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의 중핵은 역시 서울시장 선거다.  매번 서울시장 선거가 그랬듯 이번 서울시장 선거 역시 여권과 야권의 총력전이 예상된다. 거대정당 뿐 아니라 안철수 신당, 정의당 등 타 야권에서도 서울시장을 놓고 신경전이 한창이다.

보수세력으로서는 현 박원순 서울시장은 눈에 가장 큰 가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이 배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도 박원순 시장은 인물경쟁력만으로 높은 지지도를 얻고 있다.

CBS 노컷뉴스와 여론조사 기관인 포커스컴퍼니가 지난 22일 19세 이상 서울 시민 700여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결과 35.9%가 박원순 시장을 차기 서울시장 후보에 가장 적합하다고 꼽았다. 인물이 특정되지 않았지만 안철수 측 후보가 16.4%, 이어 정몽준(10.4%), 김황식(8.0%), 이혜훈(2.9%) 순이었다. 시정활동도 잘한다(66.1%)가 못한다(19.6%)의 3배를 넘었다.

   
▲ 박원순 서울시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실제로 일부 언론의 ‘박원순 흔들기’는 집요했다. 월간조선은 지난해 성미산 마을을 겨냥해 ‘좌파 양성소’란 내용의 기사를 냈다. 또한 그해 여름 동작구 노량진 배수지 상수도관 공사 수몰사고로 7명이 사망한 이후 조선일보는 온라인판 기사에서 박 시장이 늦장대응을 했다며 비판한 바 있지만 이는 사실과 차이가 있었다.

지난 2012년 5월에는 조선일보가 박 시장이 “학교폭력은 성인들 잘못”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학교 폭력은 선생님 잘못”이라고 말했다며 스승의 날, 학생들 앞에서 교사들을 비방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이념공세와 왜곡 까지 동원하며 박 시장 흔들기에 주력했다.

   
▲ 조선일보 2012년 5월 16일자. 10면.
 
그러나 막상 지방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현재, 이들 보수언론들의 공세는 주춤하다. 심지어 갈피를 못 잡는 듯 해 보이기까지 하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의 엇박자를 보도하거나 칼럼을 통해 야권연대를 비판하는 정도다. 27일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실장의 <박원순의 ‘대선 가는 길’>칼럼이 이를 잘 보여준다.

김 실장은 박 시장을 한껏 띄워주다가도 반어법 식으로 박 시장에게 야권 단일화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김 실장은 “박원순이 야권연대론을 외면하고 출마할 경우, 당선하면 다행이지만 낙선하면 정치생명은 끝”이라며 “그보다는 판을 키우다가 막판에 안철수, 또는 안철수 신당 후보에게 ‘통합은 시민의 뜻’이라며 물러나야 ‘역시 대통령감’이라는 환호성과 함께 주가가 폭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박 시장에게 서울시장은 안 의원 측에 양보하고 본인은 대권주자로서 자리매김하라는 주문으로 보일 수 있지만 김 실장은 “아마도 그 길만이 그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문재인도, 그가 국회 입성을 도왔던 통합진보당도, 함께 국가보안법 폐지에 힘썼던 이들도 상생하는 구도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 실장의 칼럼은 박 시장이 선거연대라도 나서면 ‘종북세력을 살려주는 길’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그러나 결국 ‘야권연대’ 부분을 제외하면 특별히 박 시장에게 각이 서 있다고 보긴 어려운 칼럼이다. 마을공동체 활동가 육성책을 “정치세력화”로 폄하하고 “좌파성향 정치인의 속성이 있다”고도 지적했지만 논리가 허술하다. 오히려 “착한 박원순을 비판하는 즉시 나쁜 인간이 되는 식”이란 주장이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 동아일보 1월 27일자. 30면.
 

지난해 까지의 분위기와 다르게 박 시장에 대한 정조준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최영일 정치평론가는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최 평론가는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말이 있듯이 언급할수록 주목도가 올라간다”며 “존재감을 높여주지 않기 위한 전략적 판단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과거와 달리 SNS 점조직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최근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문제가 또 다시 SNS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NS 중심으로 움직이다가 안철수 신당이 출범하면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은 아직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에서 박 시장에 대한 공격포인트를 잡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최 평론가는 “여권의 고민은 박원순은 민주당이 아니라는 인식”이라며 “김한길의 민주당과도 결이 같지 않고 친노와도 결이 같지 않은 캐릭터 특성이 미묘하게 작동하고 있어서 명확한 규정을 내리고 예봉을 세울 수 있는 포인트를 못 만들어 내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보수진영에서는 기본적으로 삼각구도를 만들어서 새누리당이 서울시장을 탈환하도록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며 “박원순과 안철수, 새누리당 3명이 나오게 되면 야권이 지는 상황에서 굳이 지금 언론이 이 국면에서 박원순 시장을 공격해봐야 득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박 시장이 간단한 사람이 아니기도하지만 공격이 강해지면 안철수 측에서는 안철수 측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는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누리당 등은 결코 후보 한쪽의 사퇴 등 단일화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박원순과 새누리당의 1대1 구도라면 달랐을 것”이라며 “박 시장에 대한 비판이 오히려 야권연대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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