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교통방송)가 안전행정부 예규에 따라 기존 기자나 PD 등과 신규 채용자들을 구별하지 않은 채 공개채용을 진행하면서 신규 응시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월 24일 한 언론고시 지망생 카페에 TBS 면접후기가 올라왔다. 그는 “방송기술직 면접후기. 역시나 재계약 대상자들이 있었다”며 “면접에 8명 정도 왔는데, 그 중 한 분이 교통방송 재직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소개부터 어디서 근무했고 이번에 어디로 발령 나서, 어디어디에 기여해왔다(고 말하더라), (내가 받은) 질문은 자기소개, KBS의 MMS 추진 의도는 무엇인가 이 두 개로 끝”이라며 “교통방송 면접가신 분들, 또 들러리섰다”고 밝혔다.

이 글 외에도 언론고시 카페에서는 최근 진행된 TBS의 신규채용을 문제 삼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이제 이런 이야기 너무 자주 들어서 놀랍지도 않다” “오늘 TBS교통방송 7급 PD 면접 보신 분 있나요? 완전 짜고 치는 고스톱. 면접 1시간 30분 기다리고 질문 달랑 2개 하더라”

TBS는 일반임기제공무원, 즉 계약직 공무원으로 PD, 기자, 아나운서, 방송기술직 등을 채용한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TBS가 기자나 PD 등을 계약직 공무원으로 충당하는 근거는 지방공무원법이다. 지방공무원법 제25조 5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전문지식‧기술이 요구되거나 임용관리에 특수성이 요구되는 업무를 담당하게 하기 위하여 경력직 공무원을 임용할 때 일정기간을 정하여 근무하는 공무원을 임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 2014년 TBS 일반임기제공무원 공개채용 공고
 
최초 계약기간은 채용계약일로부터 2년이며, 근무실적이 우수할 경우 근무기간 5년 범위 내 연장이 가능하다. 문제는 계약이 만료된 기존 TBS 계약직들이 공개채용에 응시해 전형을 치르면서 기존 TBS 직원이 아닌 기자 지망생들이나 타 언론사 경력직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직으로 최종 채용된 3명 모두 기존 TBS직원이다. 기자직 5급으로 채용된 이모씨의 경우 TBS취재부장을 맡고 있으며, 또 다른 5급 채용자인 이모씨도 TBS 취재팀장이다. 기자직 8급 합격자인 안모씨 역시 TBS 기자다. 기자 지망생들이 TBS 직원들의 재계약을 위한 공개채용에 ‘들러리 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TBS 기자직군 면접을 본 한 응시자는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0년 넘게 TBS에서 일한 경력자와 같이 면접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며 “자기 이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앞으로 TBS에서 할 일이 많다고 말하더라. 응시해봐야 헛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TBS 채용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지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공개채용을 했을 때도 언론고시 카페에 비슷한 글들이 여러 개 올라왔다. 한 기자 지망생은 지난해 7월 3일 올린 TBS교통방송 면접 후기에서 “자기소개 끝나고 보니 나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이 재계약 대상자였다. 그분들은 하나같이 자기소개에서 ‘저는 TBS OO부서에서 근무 중인 OO입니다. 어떤 보직을 맡고 있고 TBS에 기여를 해왔고, 앞으로도 더 많이 기여를 하고 싶다’는 식으로 끝맺음을 하더라”며 “두 번째 질문에서는 TBS 현업에서 가장 어려웠던 경험과 그것을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 간략히 설명해달라고 하더라. 나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에게만 답변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 한 언론고시 준비생 카페에 올라온 2013년 TBS 공개채용 면접 후기
 
그는 또한 “투명하지 않은 채용전형 진행에 할 말을 잃었다. 입사원서나 시험지, 답지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어떠한 표기도 금하고 있는 다른 언론사 및 일반 기업의 원칙을 이곳, 시민의 방송 TBS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재계약 채용 시 신입 채용인원을 분리하여 채용을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재계약 대상자분들을 보며 불안정한 계약직 신분의 언론인으로서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재계약 시기가 돌아올 때마다 얼마나 참담할지, 그 틈새에 비집고 들어가 보려한 것도 후회가 되었다”며 “TBS교통방송 근무자들의 정규직화를 추진해달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다른 기자 지망생들이 “면접 대기시간 내내 계약연장의 분위기였다” “면접관이 대놓고 기존 직원보다 자신이 더 우월하다는 것을 설득해달라고 요구하더라” 등의 글을 올렸다.

그렇다면 TBS는 왜 이런 채용을 진행하는 걸까. 이영기 TBS 경영지원부 주무관은 “안전행정부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행정부 예규인 ‘특수경력직공무원 인사운영지침’에 는 “이미 채용 중인 계약직 공무원의 채용계약기간 연장은 총 5년 범위 안에서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총 채용기간이 5년을 초과하거나 당초 계약내용의 변경이 있는 경우 신규채용의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나와 있다. ‘기간만료 후 재채용’에 대해서는 “계약기간이 만료된 자가 공개모집 등을 거쳐 신규채용절차에 따라 채용된 경우에는 연장절차 규정을 준용하여 총 채용기간 5년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주무관은 “안행부 규정에 따라 5년이면 계약이 끝난다. 공개채용을 하지 않으면 그 사람들의 계약은 그냥 끝나버린다”며 “응시자들 중에 왜 같이 시험을 보냐고 문제제기하는 분들도 있지만 제도상으로 그렇게 규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성경환 TBS 대표는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계약직 공무원들이 다시 계약을 하고 싶으면 신규 채용자들과 동등한 자격과 절차를 거쳐 시험을 보는 시스템이다. 과거 관례로 보자면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채용된다”며 “나도 처음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개념이 아니라 경력을 가진 계약직 공무원을 채용하는 것이다보니 TBS경력을 가진 사람을 뽑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 대표는 “우리가 만든 제도가 아니라 대통령령과 안전행정부 예규에 따른 임기제공무원이기에 서울시 조례로도 바꿀 수가 없다. 일반 방송국처럼  운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안행부가 추천한 인사들이 면접 심사위원을 맡는 등 채용과정에서도 TBS의 자율성이 적다”며 “TBS가 독립기구가 되고, 우리가 직접 우리 직원을 뽑는 식이라야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TBS는 시정방송이 아니라 시민방송이 돼야 한다”>)

   
▲ ©권범철 만평작가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