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전남 여수에서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31일 오전 9시 50분 경 원유 27만 톤을 싣고 가던 싱가폴 국적의 유조선이 접안 과정에서 송유관 3곳을 들이받으면서 원유가 유출된 것이다. 이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유조선의 책임과 함께 GS칼텍스의 미흡한 초동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들은 이 사건을 보도하며 ‘GS칼텍스’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여수해경은 3일 이번 기름유출 사고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경 조사를 통해 GS칼텍스가 1시간이 지나도록 지자체와 해경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여수항만청 연안해상교통관제소가 기름유출을 발견하고 해경에 신고했다. 또한 GS칼텍스는 누출된 기름의 양이 800L라고 밝혔지만 해경 조사 결과 누출된 기름의 양은 약 16만 L로 약 200배 넘는 차이가 났다.

일부 주요언론은 GS칼텍스의 책임이 드러났다는 데도 이에 대해 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4일 기사 <23년차 導船士, 안전속도 무시 원유‧나프타 등 164t 유출된 듯>에서 해경의 중간수사 발표내용을 전하며 “여수사단 원유 우출 사고는 사고 선박에 승선한 도선사가 안전 속도를 지키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GS칼텍스의 책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 4일자 조선일보 14면
 
MBC뉴스데스크는 3일 두 꼭지에 걸쳐 여수 기름유출 사태에 대해 다뤘다. MBC뉴스데스크는 <유조선 과속 사고 순간 공개…유출량 16만 리터에 달해>에서 “원유유출사고의 원인도 발표됐다. 한마디로 과속 때문”이라며 “유출된 원유량도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16만 리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GS칼텍스의 미숙한 대응과 유출량 축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몇몇 언론은 GS칼텍스의 잘못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도 ‘GS칼텍스’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매일경제는 4일자 기사 <여수 원유 유출, 애초 추정치의 205배>에서 기름유출의 원인이 유조선 때문이라는 점을 상세히 설명하고, “유출된 기름의 양도 애초 알려진 800L보다 무려 205배에 달하는 16만 400L”라고 전했다. 하지만 기사에 ‘GS칼텍스’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한국경제는 4일자 기사 <여수 원유유출 165KL…추정치의 200배>에서 ‘GS칼텍스’가 추정한 양보다 200배 많은 기름이 유출됐다고 전했지만, 그 외에 초동 대처의 문제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SBS 8시뉴스는 3일 <여수 기름 유출 16만 4천리터…당초 발표보다 200배>에서 관련 소식을 전했지만, 이 뉴스에서 GS칼텍스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정유업체 발표보다 200배 이상 많은 16만 4천 리터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출량은 당초 업체 측이 추정한 800리터의 200배가 넘는…” 등 GS칼텍스를 ‘정유업체’ ‘업체 측’ 등이라고 표현했다. GS칼텍스가 소설 ‘해리포터’에 나오는 ‘볼드모트’도 아닌데 왜 이름을 언급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GS칼텍스의 책임을 분명히 한 다른 언론보도와 비교해보자. 경향신문은 4일 기사 <GS칼텍스, 기름유출 1시간 동안 신고 안해>에서 “유조선의 송유관 충돌사고는 해경과 GS칼텍스 측의 부실한 초기 대응 탓에 피해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같은 날 기사 <GS칼텍스 늑장 대응, 원유 유출 피해 키웠다>에서 “사고 당시 GS칼텍스 측은 사고 사실을 해경 등에 신고도 하지 않았고, 기름 유출량도 축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KBS 9시뉴스는 <기름 유출 과속 운항이 원인…초동대처 ‘엉망’>에서 “GS 칼텍스의 미숙한 대처가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 4일자 한국일보 10면
 
가장 상세하게 보도한 언론은 JTBC였다. ‘JTBC 뉴스9’는 4일 뉴스 첫 번째, 두 번째 꼭지에서 여수 기름유츨 사태의 원인에 대해 전했다. <여수 앞바다로 유출된 기름 16만 리터…추정치 200배>에서 유출된 기름이 “GS칼텍스측이 사고 초기 추정한 800리터의 200배가 넘는 양”이라고 전했다. <사고 40여 분 뒤 신고…안이한 초기 대응이 화 키웠다>에서는 “GS 칼텍스 측은 40여 분이 지난 뒤에야 신고를 했고, 이 때문에 해경의 초동대처도 오전 11시가 넘어서 시작됐다”며 “현행 해양환경관리법에는 오염물질이 누출되는 즉시 신고토록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JTBC는 여수 기름유출 사태에 대해 보도한 후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스튜디오로 불러 이번 사태에 대해 이것저것 따져 물었다. 이 날의 JTBC의 여수 기름유출 사태 관련 보도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많은 화제가 됐다. 책임 당사자의 이름도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언론들이 JTBC의 ‘당연한’ 보도를 빛나게 하고 있다.

   
▲ 4일자 JTBC 뉴스9 갈무리
 
한편 GS칼텍스 관계자는 “사고가 나면 밸브를 잠그는 것이 우선이기에 신고가 지연된 건 불가피했고 절대 늦장 대응이 아니다. 우리도 보상을 받아야하는 입장에서 신고를 늦게 할 이유가 없다”며 “몇몇 언론에서 쎄게 쓰다보니 우리가 가해자인 것처럼 보도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몇몇 언론에 GS칼텍스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요청한 적 없다. 기사가 하루에 400개씩 쏟아지는데 한 두군데 막는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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