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지난 23일 미국 정부에 지급한 방위비 분담금 예치금에서 이자 수익이 발생했음을 확인했다면서도 미 정부가 이자수익을 전혀 취하지 않았고 미집행 분담금도 무이자계좌에 보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여전히 거짓말로 꼬리자르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은 24일 낸 논평에서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축적된 방위비분담금 운용의 주체이자 수혜자가 미국정부(주한미군)라는 것은 명확하기 때문에 이자소득의 주체도 미국정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분담금을 운용해 수익을 올렸다는) 커뮤니티뱅크(CB)는 미 국방성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계약을 맺어 해외 미군의 금융업무를 대행하는 기관일 뿐, 이자소득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9년 평통사가 방위비분담협정과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과정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BOA 서울지점은 커뮤니티뱅크를 통해 미국정부가 가득한 이자소득에 대하여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이는 CB를 미 국방성 소속으로 보기 때문에 방위비 분담금을 운용해 얻은 이자는 한·미조세협약에 따라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이지만, 결국 분담금 예치금 이자소득을 실제로 취한 주체는 미국정부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평통사의 주장에 따르면 CB의 한미SOFA상 법적 지위는 초청계약자다. 2001년 노동부가 발간한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 노무조항 해설’을 보면 “초청계약자는 미국 법률에 따라 조직된 법인을 포함해 미 정부와 주한미군을 위한 조달계약을 체결하고 동 계약의 이행만을 위해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자로서…이들은 주로 군사은행, 비행장 시설물관리, 학교, 음식물 조달 등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CB 역시 미 정부와의 계약에 따라 주한미군을 위해 한국에서 일하는 군사은행으로 봐야 한다는 게 평통사 측의 설명이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소속 회원들이 지난 13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정 협상 결과를 규탄했다.
ⓒ연합뉴스
 
유영재 평통사 미군문제팀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CB의 법적 성격이 문제가 될 텐데 CB는 미 정부와 계약으로 공적업무를 수행할 뿐 민간은행으로 지난 2008년 국세청이 미 국방성 소속이라고 한 것은 비과세를 적용하기 위한 부정확하고 과도한 규정”이라며 “한미당국이 이와는 180도 다르게 CB를 ‘사기업’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 은행이 미국정부의 공적 업무를 대행하는 기관이라는 사실을 감춤으로써 미국정부가 이자소득을 얻지 않았다는 꼬리자르기를 하기 위함”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미 양국 정부가 지난 7년 동안 방위비 분담금에서 이자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해온 데 이어 미국정부가 이자소득을 얻지 않는다는 주장은 민간은행에 책임을 떠넘기는 제2의 사기극”이라며 “만약 이 사안이 CB가 이자소득세를 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면 미국정부가 얻은 이자소득 자체가 합법화돼 본질적인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불법 축적과 전용이 정당화된다”고 지적했다. 이자소득은 분담금이 미집행 됐음에도 국가재정법을 어기고 불법으로 축적된 데서 발생한 것이라는 이유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심재권 민주당 의원도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국세청에서도 커뮤니티뱅크의 성격을 상업은행이 아닌 미국 정부의 프로그램 일환으로 봐서 한·미조세협약에 의해 과세를 면제해 준 것”이라며 “이제 와서 미 국정부와 주한미군이 CB를 상업은행이라고 하는 것은 미 국방성 소속이라고 규정했을 때 이 은행을 통해 발생한 이자의 주인이 미 정부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 의원은 이어 “해외 주둔군의 이동을 다룬 미 연방법 Title 10(Armed Forces)을 보니 현금으로 분담금을 받을 때 이자가 붙는다고 명시돼 있고 발생시킨 이자를 미국 정부의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할 수 있어,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답을 해야 한다”며 “방위비 분담금은 국민 세금으로 나가는 것이므로 국회는 감사할 권한이 있고 분담금에서 이자가 발생했으면 왜 발생했고, 어느 규모로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 명확히 밝혀져야 하는데 주고 나서는 전혀 파악이 안 되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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