 보면 이런 식의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와 언론은 ‘폴리프레스’ 못지않게 “언론의 공정성과 국민의 신뢰를 갉아 먹는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황 주간에게도 ‘배터리 재충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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