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7일 노종면·이근행 등 해직언론인들은 역사적인 뉴스타파 첫 방송을 내보냈다. 이명박정부는 언론장악과 함께 ‘대안언론’이란 씨앗을 뿌리고 퇴장했다. 박근혜정부도 대안언론 씨앗을 키우고 있다. 박근혜정부 첫 해인 2013년 4월 1일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라디오방송이 개국했다. 대선 전후로 팩트TV·고발뉴스 등 매체들이 활기를 띄었다. 시민참여방송 RTV는 케이블채널 531번에서 뉴스타파와 고발뉴스를 편성하기 시작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탄생한 대안언론은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후원이나 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 정부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한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탐사저널리즘센터로 새롭게 태어난 비영리법인 뉴스타파와 오는 4월 1일 TV개국을 준비 중인 국민TV가 대표적인 대안언론이다. 이들 언론사가 KBS·MBC·YTN 등 공정성이 무너진 공영방송을 대체할 수 있을까.

탐사저널리즘 뉴스타파, 잘 만드는 데 보는 사람 적어

   
▲ 뉴스타파 제작진 ⓒ 뉴스타파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내 제작단으로 출발해 비영리 탐사보도전문매체로 진화한 뉴스타파는 ‘한국형 프로퍼블리카’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성장했다. 지난해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조세피난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전두환의 차남 전재국씨 등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로 비자금을 빼돌린 이들을 공개해 전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뉴스타파는 지상파뉴스에 등장했고, 언론인들이 인정하는 매체로 자리 잡았다.

뉴스타파 성원 32명의 중심은 공영방송 출신이다. KBS 탐사보도팀장 경력의 김용진 대표를 비롯해 최경영·김경래·박중석 기자 등 KBS 출신과 YTN 출신 정유신·권석재·최기훈 기자, 의 상징이었던 최승호 MBC PD와 이근행 PD가 뉴스타파를 이끌고 있다. 처음엔 해직언론인 위주에서 점차 사표를 내고 자발적으로 합류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EBS에 사표를 내고 객원 PD로 참여 중인 김진혁 PD도 그 중 한명이다.

뉴스타파의 플랫폼은 홈페이지·유튜브·팟캐스트·포털사이트·RTV다. 회원수는 31,994명이다. 회원수는 큰 감소 없이 유지되는 추세다. 평균을 내긴 어렵지만 회원 1명당 1만 원 정도의 회비를 내고 있다. 올해는 회원들을 위해 달력을 만들어 배포했다. 후원회비 외의 새로운 수익모델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운영상 재정적인 어려움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고자본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이뤘다.

2월 중에는 경력기자를 충원한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우리의 강점이 데이터분석인데, 워낙 다양하고 방대한 데이터가 많아 인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는 예산과 정책분야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뒤 “앞으로도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에 집중해 국민의 알권리를 확장시키고 탐사보도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뉴스타파의 고민은 확장성이다. 총선·대선이 있던 시기에 비해 유튜브에서 조회수가 나오지 않는다. 뉴스타파를 지지하는 언론인 중에서도 뉴스타파를 챙겨보는 이는 소수이며 챙겨보더라도 끝까지 보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다. 그러나 뉴스타파 현재 형식을 바꿀 계획은 없다. 김용진 대표는 “웹사이트를 기본 플랫폼으로 소셜미디어 기반을 더 다져서 확장성을 넓힐 것”이라고 전했다. SBS취재파일 방식의 취재후기를 늘리는 등 텍스트 기사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국민TV 뉴스방송, 노종면과 협동조합의 도전

   
▲ 국민 TV 개국광고 ⓒ 국민 TV
 
1월 28일 현재 미디어협동조합의 조합원은 2만 1144명, TV개국을 위한 출자금은 35억 6800만원이다. 회원이 정체된 뉴스타파와 달리 조합원이 조금씩이라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TV개국에 대한 기대감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1일 개국한 라디오방송의 경우 인기 프로그램은 20만 명 이상이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민 국민TV PD는 “라디오방송은 미디어협동조합의 비전을 보여주기 위한 모델하우스”라고 설명했다.

국민TV는 지난해 하반기 노종면 전 YTN 해직기자를 영입하며 본격적인 TV개국 준비에 나섰다. 드디어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노종면 기자는 지난해 11월부터 국민TV 개국TF 단장을 맡았다. 노종면 기자는 뉴스타파에 이어 국민TV에서도 ‘개국공신’을 맡았다. 국민TV는 지난해 11월 20여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했으며, 현재 확보한 TV제작인력은 22명이다. 오는 4월 1일부터 1시간 분량의 데일리생방송뉴스를 구상하고 있으며 구상안은 2월 중순 조합원설명회 자리에서 공개된다.

노종면 단장은 “적은 자본으로도 방송뉴스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노종면 단장은 뉴스전문채널 출신으로 YTN <돌발영상>을 성공시킨 전례가 있어 뉴스타파·JTBC메인뉴스와 차별화된 콘텐츠를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이와 관련 노 단장은 “상식과 합리라는 기조 아래 출입처 제도 등 기존 관행은 아예 지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민TV의 주요 플랫폼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과 PC다. 국민TV 초기 논의됐던 셋톱박스에 의한 TV시청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셋톱박스가 내장된 스마트TV시대가 오면 자연스럽게 유튜브 기반 콘텐츠도 TV속으로 진입할 것이란 설명이다.

박근혜 정부에선 케이블 진입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김용민 국민TV PD는 “JTBC뉴스와 CBS시사프로그램도 틈만 나면 편파적이라고 괴롭히는 상황에서 지상파나 케이블 진입이 가능하겠나. 당분간은 법외방송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김 PD는 “지상파 플랫폼의 벽을 뛰어넘을 스마트미디어의 환경이 점차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안언론 1세대,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 ‘악전고투’

참여정부 시절 대안언론으로 성장했던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미디어오늘 등은 네이버 뉴스캐스트체제에서 증가한 온라인광고수익으로 이명박 정부를 버텼지만 네이버 뉴스스탠드 도입 이후 온라인 트래픽이 급감하며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레시안은 지난해 7월 주식회사를 없애고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조합원은 1월 현재 2600여명이다. 전체 운영비의 6분의 1 정도가 조합비로 충당되고 있다. 최근에는 독립언론네트워크를 설립해 지역 대안언론과 기사를 교류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만드는 온라인 웹진과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사업과 각종 강연도 계획 중이다.

이대희 프레시안 협동조합 팀장은 “현재 7개 지역신문과 네트워크 되어있다. 서울 중심의 낙하산저널리즘을 깨고 각 지역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뉴스를 조합원에게 제공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밝혔다. 이대희 팀장은 “조합원들의 언론활동을 북돋우자는 취지에서 등장한 온라인웹진은 사이트 구축을 준비 중이며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할 것”이라 전했다.

오마이뉴스는 ‘10만인 클럽’ 정기후원과 각종 강연·교육 사업 등으로 수익을 얻고 있으나 10만인 클럽의 경우 대선직후 늘었다가 다시 줄어드는 추세다. 1월 현재 10만인 클럽은 8200여명 수준이다. 오마이뉴스의 한 기자는 “진영논리가 강한 사람들이 10만인 클럽 후원을 많이 하는데 야당 비판기사를 쓰면 항의나 탈퇴가 이어진다”며 “후원으로 인해 오히려 기자들이 진영논리에 갇힐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오마이뉴스는 수익모델을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최근 지자체로부터 무리한 용역사업을 받으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올해만 해도 ‘안양 시민 희망 아카데미’ 강연행사를 주최하며 안양시로부터 행사 위탁에 따른 1950만원의 지원비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시에서 작성된 ‘2014년 언론사별 예산요구 현황’에 따르면 오마이뉴스는 ‘고양 누리길 종합 활성화 연구용역’ 사업 명목으로 5천만 원을 요구했던 것으로 나와 있다. 이 같은 모습은 광고수익 감소에 따라 자생적 생존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오늘도 최근 유료독자 ‘미오친구’서비스를 도입해 수입구조 다변화를 꾀하고 있으나 아직 해당사업을 본격 궤도에 올려놓지 못하고 있다. 또한 보수우파진영에서 주간 미디어오늘의 광고에 대한 견제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등 광고 수주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밖에도 2002년 야심차게 개국했던 시민참여방송 RTV(스카이라이프 가입자 대상 531번)는 2009년부터 한 해 20억수준의 방송발전기금 지원이 중단되고 공익채널선정에서도 탈락해 방송국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2008년 40명 수준이었던 인력은 상근직원 2명으로 급감했다.

결국 관건은 콘텐츠… 플랫폼 확장과 수익모델 연구도

한국사회 언론지형은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 위축된 언론자유를 대체하기 위해 대안언론이 성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시민들은 후원금과 조합 가입으로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러나 현재까지 모인 열망으로는 대안언론이 공영방송만큼의 영향력을 확보하기엔 난망한 상황이며 현실은 온라인에서 적극적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화이트칼라를 중심으로 산발적인 콘텐츠 소비가 이뤄질 뿐이다. 때문에 대안언론이 기성주류언론의 대체제가 되기 위해선 플랫폼 확장과 수익 증가에 대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MBC의 한 중견 시사교양PD는 “뉴스타파는 재원구조와 시청층에서 시스템적 완결성이 있어 미국의 프로퍼블리카처럼 잠재력이 있지만 유튜브 형식의 매체플랫폼으로 확장성을 확보하기에는 TV라는 장벽이 만만치 않다”고 평했으며, “국민TV는 인터넷방송 수준을 뛰어넘는 질적 전환문제에서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 PD는 그러나 “대안언론을 바라보며 공영방송 구성원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 대안언론이 성장해 언론지형의 정상화에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뉴스타파·국민TV등 대안언론의 전파범위는 안타까울 정도로 미약하다”고 전제한 뒤 “우선 대안언론사끼리 공조체제를 통해 취재의 깊이를 높이고 좋은소비 캠페인을 통해 진보적인 언론 가운데 한 곳을 구독·후원하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안언론이라면 단순히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콘텐츠의 품질이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뉴스타파의 경우 1분 전후의 현장성 있는 리포트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대안방송의 현실 가능한 모델, PBS
최진봉 교수 “지역방송이 거미줄처럼 연결되면 전국방송 가능”

뉴스타파와 국민TV가 지상파로 진입하게 된다면, 롤 모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해외 비영리 저널리즘의 현황을 연구했던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안적인 지상파 방송으로 미국 공영방송 PBS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PBS는 비영리 민간법인 공영방송사로 1970년 개국했다. 미국 전역에 있는 356개 지역 방송국을 통해 뉴스를 포함한 문화·어린이·교육·역사·사회 등 다양한 공익프로그램을 제작·편성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비밀의 국가 북한>을 방영하며 한국에도 소개됐다. 시청률은 FOX 등 민영방송에 비해 낮지만 뉴스신뢰도는 민영방송보다 높다.  

   
▲ 미국공영방송 PBS ⓒ PBS
 
PBS는 광고방송이 금지되어 있으며 재원의 90%가 각종 기금과 지원금으로 충당된다. 2008년 말 기준 수입의 26%는 시청자들의 자발적 후원금이었다. 정부보조금은 30% 수준에서 부시정부 들어 10% 초반까지 감소했다. PBS 이사회는 35명으로, 공식적으로 정부인사는 없다. 최진봉 교수는 “주요 지역방송국의 대표들이 선발돼 이사회를 구성한다”며 “PBS가 공영방송이지만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 배경은 높은 후원금 비중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미국 정부가 공영방송에 후원하면 비영리단체 후원과 동일한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 시작하며 후원금을 내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PBS모델이 한국에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최 교수는 “PBS시스템으로 가려면 지역마다 소출력 방송사들이 생겨나야 한다. 아마 10여명 안팎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지역방송들이 거미줄처럼 전국을 연결하게 되면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으면서 전국방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처음부터 큰 방송사를 만들기는 어렵다. 처음엔 소출력 방송으로 시작해 전국망을 연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1987년 한겨레신문을 창간할 당시의 사회적 열망처럼, 소출력 방송들을 기반으로 대안적인 공영방송 모델에 대한 열망을 모으면 ‘한국형 PBS’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진봉 교수는 “뉴스타파와 국민TV처럼 인터넷·유튜브 플랫폼만 갖고 가는 경우 그들만의 리그에 봉착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PBS와 미국 공영라디오 NPR이 뉴스타파·국민TV와 다른 점은 지상파라는 사실이다. 대안미디어도 기성매체로 진입해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플랫폼을 소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한된 시청자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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