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언론계는 물론 뉴스쇼 제작진을 비롯한 CBS 조합원들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노조 CBS지부, 한국PD연합회 등은 23일 오전 11시 방통심의위가 있는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통심의위의 이중 잣대 횡포가 폭거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한 중징계 방침도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이유는 박창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를 인터뷰한 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중징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3일 3시 방통심의위는 전체 회의를 열어 뉴스쇼에 대한 징계를 결정한다. 지난 4일 열린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여권 추천 위원들은 ‘뉴스쇼’가 지난 11월 25일 ‘연평도 포격’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박창신 신부를 인터뷰한 것을 두고 “허위 주장을 유포해 여론을 선동했다”며 법정제재 의견을 밝혔다.

   
▲ 23일 오전 11시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방통심의위원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방통심의위가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방통심의위는 방송의 공정성, 공익성 등을 지키기 위해 만든 국가기관이다. 하지만 방통심의위가 MB정부 이후 세운 단 하나의 기준은 이중잣대”라며 “정권에 유리한지 불리한지, 정권의 홍보견인지 감시자인지, 이 잣대를 내세워 정권에 비판적이면 무조건 징계를 내린다”고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정권의 시책이나 높으신 분들 관련된 보도는 숫자 표결로 징계 여부가 결정된다. 전체회의가 의미가 없다”며 “시민들의 상식 수준에 맞지 않는 이 따위 방통심의위는 해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건식 MBC PD협회장은 “방통심의위는 이미 해체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협회장은 “방통심의위는 권재홍 할리우드 보도에 무혐의 결정을 내렸지만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왔다. 방통심의위는 또한 CBS '김미화의 여러분'에 중징계를 내렸지만 법원은 문제없다고 판결했다”며 “양심이 있었다면 방통심의위는 이미 해체하고, 모든 위원들이 사퇴했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또 다른 중징계로 권력기관에 아부하려 한다”고 밝혔다.

박 협회장은 논란의 핵심당사자인 박창신 신부를 인터뷰한 것이 왜 문제냐고 반문했다. 박 협회장은 “문제가 생겼을 때 당사자를 인터뷰하는 것은 언론의 고유사명”이라며 “방통위가 CBS를 일컬어 유사보도라고 하던데, 당사자 인터뷰를 피하고 반대여론만 전달하는 언론들이야말로 유사보도, 사이비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협회장은 이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야 할 방통심의위가 가장 큰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에는 뉴스쇼 제작진 등 CBS 구성원들도 참가해 방통심의위를 비판했다. 김세광 CBS PD협회장은 “뉴스쇼는 방통심의위의 존재 이유인 공정성을 위해 열심히 당사자를 섭외하고, 반론을 듣기 위해 여러 채널을 가동해 노력한다”며 “논란의 핵심당사자인 박 신부를 인터뷰해 언론보도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어떻게 그런 발언이 나오게 됐는지 듣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 협회장은 “방통심의위가 논란 당사자들을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내리려고 하며 박근혜 정부의 시종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언론연대, 민언련 등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뉴스쇼의 보도가 공정했으며, 방통심의위가 이중잣대를 적용해 뉴스쇼를 압박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 등은 “진행자는 ‘너무 과하다’ ‘선동적이다’ 등 반대 주장까지 소개하며 청취자의 이해를 도왔다. 하지만 방통심의위 측은 공정성과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나아가 심의과정에서 제작진에게 ‘박 신부 발언에 동의하냐’고 캐물으며 사삼검증을 벌였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일부 종편에는 무한한 애정을 쏟아내고 있다”며 정미홍 전 아나운서가 TV조선에 출연해 야권 소속 자치단체장을 종북으로 몰아붙인 것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문제없음’, ‘의견제시’ 등의 결정을 내린 것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방통심의워원회가 아니라 ‘박통옹호’위원회”라며 “우리는 정당성이 취약한 정권이 언론 장악에 집착했음을, 그럴수록 정권의 끝은 더욱 비참했음을 알고 있다. 언론 장악의 첨병 노릇을 하는 현 방송통신심의위원들의 행적과 말로는 그러한 역사적 교훈을 뒷받침하는 또다른 근거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철 언론노조 CBS지부장이 기자회견문 낭독에 앞서 방통심의위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한편 김세광 CBS PD연합회장은 “(CBS) 내부에서는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 ‘소송’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며 “회사와 함께 검토해서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2년 방통심의위는 CBS ‘김미화의 여러분’이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을 두고 법정제재에 해당하는 주의 조치를 내렸지만, CBS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 이어 2심까지 CBS가 승소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이중잣대의 폭거,‘방통심위’위원회인가 ‘박통옹위’위원회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이중잣대 횡포가 폭거 수준에 이르고 있다. 언론장악을 위한 정권의 첨병임을 자임하며 언론 길들이기, 언론 재갈물리기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한 중징계 방침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말 <김현정의 뉴스쇼>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면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독도 문제에 비유했던 박창신 신부를 인터뷰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도 일반적인 일이었다. 논란을 빚은 당사자를 상대로 발언의 정확한 맥락을 파악하고 진의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시사프로그램의 본령이다. 더구나 진행자는 ‘너무 과하다’, ‘선동적이다’, ‘사제들이 우리 안보를 흔들고 있다’는 등의 반대 주장까지 소개하며 청취자의 이해를 도왔다. 하지만 방통심의위 측은 공정성과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나아가 방통심의위원들은 심의 과정에서 제작진에게 ‘박 신부 발언에 동의하느냐’고 캐물으며 사상검증을 벌였다.

반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일부 종편에는 무한한 애정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는 정미홍 씨가 TV조선에 출연해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소속 자치단체장 3명을 ‘종북’으로 몰아붙였어도 방통심의위 측은 명예훼손에 대해 ‘문제없음’, 공정성·객관성 조항 위반에 대해서는 가장 낮은 수위의 행정제재인 ‘의견 제시’만을 처분했을 뿐이다. 한마디로 박근혜 정권에 비판적인 이들과 그들의 목소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깔아뭉개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처럼 '박통옹위'위원회로 전락한 방통심의위원회를 두고는 이미 안팎으로 냉소가 만연하다. 앞서 CBS <김미화의 여러분> 프로그램에 대해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방통심의위가 주의 처분을 내렸지만,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처분이 옳지 않았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방통심의위 노동조합이 “수준 이하의 정치 심의 놀음을 내부적으로 경계하고 저지하지 못한 사실에 사과한다”면서 위원들의 전원 사퇴를 촉구했겠는가.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정당성이 취약한 정권이 언론 장악에 집착했음을, 그럴수록 정권의 끝은 더욱 비참했음을 말이다. 지금 언론 장악의 첨병 노릇을 하는 현 방송통신심의위원들의 행적과 말로는 그러한 역사적 교훈을 뒷받침하는 또다른 근거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김현정의 뉴스쇼>에 끝내 중징계가 내려진다면 그 교훈은 더 분명하게 더 앞당겨 드러나게 될 것이다.

2014년 1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언론연대, 민언련, 언론노조CBS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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