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예치금에서 이자 수익이 발생했음을 처음으로 인정하면서 그동안 우리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에서 이자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거짓인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이는 미군이 지난 2007년까지 분담금으로 ‘이자놀이’를 해 문제가 된 이후에도 이 분담금을 국내 시중은행에 예치해 이자수익을 취했다는 정황이어서 오는 2월 방위비 분담금 협상안 국회 비준을 앞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외교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이 커뮤니티뱅크(CB) 무이자 계좌에 분담금을 예치한 것은 사실이고 CB가 이를 운용해 이자수익을 올렸다는 것도 확인됐다”며 “다만 미 정부 입장은 이는 은행이 알아서 수익을 올린 것이고 미 정부는 이에 관여한 적도 이자를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방위비 미집행 적립금 7110억 원에 대해서도 “원화로 국내 시중은행에서 운용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지만 이는 불법이 아니고, CB가 거둬들인 이자에 대해 어떻게 후속처리 할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미 정부에선 은행과 한국정부가 결정할 문제라는 태도이므로 국세청에서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검토를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소속 회원들이 지난 13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정 협상 결과를 규탄했다.
ⓒ연합뉴스
 
CB는 미국 최대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군사금융부문(military banking division)이 운영하는 주한미군 내 은행으로, 주한미군은 지난 2002년부터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방위비 분담금 등을 받아 CB에 입금했고 2007년까지 BOA 서울지점에 원화 양도성예금증서(NCD) 등의 형태로 재투자해 최소한 1000억 원 이상의 이자수익을 취득했음이 서울중앙지법 국가배상청구 과정에서 드러났다.

앞서 지난 2008년 12월 서울지방국세청은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의 주한미군 탈세 신고에 대해 이자 발생을 확인하면서도 비과세 통지를 했으며, 2009년 서울중앙지방법원(민사제27부)도 평통사의 국가배상청구 과정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 서울지점은 커뮤니티 뱅크를 통해 미국정부가 가득한 이자소득에 대해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이는 국세청과 법원이 CB를 국가 소유 기관으로 인정해 미국정부가 방위비 분담금을 운용해 얻은 이자는 한·미조세협약에 따라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이지만, 이번에 사실상 상업은행인 CB가 방위비 분담금으로 투자수익을 얻었다는 게 공식 확인된 만큼 과세 여부 역시 재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관계자는 2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시민단체에서 주장했던 방위비 분담금 미집행금을 통한 BOA의 이자수익 취득은 지난 2007년 문제가 불거진 후 더 이상 BOA 서울지점에 돈을 주지 않는 것으로 일단락됐다”며 “현재 이 현금은 미 정부 측 주장대로라면 커뮤니티뱅크 무이자 계좌에 달러 형태로 보관돼 있는 것이 아니라 국내 상업은행에 원화 형태로 분산 예치돼 이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쌓아둔 미집행 적립금이나 분담금 현금 지원액이 원화로 미군에 전달돼 시중은행 분산 예치를 통해 여전히 ‘이자놀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미국정책과 관계자는 23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8월 말 기준 미집행 적립된 7110억 원에 대해 “주한미군사령부의 설명을 듣기로는 커뮤니티뱅크의 무이자 계좌(escrow account)로 보관하고 있다”며 “우리가 원화로 지급했으니 원화로 보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한미군노조에 따르면 커뮤니티뱅크는 원화 계좌를 갖고 있지 않다.

한편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안규백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에서 이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기존의 입장과 정 상반되게 왜 이자소득이 있음에도 없다고 거짓말을 했는지 철저하게 파헤치고 국방부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그동안 누적 이자가 얼마나 되는지도 따져봐야 하고 여타 숨어 있는 돈이 드러나면 올해 확정한 분담금 9200억 원에 대해서도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