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위원회가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야생 철새로부터 유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데 대해 지난해 12월부터 역학조사위원으로 참여한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가 ‘비과학적 소설’이라고 비판해 주목된다. 서 교수는 AI 연구의 권위자로 지난 2010년 고병원성(H5N1) 조류인플루엔자의 공격으로부터 닭을 방어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기도 했다.

서 교수는 29일 미디어오늘과 단독 인터뷰에서 농림부 역사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의 신빙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나도 사실 역학조사위원인데 회의 전날인 지난 27일 갑자기 연락이 와서 참석은 못했지만, 국민은 조사위에서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아는데 실상은 공무원들이 준비한 자료 가지고 토론하는 수준”이라며 “조사를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1만3000개 정도 되는 AI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사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 회의도 28일 처음 열렸고 조사위는 그런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는 철새가 아닌 가금에서 만들어져 왔다는 게 인플루엔자 학계의 정론이고 고병원성 AI가 철새에서 만들어질 수도, 만들어진 사례도 없다”며 “이번에 국내서 발견된 H5N8 바이러스는 지난 2010년 중국 장쑤성의 농장이 아닌 가금시장의 오리 한 마리에서 만들어진 바이러스로, 철새가 이때 감염됐다는 과학적 증거도 없이 소설을 쓰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는 “고병원성 AI는 야생 조류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으며 야생조류들이 공중을 날아다니며 ​​AI를 전파할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이번 고병원성 AI 발생 농장 가금류 전부에서는 항체가 없었다는 농림부의 설명에 대해서도 “잠복기 개념은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가면 계속 바이러스가 증식하며 질병이 나타나는데 실제로 오리를 실험해 보면 금방 증세가 안 나타나고 계속 바이러스를 전달하며 복합적으로 증상이 나타난다”며 “오리가 고병원성에 죽으려면 최소한 14일을 넘기고 1차 항체는 5일부터 생기는데 항체가 안 나왔다면 학문적으로 지금 진단에 상당한 오류가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또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가금류의 공장식 축산과정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지 않는다는 농림부의 주장에 대해 “미국에서 닭의 저병원성 H5N2 바이러스가 3개월 후 고병원성으로 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H5N8이 처음 발견된 중국의 가금시장에서는 여러 가금류가 섞여 8개로 나눠진 인플루엔자 유전자가 변이해 하루만에도 고병원성이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야생조류와 철새의 분변 검사는 대학에서 하고 있고 우리가 AI 발생 이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검사를 해 왔는데 철새 분변에서는 바이러스가 안 나왔다”며 “농림부의 상시예찰 결과가 3년에 205만 점이면 1년에 70만 건에 불과해 전체 가금류 수에 비하면 표본도 충분치 않은데 국내에서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할 것이 아니라 원인 불명이라고 발표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재홍 역학조사위원장(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은 29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조사가 제대로 안 이뤄진 건 아니고 농림부 분석팀이 7개 유전자를 모두 분석한 자료를 28일 발표했다”며 “이를 가지고 교수와 전문가가 토론했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환경부와 야생조류 전문가들의 논란이 일부 있었지만 나중에 결국 가장 가능성 높은 요인은 과학적 사실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야생조류에선 고병원성 AI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학계의 통설에 대해 “H5N8이 닭에서 나타난 적이 있고 그 후 국내에서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지만 야생조류에서는 드물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고병원성 AI의 대륙 간 전파는 철새를 통해 이뤄진다는 논문도 많고 고병원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닭에게 전염됐을 때 폐사율이 높으므로 고병원성이라는 것이지 저항성이 강한 철새에겐 전혀 고병원성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잠복기간에 항체가 발견되지 않은 의문에 대해서도 “예민한 방식으로 하면 5일이면 10마리 중 한 두 마리에서 항체가 검출되기 시작하는 시점이고, 우리가 하는 항체 검사 방식은 덜 예민한 방식으로 이번 검사 개체에서 50% 이상 항체가 나온다면 민감한 실험으로 확대할 텐데 항체가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없다는 것”이라며 “잠복기가 최대 3주라서 3주 후에 죽는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의 얘기고, 실제로는 일주일 이내에 죽기 때문에 항체가 생길 틈이 없다”고 주장했다.

역학조사위원회가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에 대해 김춘선 농림축산검역본부 사무관은 “역학조사위원회 소집을 환경단체 때문에 급하게 한 것은 아니고 현재 진행된 상황에 대해 중간점검 차원에서 조사위가 열린 것”이라며 “실제 AI 발생농가에서 들어오는 시료를 다 검사했더니 항체 검출이 안 됐고, 이는 기존에 있던 가금류가 바이러스에 감염 안 됐다는 과학적 증거”라고 설명했다.

김 사무관은 그러나 야생철새의 항체 유무에 대해서는 “철새의 항체는 하루 이틀 만에 바로 생기는 게 아니라 생성되는 주기가 있고 철새 폐사체에서 들어온 시료는 분변이나 체액이었다”며 “야생조류 폐사체에 대한 항체검사는 더 확인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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