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1일 SBS 노동조합 집행부는 SBS본사 로비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노조 조합원들은 25일부터 매주 월요일 피케팅 시위를 벌였다. 2011년 이후 2년 만에 벌어진 로비농성이었다.

노조가 로비농성과 피케팅 시위를 벌인 이유는 사측의 ‘전적 인사’와 자회사 신입사원의 임금 삭감 때문이다. SBS는 자회사 인원 27명을 SBS본사로 옮기는 대규모 전적 인사를 단행했다. 노조는 전적 인사가 일방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사측이 추가 전적을 미끼로 조합원들을 줄 세우고 노노 갈등을 일으켜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SBS아트텍이 노조에 통보 없이 11월 1일 채용한 신입사원 5명의 임금을 10% 삭감했고, 노조는 신입사원 임금삭감이 아트텍과 뉴스텍은 물론 본사까지 적용될 것을 우려하며 반대했다.

   
▲ 지난해 11월 25일 오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조합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임금협상이 시작된 지난해 연말부터 노조의 구호는 ‘2013년 임금협상 승리와 용역비 투쟁’으로 바뀌었다. 노조는 임금 9.9%인상을 주장하다 7%로 인상 폭을 낮췄고 사측은 1% 인상을 고수했다. 노조는 사측의 용역비 삭감 움직임에도 제동을 걸었다. 뉴스텍과 아트텍은 1998년 SBS로부터 분사한 이후 ‘용역비’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아왔는데, SBS본사는 2010년부터 용역비가 시장가격보다 높고, 자회사에 적자가 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용역비 삭감을 주장해왔다. 노조는 용역비 삭감이 자회사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했다. 사측은 임금협상과 용역비 문제를 따로 처리하자고 제안했으나, 노조는 같이 논의돼야 한다고 맞섰다.

입장차를 보이던 노사는 지난 13일부터 집중협의에 돌입했고, 결국 17일 최종 합의했다. 노사는 기본급을 2.5% 인상하고 전 사원에게 특별격려금으로 기본급의 50%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노사는 ‘자회사 미래성장기반 구축을 위한 합의문’을 통해 올해 상반기 안에 뉴스텍과 아트텍을 합병하기로 했다. 사측이 용역비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합병을 제안했고 노조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또한 2015년 1월 1일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그 대신 신입사원 연봉제를 포함한 신입사원 임금과 관련된 모든 논의를 3년 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노사가 합의를 이루면서, 노사 간 갈등은 봉합된 것으로 보인다. 합의안에 서명하기 하루전인 지난 16일, 노조 집행부는 ‘무기한 농성’을 풀었다. 하지만 노사 간 갈등은 ‘봉합’되었을 뿐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SBS노조는 20일 발행된 노보에서 “이번 합의는 그동안 쌓여온 많은 문제들을 풀어 나가는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더 큰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첫 번째 숙제는 임금피크제다. SBS는 지난해 8월에 열린 ‘노사 임금제도 개선TF’에서 정년연장에 따른 비용 부담을 이유로 임금피크제를 제안했고 결국 노사는 2015년부터 이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시행 시기에만 합의했을 뿐, 임금 연동방식과 적용 연령, 퇴직금 산정 문제 등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노사 간 별도 합의가 필요하다. 노조가 노보에서 “임금피크제도 설계 문제가 올 한해 노사 양측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이유다.

SBS는 지난해 임금피크제 시기와 연령, 삭감률 세 가지를 동의해주면 신입사원 임금문제를 1년 간 건드리지 않겠다고 제안했지만 노조와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시기’만 합의하고 3년 간 신입사원 임금 문제를 건드리지 않기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17일 SBS 노사가 임금협상안 등에 합의하고 조인식을 가졌다. 사진=SBS제공
 
자회사 합병도 숙제로 남아 있다. 자회사 합병은 그간 노조가 요구하던 안이기도 했다. 뉴스텍과 아트텍이 이전처럼 다시 자회사로 들어와야 용역비 삭감과 차등대우 등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며, 그 전 단계로 두 자회사라도 하나로 합치는 게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자회사 합병이 자칫 또 다른 불안과 우려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몇몇 노조 대의원들은 16일 열린 대의원회의에서 “본사가 자회사 지분을 매수해 100% 지분을 확보할 경우 전횡을 저지를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합병 과정에서 불합리한 인력 배치와 조직 개편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김주연 뉴스텍 지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회사를 다른 데 팔아버릴 수 있다거나 조직개편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노사 공동으로 ‘합병 TF’를 구성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역비 삭감의 근거였던 자회사 적자도 숙제다. 사측은 해결책으로 자회사 합병을 제안했다. 2013년 예상됐던 두 자회사의 적자규모는 약 89억 원인데, 두 자회사가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하면 일단 30-35 원 정도의 관리비용이 절감된다는 것이 사측의 주장이다. 임원진과 경영지원팀 등이 둘에서 하나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시한 희망퇴직과 전적 인사, 정년퇴직으로 줄어드는 비용을 합치면 2014년 예상되는 적자는 약 30억 안팎이다.

노사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경영합리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노조는 경영합리화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합의문에 ‘현행 근로조건을 유지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하지만 경영합리화를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 등 노사가 합의해야 할 문제는 남아 있다.

남상석 SBS 본부장은 경영합리화를 이유로 사측이 노조를 압박할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남 본부장은 “조금씩 양보를 해서 합의를 한 것이고, 신뢰를 바탕으로 했으므로 서로를 믿어야 한다. 뒤통수를 친다면 노조는 투쟁을 할 것”이라며 “자회사 합병 과정에서 부서 조직을 이상하게 한다거나 엉뚱한 곳으로 발령을 낸다거나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SBS 사측 관계자 역시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노조의 생각과 다를 바 없다”며 “합의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노사 간 해결해야할 문제도 많고, 한 단계가 지난 것이지 깔끔하게 정리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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