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민주노총 내에서도 가장 강력한 결속력을 가진 조직인 동시에 이번 파업사태에서 보듯 얼마든지 국가기간망과 정국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영향력도 겸비한 강자다”(12월 25일자 <‘민주화 유산’ 뒤에 숨은 철도노조>)

“작년 취임사에서 박 대통령이 제시한 키워드는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이었다. ‘제2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도전에 나서겠다는 다짐도 했었다. 하지만 작년 한해 우리 정치는 온통 대선을 둘러싼 시비로 허송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과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논란 등 ‘과거’에 발이 묶여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바람에 대통령이 약속한 ‘희망의 새 시대’는 국민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구호에 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월 5일자 <박 대통령 기자회견에 기대한다>)

위의 칼럼은 연합뉴스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지는 사설 격, 시론에 나온 내용들이다. 연합뉴스 시론의 편향성이 최근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5일자 시론에 국가기관 대선개입 문제를 ‘과거’로 규정하며 이것 때문에 박 대통령의 ‘희망의 정치’가 구호에 그쳤다고 주장하는 부분에서는 할 말을 잃게 한다.

   
▲ 연합뉴스 1월 5일자. 시론
 
연합시론이 원래 내부에서도 나름 균형 잡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초에는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 지부 공정보도위원회가 논설위원실에 대해 “균형 잡히고 날카로운 언론보도의 표본이 됐다”며 특별상을 준적도 있다.

실제로 연합시론은 국정원 문제와 관련한 지난해 4월 18일자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검찰 수사로 확실히 밝혀야>에서 “국가 정보기관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로 더욱이 선거에 관여하려 했다면 국가기강을 뒤흔드는 중대한 잘못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한 바 있다. ‘과거’로 치부한 5일 시론과는 맥이 다르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도 지적할 것은 지적해왔다.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2월 중순, 연합시론은 내각인선에 대해 “‘대탕평 원칙’도 충분하게 구현되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당선인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경각심을 갖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때문에 연합뉴스 내부에서는 최근 연합시론의 편향성 논란에 인사 문제가 얽혀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의 한 기자는 “연합뉴스 시론은 기자들이 지적하지 못한 부분도 지적할 만큼 콘텐츠가 좋았는데, 이선근 실장이 부임한 이후 급격하게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지난 2012년 3월 15일 언론노조 연합뉴스 지부는 박정찬 전 사장의 연임에 맞서 벌인 총파업에서 “그동안 우리는 자신의 이름을 차마 담을 수 업는 기사를 한 자 한 자 써내야 했고 한 없이 무너져 내리는 연합의 위상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스스로 젖어있던 낡은 관행의 틀을 부수고 새로운 연합뉴스로 거듭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치열 기자
 
현재 시론을 담당하는 연합뉴스 논설위원실장은 이선근 전 편집총국장이다. 이 전 편집총국장은 지난해 5월 연합뉴스 기자들의 중간평가에서 창사 최초로 불신임을 받았다. 이명조 논설위원 역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기자직 노조 구성원들로부터 불신임을 받고 지난해 4월 교체됐다. 2012년 12월 7일 미국 타임지 보도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독재자의 딸(Strongman’s Daugther)’을 ‘실력자의 딸’로 표기한 것이 논란이 된 직후였다.

결국 편집국 기자들로부터 ‘불신임’을 받은 인사들이 논설위원실에서 연합뉴스의 입장을 밝히는 시론을 쓰고 있는 것이다. 강훈상 연합뉴스 노조 사무국장은 “일부 연합시론에 대해 사내 기자들의 불만의 정서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연합시론이라고 하면 회사 입장을 대표하는 사설 같은 느낌이 드니, 기명칼럼을 쓰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나올 정도로 일부 연합시론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합뉴스 시론을 견제할 장치는 없다. 강훈상 사무국장은 “공정보도위원회가 있지만 논설위원실은 편집국 소관이 아니어서 공보위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병로 연합뉴스 편집총국장도 “시론은 (연합뉴스) 구조 상 논설실장이 담당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선근 논설실장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시론의 편향성과 논설위원실장 인선의 부적절성에 대해 “(시론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맞다”면서도 “언론 대응은 회사 다른팀에서 대응한다”고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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