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이 삼성의 대학별 총장추천 할당을 보도하며 한국대학신문의 단독 보도를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특별취재팀은 지난 24일 단독 기사 <삼성 각 대학에 총장추천 인원 할당>에서 “오는 4월 채용시즌부터 총장 추천제로 신입사원을 뽑겠다고 발표한 삼성이 24일 전국 200여개 대학에 인원을 할당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대학별 할당인원을 공개했다.

이 날의 단독보도는 많은 화제를 낳았고, 많은 언론이 한국대학신문의 보도를 받아썼다. 이데일리는 <‘성대 115명·서울대 110명’ 삼성 총장 추천인원 할당>에서 “24일 한국대학신문 보도에 따르면”이라는 표현을 썼고, 머니투데이는 <삼성, 대학별 추천인원 할당…"성대 115명, 서울대 110명">에서 “한국대학신문은 24일~라고 보도했다”며 한국대학신문의 보도를 인용했다. 연합뉴스는 <삼성, 200여 대학에 총장추천제 인원 통보>에서 “각 대학과 한국대학신문에 따르면”이라고 한국대학신문 보도를 인용했다.

서울신문은 한국대학신문 인용 없이 관련 소식을 전했다. 서울신문은 25일 홈페이지에 올린 온라인 기사에서 ‘단독’ 표기를 했다. 한국대학신문 기자들은 반발했다. 민현희 한국대학신문 기자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한국대학신문 편집국이 정말 고생해서 낸 단독 보도를 서울신문에서 자기들이 조사한 단독이라고 보도하는 어이없는 일을 벌였다”며 “저희 보도 보고 어떻게 취재한 거냐고 전화까지 해놓고는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김기중 서울신문 기자는 한국대학신문 출신 기자다. 김 기자는 24일 3시 46분 한국대학신문의 단독 기사가 올라간 이후 5시 6분 경 민현희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취재했냐고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연희 한국대학신문 기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본지 출신 서울신문 선배가 후배들의 단독보도 취재결실을 무시하고 인용 없이 단독이라 오리발을 내미니 뒤통수 맞은 기분“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한국대학신문의 항의를 받고 25일 오후 ‘단독’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 서울신문 온라인 기사 갈무리
 

한국대학신문 기자들은 25일자 오프라인 기자도 ‘베끼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신문은 25일 지면 기사 <대학가 ‘일방통보’에 당황…“서열화 우려”>에서 대학별 삼성 신입채용 추천 할당인원을 표로 정리했다. 이 표 아래에는 “서울신문이 각 대학에 전화 확인한 내용으로 일부 추천 인원이 다를 수 있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같은 날 지면에 실린 기사 <삼성, 대학별 ‘총장 추천’ 인원 할당>에서도 “서울신문이 각 대학에 문의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이라는 표현을 써 서울신문 취재임을 강조했다.

한국대학신문이 이 기사가 표절이라고 보는 이유는 건국대 할당 인원 때문이다. 건국대 할당인원은 50명인데, 한국대학신문은 처음에 이를 55명으로 잘못 표기했다. 서울신문 기사에도 건국대 할당인원이 55명으로 표기돼 있다. 직접 대학에 문의해 조사했다면 틀린 숫자를 썼을 리 없다는 것이 한국대학신문 주장이다. 이연희 한국대학신문 기자는 2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오기된 부분을 수정하기 전에 가져간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김기중 기자는 2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김 기자는 “기사를 보고 취재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보고를 했고, 6명의 기자들이 역할을 맡아 재취재를 했다. 대학신문 기사에 없는 카이스트 등을 추가 취재했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연합뉴스 등은 6시 넘어 취재를 해서 학교 측과 연락이 잘 안 돼서 받아쓴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취재를 했고 대학 측의 멘트를 받았기에 인용표기를 안 한 것”이라며 “한국대학신문 기사를 받아 쉽게 쓸 수도 기사였는데 오히려 난 열심히 취재해서 쓴 것”이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건국대 표기가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아마 실수가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온라인 기사에 ‘단독’이 표기된 점에 대해서는 “내가 그걸 붙여달라고 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난 보고할 때 대학신문 보도 기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제목은 온라인 팀에서 붙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종락 서울신문 사회부장은 “단독의 기준이 종합지, 방송사하고의 경쟁이다. 교육이나 복지, 노동 이런 분야에서도 전문지 기사를 보고 재취재해서 쓰면 단독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종합일간지와 방송사, 연합뉴스를 봤는데 우리가 제일 먼저 썼길래 단독으로 달았고, 한국대학신문에서 항의를 해 내린 것”이리고 설명했다.

이연희 한국대학신문 기자는 “인용을 하면 출처를 밝히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 기자들이 발품을 팔아서 취재한 결과이고 그러다보니 다른 언론이 이를 존중해 인용을 명기했는데, 서울신문만 단독이라고 달았다가 항의하자 단독이라는 표현을 내렸다. 그리고 사과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네이버 등 포탈에 노출되지 않는 소규모 언론이 많다. 그러다보니 종합일간지 최초라며 ‘단독’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 같다”며 “대형 일간지가 소규모 전문지를 우습게  보고 무시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한국대학신문은 28일 오후 2시 서울신문에 내용 증명을 보내 사과문 게재와 해당 기자에 대한 징계 등을 요구했다. 2월 3일자 지면에 서울신문을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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