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핫’한 방송사는 어딜까. 많은 이들이 JTBC를 꼽는다.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는 ‘공정보도의 대명사’가 됐다. 예능 프로그램 <썰전>은 어지간한 지상파 방송사 시사프로그램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마녀사냥>은 ‘19금 예능’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마녀사냥>이 주목받기 전, ‘19금 예능’의 선두주자는 tvN 였다. 하지만 시사·풍자 기능이 약화되면서 ‘야한 것’만 남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 ‘19금’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심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제작진 입장에서 가장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것도 바로 ‘심의’ 문제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성’과 ‘연애문제’를 다루면서 표현의 적정 수위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마녀사냥>은 ‘19금 예능’에서 ‘표현의 적정수위’를 시험하고 있는 일종의 ‘전사’ 같은 프로그램이다. ‘색드립’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속궁합’을 비롯해 ‘성과 몸’에 대한 얘기가 프로그램 내내 이어진다. 일반인이 보낸 사연과 진행자의 ‘색드립’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프로그램에 ‘분홍빛’이 난무(?)할 때가 빈번하다. ‘19금 예능’에서 표현 수위가 ‘하드코어’인 JTBC <마녀사냥> 정효민·김민지 PD를 만났다.

‘19금 예능’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다보면 심의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김민지 PD/이하 김) 어차피 심의는 우리가 부드럽게 돌려서 표현한다고 해도 기준이 ‘낮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시청자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진행자들이 호감 있게 말하느냐가 중요하다. ‘19금’이라도 유쾌하게 풀어내는 쪽에 초점을 맞추면 괜찮은데 지나치게 야한 쪽으로 가는 건 조심하고 있다.”

   
▲ JTBC 마녀사냥 김민지PD
@이치열
 
유쾌하다는 것과 야한 것의 차이가 모호하다. 나름의 기준이 있나.

“(김) 시청자들이 보낸 사연이나 4명의 진행자(신동엽·성시경·허지웅·샘 해밍턴) 유머가 불쾌하게 들리는 지를 ‘걸러내기’ 위해 회의 때 막내 작가들이나 제작진에게 거슬리는 게 있는지 물어본다. 그때 하나라도 있으면 걸러낸다. 사실 쉽지 않다. 감정적인 영역이다 보니 기준이 명확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정효민 PD/이하 정) 심의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최대한 보수적으로 심의를 하려고 한다. 그래서 우린 열 명 가운데 <마녀사냥>이 불편한 사람이 2~3명이 있다면 불편한 2~3명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럴 경우 과감히 방송에 내보내지 말아야 한다. 그런 식의 기준을 우리 스스로에게 적용하고 있다.”

김민지 PD는 “우리도 꽉 막힌 사람들이 아닌데 제작진 내부에서 불편하다고 얘기가 나올 정도면 정말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라면서 “정말로 재미있다고 생각되더라도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방송에서 걸러내는 게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마녀사냥>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 정효민·김민지 PD는 “JTBC의 ‘틈새전략’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20~30대를 주된 타깃으로 생각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는 것. 김민지 PD는 “종편이 주로 중장년층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우리가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마녀사냥>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정효민 PD는 “사실 연애라는 것은 학력·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다 하는 것 아니냐”면서 “요즘 애들은 어떻게 연애를 하고 있는 지에 대한 호기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종편에 20~30대를 위한 프로그램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20~30대를 타깃으로 하고, 40대를 유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약간의 기대를 했다”면서 “그런데 의외로 우리 프로그램을 40~50대가 많이 본다. 연애라는 소재 자체가 연령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마녀사냥>의 ‘별미’는 ‘이원생중계’다. ‘이원생중계’는 신청자가 보내온 사연을 거리를 지나가는 일반인들과 스튜디오에 있는 진행자가 자유롭게 수다를 떠는 것처럼 얘기하는 코너다. 때론 상담 역할을 하기도 하고, 때론 지나가는 시민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때도 있다.

   
▲ JTBC 마녀사냥 정효민 PD
@이치열
 
‘이원생중계’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아무리 젊은 세대라 해도 자기 얼굴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놓고 ‘성’이나 ‘연애’ 얘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정) 처음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자 하면서 시작하게 됐다. 스튜디오가 폐쇄적이니까 열린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는 코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서 시도했다. 사실 애초 취지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사연을 들으려는 게 아니었다. 신청자가 보낸 사연에 대한 생각을 물으려고 한 거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본인 얘기를 더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김) 남녀 사이에 연애문제를 두고 얘기를 하다가 논쟁이 붙으면 흔히 ‘길 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봐’ 이런 얘길 많이 하지 않나. 약간 그런 콘셉트였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기 사연을 막 얘기하기 시작하면서 반응이 좋아졌다.”

‘마녀사냥’의 주된 시청층은 아직은 20~30대 젊은 세대다. 사연을 통해 접하는 요즘 젊은 세대의 연애풍경은 어떤가.

“(김) 연애하는 풍경이 달라졌다기보다는 그걸 이렇게 방송에 사연을 보내고 얼굴이 노출이 되고 목소리가 노출이 되는데도 자신 있고 당당해지는 느낌이다. 남의 시선을 덜 의식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방송에서 성이나 연애관련 소재를 다룬 프로그램이 <마녀사냥>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구성애의 아우성’과 같은 프로그램이 있었고 당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마녀사냥>이 ‘구성애의 아우성’과 다른 점이라면 상담이 아니라 그냥 가볍게 수다를 떠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왜 ‘수다’라는 방식을 선택했을까.

“(정) 종편인 JTBC가 전략적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봤는데 미혼의 성 문제 등을 다루면 이슈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미혼의 성을 다룰 때 그 방식이 우리가 정답을 제시하는 건 지양하고자 했다. 어떤 정답을 주려고 하기 보다는 그걸 기반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수다를 떨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자 했다.”

<마녀사냥>은 프로그램 내용도 내용이지만 4명의 진행자를 빼고 얘기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만큼 신동엽·성시경·허지웅·샘 해밍턴의 조합이 환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동엽 씨야 이 분야(?) 전문가로 꼽히니 캐스팅 한 것을 이해하지만 나머지 MC는 어떤 점을 보고 섭외를 한 것일까. 정효민 PD는 “우리 나름으로는 적절한 조합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자간담회 이후 주로 ‘생뚱맞은’ 조합이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꽤 있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정 PD는 “사전에 프로그램 기획을 하면서 만약 성시경 씨가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면 프로그램을 엎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발라드 가수라는 이미지에 ‘손상’이 갈 수도 있으니까 처음엔 본인이 많이 부담스러워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신동엽 씨는 이런 쪽에 재능이 있고, 잘할 거라는 건 누구나 생각하고 있으니까 약간 의외의 조합이어야 시너지 효과가 날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 JTBC에서 방송중인 ‘마녀샤냥’ ⓒ JTBC 홈페이지
 
김민지 PD는 “일단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성시경 씨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 PD는 “사실 성시경씨가 이렇게까지 웃긴 줄은 몰랐는데 성적인 얘기도 소신 있는 느낌 같은 게 있었다”면서 “성시경 씨는 타 방송사 프로그램에 나가서 ‘왜 방송에서 섹스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할까’라는 얘기를 했다. 발라드 이미지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자기 소신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정 PD는 “연애 얘기를 연예인들끼리만 한다면 호응을 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연예인들은 일반인들의 연애 경험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연애는 공감이 가장 중요한데 그런 차원에서 허지웅 씨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김민지 PD는 “샘 해밍턴은 외국인이지만 우리 방송 수준(?)에 맞는 선에서 얘기를 하려다보니 4명의 진행자 중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비춰지는 것 같다”면서 “샘은 야한 것(?)에 대한 욕망이 많은 편이다. 표현이나 이런 것도 수위가 야한 게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마녀사냥>은 어떤 색깔과 기조를 유지할까. 정효민·김민지 PD는 “당분간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9금 예능’에서 표현의 수위에 대한 실험은 계속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두 PD는 “이 프로그램 시작할 때 자칫 ‘더러워 질 수 있다’(일방적으로 야한 것만 남게 된다는 의미)고 조언해주는 선배들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MC들이 그런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우리를 비롯해 제작진들이 (더러워지는 부분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 우려에 대해 자신감은 있었다”고 말했다. 정효민·김민지 PD는 “그런 자신감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면서 “‘우리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유쾌하면서 야한 얘기’를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고, 그런 기조를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JTBC에서 방송중인 ‘마녀샤냥’ ⓒ JTBC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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